자라나는 2세 아이들에게 세 가지를 꼭 가르치도록 강권한다. 태권도, 피아노, 한글이다. 태권도를 통해 바른 생활의 태도와 자세를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피아노는 모든 악기를 배우는 기초가 되기에, 하나님을 찬양하는 귀한 도구를 익히는 첫 걸음이 되기에 남녀 아이 불문하고 가르치도록 한다. 그런데 이 세가지 중에서 제일 강조하는 것은 한글교육이다. 언어의 전수가 없으면 신앙도, 예배도, 교회의 미래도, 부모의 좋은 가르침도 전수 되지 않기 때문이다. 가을이 되어, 미주에서 교회를 중심한 대부분의 한글학교들이 개강을 했다. 이러한 때에, 본 교회 한글교육의 특별한 강조점을 함께 나누면서 작은 자극이 되기를 소망한다.
한글교육은 신앙교육
본 교회에서는 EM 예배가 한국어 예배와 같은 시간에 다른 건물에서 드려진다. 많은 교회에서, 영어가 편리한 중고등학생부터 자유롭게 참석하도록 허용하지만, 본 교회는 그렇지 않다. 부모중에 한 분이 외국인이면 선택하도록 하고, 부모 모두가 한국사람일 경우 무조건 의무적으로 한국어 예배에 참석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그래서 EM 예배는 성인 영어권이 참석 대상이 되거나, 아시아인을 포함한 다양한 외국인들이 주류가 되어있다.
교회 역사를 지나면서 참 잘한 결정이었다고 생각된다. 처음 오시는 분들 가운데 한글을 모르는 아이들의 불평으로 부모 가운데 불만도 있었지만, 기존 아이들의 다른 모습을 보면서, 이제는 당연한 듯 그렇게 따라온다. 또, 이런 규정이 정착이 되면서, 중고등부 자체에서도 변화가 나타났다. 예배를 시작하기 전, 반장 아이가 전화기를 박스에 모두 수거하고 예배를 마치면 다시 나누어주기를 반복한다. 예배에 대한 강조점을 알아듣고는 스스로 그렇게 정한 것이다.
물론, 처음에는 같은 한국말이이어도 본인의 경상도 지역 사투리로 인해 애들이 난리를 했다. 알아들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영어가 더 편하다는 것이다. 부모들까지 나서서 영어예배 드리는 EM으로 보내달라고 했다. 그러나 알아듣지 못한다고 말하는 아이들에게 당당하게 말했다. 어른들도 못알아 들으면서도 앉아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예배는 알아듣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는데, 그것은 곧 자리를 지키는 것이라고 말해 주었다. 이런 이상한 답이 어디에 있을까? 그런데 사실은 성경적인 답이다. 교회는 어머니의 품과 같은 곳이기 때문이다. 칼빈의 말이다. 상황과 형편이 어떠하든지 어머니를 찾아오고 그의 품을 귀하게 여기면 그 어머니가 모든 것을 책임져 준다는 것이다.
그런데, 20년을 그렇게 지나왔더니, 당연한 줄 알고 저항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결과는 놀랍다.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한글에 대한 반응이 좋고, 언어가 바르게 정리되어 있으니 어른들을 대하는 자세와 태도가 또한 달라진 것이다. 타주의 어느 규모있는 교회를 방문한 적이 있는데, 중고등부 아이들이 담임목사님이 누군지도 모를 낯선 사람정도로 쳐다보며 인사도 하지 않고 자세가 엉터리인 것을 보았다. 그래서 물어보니, 역시나 담임목사의 설교를 듣지 않으니, 저들이 담임목사를 목자로 여기고 대하지를 못하더라는 것이다.
한글교육은 자세교육
패밀리 워십 같은 이름으로 여러 세대가 함께 예배를 드리지만, 과거 20년 전만해도 아주 당연한 듯이 분리된 눈높이 교육을 강조했다. 그런 흐름속에서 당시의 심각한 반대에도, 끝까지 고집을 부리면서 이렇게 하도록 한 이유가 있었다. 친척 중에 대도시에 사는 분들이 있었는데, 주일이어도 대부분 이민 교회가 그렇듯이 오전 예배 한번으로 끝을 내더라는 것이다. 그리고 예배후에는 여러 스케줄 잡기에 분주한 모습을 보았다. 패밀리 타임, 디너 약속, 골프 등. 의문이 생겼다. 유일하게 한번 주일 오전 예배를 드리는 데, 자녀들과 분리되어 예배를 드리는 것이 과연 가능한지?
