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시]이 권사님의 감사 - 윤일흠

새벽공기 톡톡 터뜨리면서  

여기로 오는 귀 익은 지팡이 소리 

늙은 여인은 하던 대로

다리 끌며 예배당 맨 앞자리로 간다 

 

이 권사님은 십수년 동안 남편 수발을 든다 

물이랑 음식, 약, 용변, 목욕 챙기느라   

어림으로 밤을 비우다 오곤 한다 

 

몸은 저리 누워 있어도    

제 남편 숨이라도 편히 쉬게 해 주세요 

저는 괜찮으니 버려 두시고

지금처럼 20 년 

이 할미와 같이만 있게만 해 주십시오 

영감 없이 전 못 삽니다요  

 

이번 감사절에는   

저이랑 함께 예배드리게 해주시고

‘당신은 평생 내 사람이야’

이런 말도 한 번 들어 봤으면 합니다  

그리고 참, 닳아빠진 저의 무릎 대신 

나무 지팡이 주신 것도 고맙습니다요   

 

수수한 우리네 여인  

목청 높여 드리는 감사기도     

눈물은 툭툭 바지 위에 떨어지는데  

 

윤일흠- 은퇴 목사/ 선교사/ 창조 문학/ 시전 회원 / 시집 <거기 빛이 있기에> 

11.11.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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