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퀸즈장로교회 담임
인생이란 무게가 내겐 너무 크게, 그리고 아주 세게 부딪혀 왔다. 내가 여섯 살이 지난 후 얼마 있지 않아 나를 낳아주신 어머님이 하늘나라로 가셨다. 더구나 최희준씨의 노래를 흥얼거리게 된 것은 열 살이 채 안 된 듯싶다. ‘인생은 나그네 길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구름이 흘러가듯 떠돌다 가는 길에----인생은 벌거숭이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가 강물이 흘러가듯 여울져 가는 길에----’ 그리고 아직 초등학생으로 있을 그 때에 어느 날 선생님이 들어오셔서 속히 외우라고 한 문장 속에는 나도 모를 내 인생의 역사적 사명이 담겨 있었다. 이른바 국민교육헌장이라는 것이었다. ‘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 조상의 빛난 얼을 오늘에 되살려, 안으로 자주독립의 자세를 확립하고, 밖으로 인류 공영에 이바지할 때다. 이에, 우리의 나아갈 바를 밝혀 교육의 지표로 삼는다----’ 이보다 앞서 거대한 역사의 파고(波高), 4.19와 5.16은 일찍 감치 나를 지나갔다. ‘저 하늘에도 슬픔이’ 와 신성일, 엄앵란씨 주연의 ‘맨발의 청춘’도 초등학교 때에 알고(?) 지냈던 영화였다. 그 때 자유 제목으로 쓸 수 있었던 어린이 글짓기 대회가 있었다면 필자는 ‘아~인생이여’라는 제목으로 썼을지도 모르겠다.
2차 세계 대전을 배경으로 한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에 나오는 죠수아는 나보다 더 어린 아이였다. 죠수아는 유대인 아버지와 이탈리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죠수아는 유대인 포로수용소에서 아버지 귀도와 함께 지낸다. 귀도는 죠수아를 독일군들이 모르는 곳에 숨겨 두고 음식을 갖다 주면서 포로수용소를 거대한 게임 장(場)이라고 둘러댄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1,000점을 먼저 따는 사람은 탱크를 상으로 받는다고 했다. 귀도는 죠슈아에게 울거나, 엄마가 보고 싶다거나, 배고프다고 하는 등 소리 지르지 말아야 한다고 하면서 만약 조용히 지내 나치에게 안 잡히면 1,000점을 얻어서 탱크를 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 어느 날 귀도는 나치에게 끌려가 처형을 당하는데 이 끌려가는 장면조차 죠수아는 게임 중의 하나로 여겼다. 영화는 죠수아가 더욱 자라난 시점에서 회상하면서 인생은 아름다운 것이라는 영화 제목을 두둔한다. 대단한 관점이다.
그렇다. 인생은 아름다운 것이다. 하나님이 인생의 모든 순간을 아름답게 만드셨기 때문이다. “날 때가 있고 죽을 때가 있으며 심을 때가 있고 심은 것을 뽑을 때가 있으며----울 때가 있고 웃을 때가 있으며 슬퍼할 때가 있고 춤출 때가 있으며----사랑할 때가 있고 미워할 때가 있으며 전쟁할 때가 있고 평화할 때가 있느니라----하나님이 모든 것을 지으시되 때를 따라 아름답게 하셨고 또 사람들에게는 영원을 사모하는 마음을 주셨느니라----” (전 3:2-11) 의심할 여지 없이 인생의 모든 순간은 아름답다. 하나님의 관점, 영원의 관점에서 본다면 곧 지나갈 오늘의 순간을 보다 깊고, 넓고, 길게 해석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생이란 주제가 버겁게 찾아 왔던 어린 아이 때의 시간들이 떠오른다. 돌이켜 보니 하나도 놓쳐서는 안 되었을 아름다운 시간이었다. 어린 아이가 아닌 오늘도 그렇다. 오늘의 나의 상황은 오늘의 시점으로 다 헤아릴 수 없다. 해변을 찾아오는 잦은 파도가 끝내 물러갈 것을 알기에 그 파도를 무섭다고 말하지 않고 아름답다고 말하지 않던가. 나는 그래서 아무리 힘든 오늘이라도 이렇게 고백한다. ‘인생은 아름다워’
06.17.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