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사와 말씀생활

선교사와 말씀생활

선교사 하면 대체로 어떤 모습이 연상되는가? 깡마른 체구, 햇볕에 그을린 핍절된 얼굴이다. 고국을 떠나 이방에 외따로 떨어진 채 일생을 보내야 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십자가이다. 나아가 업무에 쫓기고 사람들에게 시달리다 보면 몰골이 헝클어질 수밖에 없다. 영력, 지력, 체력, 재력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입력(Input)은 미미한데 출력(Output)은 넘쳐야 한다. 과부화(過負荷: Overload) 걸리기 쉽다는 말이다. 더군다나 선교사는 일인다역이며 목회처럼 사역적 틀이 딱히 정해져 있지 않다. 따라서 자칫하며 생활이 흐트러지고 비본질적인 일에 허둥대게 된다. 

선교사가 중심을 잡고 생명력 있게 사역을 감당하려면 말씀의 샘에 충만히 젖어 있어야 한다. 만일 그렇지 못하면 사역은커녕 본인도 탈진하게 된다. 말씀에서 멀어진 삶과 사역은 성령의 인도함을 받을 수 없다. 부름 받은 사명자는 어물어물 하다보면 하루에 성경 한 장도 보지 못하고 넘어가게 된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선교사가 말씀을 잘 섭취할 수 있을까?

 

1. 말씀 듣기(Hearing)

    

말씀을 듣는 것이다. “믿음은 들음에서 나며 들음은 그리스도의 말씀으로 말미암았느니라”(롬10:17). 사람들은 하늘의 소리보다 세상의 소리를 듣는 것에 귀가 매우 열려 있다. 세상의 소리 듣기에 익숙해 있으면 하늘의 소리인 말씀을 잘 들을 수 없다. 설사 듣는다 해도 한쪽 귀로 듣고 다른 쪽으로 흘리기 쉽다. 이러한 나날이 반복되면 심령이 무디어지고 강퍅하게 된다. 이에 반해 복된 소리인 말씀은 들으면 들을수록 정신이 맑아지고 생기가 돋는다. 

말씀을 어떻게 들을 것인가? 기분에 따라 여기저기 듣기보다 계획성 있게 성경책별로 안배해야 한다. 가능한 한국어와 현지어로 교차해 들으면 유익하다. 똑 같은 말씀이라도 다른 언어로 들으면 그 감동이 다르며 이해도도 깊어진다. 말씀 듣기는 주로 쉼을 가질 때나 운전할 때가 좋다.

 

2. 말씀 묵상(Meditating)

    

말씀을 묵상하는 것이다. 복 있는 사람은 여호와의 율법을 즐거워하여 그 말씀을 주야로 묵상한다(시1:2)고 했다. 묵상은 말씀의 의미를 되새기므로 우리의 삶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해준다. 고요한 아침은 하루의 시작이다. 정한시간에 일어나 하나님 앞에서 사슴이 시냇물을 찾듯이 생명의 꼴을 찾아야 한다. 

선교사가 다른 것은 좀 양보해도 아침 QT시간을 포기하면 안 된다. 이는 하루의 승패가 달려있다. 옷도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나머지가 헝클어지듯이 아침 묵상의 시간을 실패하면 자기 의지와 생각이 앞설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선교사는 육신의 양식 이전에 영혼의 양식을 한 코 한 코 뜨개질하듯 깊이 있게 묵상해야 한다. 이때는 많은 분량보다는 부담되지 않는 시가서나 복음서가 좋다.  

 

3. 말씀 읽기(Reading)

    

말씀을 읽는 것이다. “이 예언의 말씀을 읽고 듣고 지키는 자는 복이 있다”(계1:3) 말씀했다. 바삐 살다보면 1년이 가고 10년이 가도 통독한번 제대로 하지 못하고 지나치기 쉽다. 이것은 큰 문제이다. 말씀 속의 하나님을 찾지 않고 도대체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가? 말씀 읽기는 철저히 계획적이어야 한다. 

대표적인 방법이 멕체인 성경읽기(M'Cheyne's Calendar for Daily Reading)이다. 이는 매일 4장을 고루 읽게 되어 있다. 그러면 1년에 구약 1번, 신약과 시편은 2번 읽게 된다. 우리는 성경을 자신이 좋아하는 부분만 읽게 되는데 이 방법은 성경의 네 시대를 동시에 비교하며 읽게 됨으로 좀 더 거시적인 안목으로 구속사의 흐름을 볼 수 있게 해준다. 