이것은 단순히 예배를 함께 못 드림이 아니라, 한국말도 하려 하지 않는 모습을 보았다. 자신들과 담임목사님이 직접적인 연결 관계가 없으니, 어떤 경우에는 담임목사님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옆으로 지나가도 인사할 줄도 모른다. 어른을 향해서도 겸손한 자세를 취할 줄 모른다. 자신들이 미국 사람인 줄로 안다. 한국말에 전무할 뿐 아니라, 생활하면서 만나는 이들이 모두 미국사람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 말을 못할 뿐 아니라 배우려는 노력도 않는 저들에게 묻고 싶었다. 부모가 한국 사람인 너희들은 대체 어느 나라 백성이냐?
그래서 본 교회에서는 기본적인 예절의 인사를 가르치고 강조하며 때로는 야단을 친다. 스스로 은혜를 깨닫기 전까지 몽학선생 역할을 해 주는 것이다. 태평양을 건너 미국까지 와서 자식교육을 하는데, 좋은 명문대학을 가는 것으로 부모의 역할을 다한다 할 수 있을까? 근본적인 회의를 가지게 된다. 부모가 한국 사람이고 한국말을 하는데, 자녀들은 이 땅이 미국이라는 이유만으로도 한국말을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너무나 관용한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한글, 부모의 사고전환
부모들, 특별히 엄마들의 사고전환이 필요하다. 부모세대가 영어에 대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살다보니, 미국에 와서도 아이에게 영어유치원을 고집하면서 어린 아이에게도 한글교육의 좋은 기회를 멀리하는 경우를 본다. 무지와 근시안적인 선택임이 분명하다. 부모로서 아이들이 부모 품에 있을 때, 확실하게 붙잡고 가르쳐야 한다. 당연히 자식들에게 요구해야 한다. 남들보다 조금 늦게 이민왔다 생각하는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
어릴 때 김치를 많이 먹던 어른세대들은, 아무리 비싼 스테이크를 앞에 두고서도 김치를 찾게 된다. 혹자는 한국사람들의 DNA속에는 고춧가루가 들어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오랜 시간 반복해서 먹어왔기 때문이다. 좋은 것은 뼈속 깊이 새기라는 말이 있듯이, 한글 교육에 몰입해야 한다. 결단하지 않으면 얼굴은 한국사람인데 국적불명의 사람으로 성장하게 되어 스스로도 정체성의 방황을 겪을 것이 분명하다. 의지와 결단이 필요하다. 변화는 어렵다고 말한다. 그래서 믿음이 필요하다. 변화는 믿음에서 나오고 그 믿음은 행동을 수반함으로 마침내 열매를 보게 한다.
한글교육은 사명훈련 교육
언어는 그 사람의 정체성을 만들어 가게 된다. 언어를 통해, 문화, 역사, 사회, 관습 등을 함께 익혀가기 때문이다. 정체성은 또한 그 민족과 사람에게 허락한 고유한 사명을 깨닫게 한다. 한글 교육은 부모와의 소통이라는 단계를 넘어서서, 우리 아이들에게 우리민족 북한에 대한 하나님의 사명훈련, 선교훈련의 한 부분이 되는 것이다.
통일 한국을 바라보면서, 우리의 2세들이 부모세대의 그 언어를 가지고서 활발한 소통을 이루게 될 때 북한에서의 효과적인 복음전파와 장래 민족공동체의 융성에 크게 기여하는 바가 될 줄로 믿는다. 언어를 배우지 못하고, 어떻게 북한선교의 책임을 감당할 수 있겠는가? 결국, 한글교육은 부모세대가 노래하던 통일한국을 향한 북한 복음화를 위한 필수적인 도구가 되는 것이다.
100% 한국인 100% 미국인
우리는 물질의 유산이 아닌, 신앙의 유산을 물려주기 위해서 언어를 가르쳐야 한다. 세대 간의 단절과 정체성의 상실을 막기 위해서도 한글을 가르쳐야 한다. 특별히, 2세들을 Half & Half(50:50)으로 표현하지만, 부모세대들이 자신감을 가지고 200%(100:100) Korean-American으로 양육하여 민족 조국 앞에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귀하게 쓰임 받는 자녀들을이민의 땅에 살면서도 형통하였던, 요셉/다니엘/에스더 같은 귀한 인물들이 배출되기를 기도드린다.
davidnjeon@yahoo.com
09.07.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