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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멘토 모리

김성국 목사

발행인, 퀸즈장로교회 담임

그러고보니 영화 '쿼바디스'에서 본 적이 있다. 로마 장군 '마커스 비니키우스'가 전쟁에서 개선할 때 온 로마가 열렬히 그를 환영하였다. 그가 탄 마차 뒤에는 장군의 종도 같이 타고 있던 장면이 떠오른다. 로마 시대에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오는 모든 개선장군의 마차에는 그 종들이 함께 타고 있었다는데 그들에게 중요한 역할이 있었다고 한다. 온 도시가 찬사를 보낼 때, 그 종들은 개선장군들의 귀에 이런 말을 들려주었다는 것이다. '메멘토 모리' 무슨 뜻인가. '메멘토'는 '기억하라'는 뜻이고 '모리'는 '죽음'을 말한다. "장군이여, 메멘토 모리" 곧 "장군이여, 죽음을 기억하시라"는 것이다. 그렇다. 이 세상 부귀영화는 다 지나간다. 분명한 것이 모두에게 확실히 남아있다. 죽음이다. 성경이 말씀하고 있지 않은가. "한번 죽는 것은 사람에게 정해진 것이요 그 후에는 심판이 있으리니" (히 9:27) 그렇다. 모든 사람은 이 짧고 의미심장한 라틴어 문장을 자신을 향해 수시로 던져야 한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 메멘토 모리.

 

지난 며칠동안 필리핀에 있었다. 필자가 속한 교단의 아시아 선교대회가 필리핀의 수빅에서 있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두 차례 필리핀을 방문한 적이 있었지만, 필리핀의 역사와 선교, 그리고 한국과 필리핀, 미국과 필리핀 사이에 의미있고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더 듣고 배우고 깨달은 시간도 되었다. 필리핀은 지정학적으로 또 선교적 역사적 군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나라이며 앞으로도 그 역할이 더 기대되는 나라이다. 이곳에도 유명한 죽음이 있었다. 1983년 8월 21일 그 당시 필리핀의 최대 정적이었던 아키노 전 상원의원이 3년간의 미국 망명 생활을 끝내고 귀국하던 중 마닐라 공항에서 암살 당하는 장면을 40년이 지난 지금에도 세계인들은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그때 떵떵 거리던 권력자 마르코스도 몇 년 뒤에 죽었다. 세상의 모든 권력자들이 잘 들어야 한다. 메멘토 모리.

 

필리핀에 머물고 있는 동안 교회에서 연락이 왔다. 주님과 교회에 평생 충성하시던 장로님이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으셨다는 것이다. 필자뿐 아니라 모든 교역자 성도들을 세심히 살피셨던 귀한 장로님. 최근에 부쩍 어려워지셔서 어느 정도 예측은 하고 있었으나 그의 마지막 날은 본인도 가족도 아무도 정확히 몰랐다. 우리 모두에게 확실한 것 하나가 있으니 죽는다는 것, 그것이다. 성도들도 되새기자. 메멘토 모리. 

 

선교는 순교다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아시아 각 지역에서 생명을 걸고 선교하시던 선교사님들이 필리핀에 함께 모였다. 그들은 하나님이 가라시면 가는 자들이고 서라시면 서는 자들이다. 그리고 죽으라시면 삶에 대한 어떤 미련도 없이 죽을 자들이다. 삶과 죽음을 통시적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선교사들이다. 세상을 구하시려 생명을 던지셨던 예수님을 따라 목숨을 던지는 이들이 선교사님이다. 선교는 죽음을 기억하며 사는 것이다. 죽음을 기억하라는 것은 죽음을 준비하라는 것이다. 죽음을 아름답게 준비하고 사시는 선교사님들에게도 다시 한 번. 메멘토 모리.

10.07.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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