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가을에는 여행 복이 많았다. 단풍을 보러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마침 막내가 직장 동료 결혼식으로 캘거리에 갈 일이 있다고 해서 딸과 함께 캘거리에서 만났다. 우리가 도착한 날은 도시가 노란 낙엽으로 물들어 있었는데 하룻밤 사이 내린 비로 산은 온통 흰 눈이 ...
얼마 전 아끼는 제자에게서 다음 달에 목사 안수를 받는다고 참석할 수 있는지 연락이 왔다. 며칠 후에 다른 제자도 그 주 토요일에 안수식이 있다고 전화를 했다. 젊은 제자들의 목사 안수 소식을 들으니 마음이 기쁘기도 하지만 안스럽기도 하다. 어려운 길을 걸어갈 그들을 ...
지난 일 월에 학교로부터 내가 담당하던 프로그램을 닫기로 결정해서 교수직 연장을 안 해준다는 통보를 받았고 이번 8월 말로 학교 교수직이 끝났다. 오랜 교수생활에서 이사해야 할 짐으로 남은 것은 책과 강의노트다. 친구 교수는 은퇴하면서 다 버렸다는데 이십 년 넘게 가르...
지난주에 옷장 옷걸이대 한쪽이 통째로 무너져 내렸다. 떨어진 옷걸이대를 살펴보니 합판에 작은 스테이플이 잔뜩 박혀 있었다. 그렇게 허술하게 붙여 놓았으니 약할 수밖에 싶었다. 덕분에 안 입는 옷들을 정리할 기회가 되기는 하겠지만 어떻게 고칠 수 있을지 생각이 많았다. ...
이제 한 달 후면 학교를 그만 둔다. 은퇴의 시기로 들어서니 생소한 많은 일들을 처리해야 하는 것이 은근한 스트레스가 된다. 메디케어 플랜 A, B 이외의 보험을 정하는 것, 소셜 시큐리티 연금 신청, 401k를 고정된 수입으로 만드는 것 등이 모두 새롭다. 바른 결정...
우리 모두는 특정한 음식에 연결된 기억이 있다. 좋은 기억은 아마도 어린 시절에 엄마가 만들어 주신 음식이나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했던 음식에 대한 추억일 것 같다. 나의 경우 어린 시절 엄마가 시루에서 막 쪄낸 팥 시루떡을 이웃집에 돌리던 떡 심부름 기억이 있다. 어...
봄이다. 뒤 뜰 작은 화단의 흙을 고르다 보니 무슨 꽃인지도 모르는 구근에서 싹이 돋아난 것이 눈에 띄었다. 아마도 작년에 화분에 담겼던 꽃이 진 후에 구근을 땅에 심은 것에서 싹이 튼 것 같았다. 별 기대 없이 심었었는데 싹이 나오다니 반가웠다. 일단은 싹이 난 구근...
지난 연말로 십 년 동안 있었던 교회를 떠났다. 사실 풀타임으로 학교 일을 하면서 틈틈이 교회 사역을 하느라 원하는 만큼 시간을 못 내는 것이 늘 마음 한켠에는 걸렸었다. 그러나 막상 내가 생각한 시간이 아닌 때에 갑자기 사역을 내려놓게 되니 서운한 구석도 있었다. 모...
1. 올해 첫 날을 세도나에서 맞았다. 한국에서 온 언니와 형부가 귀국하기 전에 아이들과 함께 한 짧은 여행이었다. 새해 첫날 해 뜨는 광경을 본다고 일찌감치 숙소를 나섰다. 한 달 동안 계속 대가족이 어울려 지내느라 조용한 개인 시간이 그리웠던 내 마음을 딸아이가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