또한 연대기별 성경읽기가 있다. 시대별로 역사적 흐름을 따라서 읽는 것이다. 성경의 큰 맥을 잡게 되며 특히 초신자들에게 유익하다. 이밖에 성경의 목차순이나 아니면 문학성격에 따라 책별로 읽어도 된다. 아무튼 통독을 할 때에는 먼저 서론을 살핀 다음 소설책 읽듯 큰 줄거리를 생각하며 빠르게 읽어가야 한다. 도중에 멈추고 쉬엄쉬엄 읽으면 큰 흐름을 잡을 수 없다.

 

누에는 뽕잎을 먹어야 명주실이 나온다. 
사역자는 일보다 말씀이 충만해 있어야 한다.
말씀을 건성건성 보면 바람에 난 겨처럼 되기 쉽다.

 

4. 말씀 연구(Studying)

      

말씀을 공부하는 것이다. “베뢰아 사람들은 간절한 마음으로 말씀을 받고 이것이 그러한가 하여 날마다 상고했다”(행17:11)고 했다. 사실 학자도 아닌 선교사가 매일 성경을 연구할 수는 없다. 그렇다할지라도 주 1회 정도는 시간을 할애해 밀도 있는 공부가 필요하다. 

특별히 선교사가 역량을 십분 발휘하려면 관심분야를 집중적으로 연구할 필요가 있다. 한 분야에 탁월한 전문성을 살려 그것을 시리즈로 매뉴얼(manual)을 만들어야 한다. 이런 작업이 없이 성경을 너무 벙벙하게만 알면 힘을 발휘할 수 없다. 어차피 집중적인 양육이나 강의 등을 위해서는 주특기가 있어야 한다. 깊이 있는 공부가 되기 위해서는 다른 사역자와 같이 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다. 

 

5. 말씀 암송(Recitation)

    

말씀을 암송하는 것이다. “오늘 내가 네게 명하는 이 말씀을 너는 마음에 새기고”(신6:6). 마음속에 새긴다는 말은 마치 대리석에 글자를 정으로 파는 것과 비슷하다. 석수장이는 단번에 글자를 팔 수 없다. 어제 작업한 글자 위에 오늘 다시하고 내일 이어서 파야 원하는 작품을 만들 수 있다. 말씀도 마찬가지이다. 같은 내용을 매일 반복적으로 되뇌는 것이다. 그러면 말씀이 우리 영혼 속에서 “운동력이 있어 좌우에 날선 어떤 검보다도 예리하여 혼과 영과 및 관절과 골수를 찔러 쪼개기까지 한다”(히4:12). 이렇게 암송은 우리에게 힘(Power)을 주는 최고의 성경공부임에 틀림없다. 그러한데도 사람들은 말씀을 머리로 이해하고 끝내려고 한다. 지적 이해는 정적으로 심령에 새겨져야 의지적인 행동을 유발하게 된다. 

그러면 무엇을 암송할 것인가? 방법적으로는 주제별 암송이 있다. 이는 조직신학적 측면에서 신앙의 골격을 세우는데 유용하다. 다른 한편은 성경 안에 마치 금맥처럼 깊은 의미가 집중해 있는 곳이 있다. 이를 테면 산상수훈이나 로마서 8장 같은 곳이다. 이런 곳은 패러그래프(paragraph)를 통째로 암송해야 한다. 말씀암송도 듣기처럼 가능한 한국어, 현지어, 영어 등으로 시도하면 일거양득(一擧兩得) 이상이 된다. 이때는 따로 시간을 확보하기보다는 주로 샤워, 산보, 주방일, 운전을 할 때 병행하면 좋다. 지루하지 않으며 시간을 절약하게 된다.

 

맺음 말

선교사의 주된 과업은 현지 영혼들에게 말씀을 선포하고 가르쳐 지키게 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본인이 먼저 말씀의 사람이 되어야 한다. 헌데 성경말씀은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목숨을 걸 정도로 간절하고 집중적으로 찾아야 열린다. 

일반적으로 선교사는 사역에 부담을 가지고 있다. 후원자들과 교회에 정기적으로 보고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가로이 말씀을 연구할 여유가 없다. 사역한답시고 동분서주하다보면 성경책을 펼친다 해도 건성으로 보게 된다. 이렇게 말씀에 은혜를 받지 못하는 삶이 반복되면 자기도 모르게 심령이 굳어지고 일의 중독자처럼 보여지게 된다. 주의 일 한다면서 말씀을 제대로 취하지 못한다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 선교사는 모름지기 어떤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어야 한다. 그 비결은 누에가 뽕잎을 먹듯 말씀의 사람이 되는 것이다. 

jrsong007@hanmail.net

06.20.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