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가 필요한 사람

김창섭 목사 (세계선교교회)

크리스마스 하면 새벽송의 추억이 있다. 어릴적 다니던 교회에서는 크리스마스 이브가 되면 교인들이 다 모여서 떡국을 먹고 함께 찬양하고 발표회를 했다. 발표회가 끝나면 어른들은 다 집으로 돌아가고, 어린 학생들이 선생님들과 함께 밤이 맞도록 교회에서 게임을 하고 놀다가두 세시 쯤 되면 전도사님과 함께 새벽송을 다녔다. 승합차를 타고 교인들 가정을 돌면서 집 앞에서 캐롤을 부르면 어떤 집은 기다렸다는 듯이 문을 열고 나와서 함께 찬송을 부르기도 하고, 또 어떤 집은 찬송이 다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나와서 인사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 집의 문이 열리면 큰 상을 차려놓고 맞이하시는 분들이 많았던 기억이 눈에 선하다. 그 때는 과일이며 과자를 실컷 먹어서 좋다고만 생각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분들이 밤잠을 설쳐가며 맞이할 준비를 하셨겠구나 하는 사랑의 마음이 느껴진다. 그리고 그렇게 새벽송을 다 돌고 교회로 돌아와서 아침을 먹고 예배시간에 꾸벅꾸벅 졸던 기억이 난다. 이 새벽송은 캐롤링(caroling)이라고 하여 영국에서 시작되었는데, 누가복음 2장에서 천사들이 목자들을 찾아가서 찬양했던 것을 본따 시작되었다고 한다.  한 밤 중에 천사들이 목자들에게 성탄의 복된 소식을 전했듯이, 새벽송으로 성탄의 복된 소식을 전하는 것이다.

어릴 때 성탄절에 성극을 하면 이 목자 역할을 하는 사람이 참 부러웠다. 긴 옷을 입고, 멋진 긴 지팡이를 들고, 멋진 수염도 붙여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목자들은 그렇게 폼나는 사람들이 아니다. 당시 기준으로 하면 천하고 신분도 낮은 사람이었다. 한 밤 중에 양떼를 지키던 목자들은 밤에 집에 가지도 못할 정도로 고생스럽고 힘든 삶을 보내는 사람들이었다. 그뿐이랴, 제대로 씻지도 못하니 냄새 나고, 지저분하고, 사람들에게 제대로 대접도 받지 못했던 사람들이 바로 이 목자들이다. 그렇게 낮고 천한 사람들에게 큰 기쁨의 좋은 소식이 먼저 찾아왔다.

예수님 당시 온 세상을 다스리던 나라는 로마 제국이고, 황제 가이사 아구스도는 모든 것을 다 가진 사람이었다. 심지어는 황제의 한달 식비가 1천만불 가량 되었다는 기록도 있다. 이런 이에게는 예수가 필요 없었다. 예수 없어도 모든 것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예수님 당시 팔레스타인을 다스리던 사람은 헤롯대왕이었다. 열등감이 가득했던 그에게 예수는 경쟁자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러니 헤롯에게도 예수는 필요 없었다.

당시 예루살렘 성전의 최고 지도자는 대제사장 안나스 였다. 그는 헤롯대왕의 허락 하에 그 자리를 유지하고 있으면서, 헤롯대왕의 온갖 추악한 문제들을 다 가려주고 있었다. 그런 대제사장 안나스에게는 자신의 위치와 지위가 중요했지, 말구유에서 초라하게 태어날 예수는 필요하지 않았다.

그렇게 로마 황제 가이사 아구스도에게도, 헤롯 대왕에게도, 대제사장 안나스에게도 예수는 필요한 존재가 아니었지만, 목자와 같이 밤에 집에도 가지 못하고, 말똥냄새 뒤집어 쓰고, 사람취급도 못받는 사람에게는 예수가 필요했다. 그래서 그런 목자에게 천사가 찾아가서 큰 기쁨의 좋은 소식을 전한 것이다.

이 복된 성탄의 계절에 우리는 예수가 필요한 사람인가, 아니면 예수 없어도 충분한 사람인가 우리 자신을 돌아보자.  “심령이 가난한 자에게 복이 있나니…”

wmclakim@gmail.com

 

12.21.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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