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와 문화의 상관 관계

송종록 목사 (크로스선교전략 연구소)
송종록 목사

(크로스 선교전략 연구소)

인간은 누구나 문화의 옷을 입고 있다. 그것은 태생적으로 물려받은 것과 자라 면서 후천적으로 영향을 받는 것이 있다. 이는 마치 공기와 비슷하다. 우리는 시시각각 호흡 하지만 공기를 잘 의식하지 못한다. 너무나 당연한 일상이기 때문이다. 인간을 알기 위해서는 그 문화 이해가 필수적이다. 그간 기독교 선교를 돌아보면 타문화 이해 면에서 너무 취약했었다. 선교학자 브루스 니콜스(Bruce Nicholls)는 “복음주의 선교사들이 하나님 말씀을 전할 때 종종 인간문화의 중요성과 영향력을 무시하거나 과소평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복음의 순결성(the purity of the gospel)을 지키려는 열의에 차서 정작 복음을 듣는 자들의 관습, 사고 패턴, 가치체계, 행동 양식과 같은 것들에 대해서 민감치 못할 때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그의 질타는 마치 한인 선교사들을 향해하는 말처럼 느껴진다. 타 문화권은 우리가 낳고 자란 본토, 친척, 아비 집의 연장 선상이 아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낮은 자세로 현지 토착문화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1. 영적이면서도 문화적인 인간

 

세계에는 약 24,000 종족이 있다. 이들은 지역과 종교, 인종에 따라 얼굴 모양, 신체, 피부 색깔, 언어, 음식, 종교의식, 예절, 가치관, 관습 등이 다르게 나타난다. 1974년 스위스에서 개최된 세계 복음화대회에서 작성된 로잔언약(The Lausanne Covenant)은 인간문화와 관련하여서 다음과 같이 천명한 바 있다. “인간은 하나님의 피조물이기에 인간의 문화 속에는 아름다운 것, 선한 것이 분명히 있다. 또한, 인간은 타락한 존재이기에 죄로 오염(tinted)되어 인간문화 속에는 사탄적(demonic) 요소들도 있다.” 이렇듯 문화는 인간의 관점으로부터 그들이 태어나서 사회화되는 전통적인 부분까지도 모두 포함하고 있다. 문화는 생물학적이고 환경적인 조건들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문화는 변하며 살아 움직이는 동시에 과거의 것들을 전승한다. 무형문화이든 유형 문화이든 그 주체는 인간이다. 따라서 타 문화권 선교를 할 때에는 복음 못지않게 현지인의 세계관을 지배하고 있는 문화를 간파해야 한다.

 

인간은 영적이면서 또한 문화적인 존재이다.

개신교 선교는 공격적이며 현지 문화를 소홀히 한 경향이 있다.

복음이라는 씨앗이 발아하기 위해서는 좋은 토양이 준비되어야 한다.

 

2.  문화의 차이에서 비롯된 각 나라 인사법

 

   세계의 여러 종족들은 그들 나름의 다양한 인사법을 가지고 있다. 인사의 형식은 그 나라 구성원들이 공감할 수 있는 독특한 문화가 바탕이 되어 있다. 우리는 그 표현방식을 통해 그들 문화를 엿볼 수 있다. 세계적으로 가장 보편화된 인사법이 악수이다. 고대 바빌론에서는 신성한 힘이 인간의 손에 전해지는 것을 상징하는 의미로 통치자가 성상(聖像)의 손을 잡았다는 이야기가 있다. 중세 때는 기사들이 칼을 차고 다니곤 했는데 상대방과 싸울 의사가 없을 때는 손에 무기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오른손을 내밀어 잡았는데 이것이 악수의 유래가 되었다고 한다. 프랑스, 이탈리아, 멕시코, 페루 등에서는 “비주(Bisou)”라는 인사를 나누기도 한다. 가까운 가족과 친구 사이의 볼에 살짝 입을 맞추거나 뺨을 부드럽게 부딪친다. 비주는 오른쪽 뺨부터 입을 맞추는 것이 관례이다. 뉴질랜드의 마오리족에겐 “홍이(hongi)”라고 불리는 독특한 인사법이 있다. 서로 손을 잡고 “키아 오라(Kia ora: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하면서 코를 각각 다른 편으로 두 번 맞대거나 살짝 누르면 된다. 코를 비비는 이 인사법은 삶의 숨결을 교환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태국의 인사법은 “와이(ไหว้)”라고 한다. 두 손을 가슴 쪽에 모으고 “사왓디 캅(ซาวาดิกับ)” 하면서 고개를 숙인다. 이때 합장한 손이 위로 올라갈수록 공경의 정도가 커진다. 이는 불교 문화권의 특징을 잘 나타내 주고 있다. 티베트에도 고유의 인사법이 있다. 바로 모자를 벗고 혀를 내미는 것이다. 그 의미는 자기는 머리에 뿔도 없고 혀도 있으니 악신의 화신인 “랑 다르마(གླང་དར་མ།)” 같은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표현해준다. 아프리카 마사이 부족에게는 반가움의 표시로 상대방에게 침을 뱉는 인사법이 있다. 그곳은 물이 부족하였기에 자신의 몸에 있는 수분 또한 귀한 것이다. 이로써 침을 뱉는 것은 귀한 것을 함께 나눈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3. 라틴과 서구의 대표적인 축제

 

세계에는 크고 작은 수많은 축제들이 있다. 축제는 그들 나름의 강렬한 문화표현이다. 우리는 축제를 통해 토착민들의 사상과 정서와 문화를 보게 된다. 브라질의 리우 카니발은 지상 최대의 축제라고 말할 수 있다. 저들은 “리우 카니발”을 즐기기 위해 1년을 산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카니발의 어원은 라틴어인 Carnelevamen (살코기를 끊는다)이다. 카니발은 곧 다가오는 사순절이라는 금욕기간에 앞서 영양을 보충하기 위해 마음껏 먹고 마시자는 취지에서 시작되었다. 이 축제의 진미(眞味)는 삼바 퍼레이드이다. 축제 기간인 나흘 동안 밤낮을 가리지 않고 뜨거운 열기가 계속된다. 스페인의 “라 토마티나(La Tomatina)” 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토마토 축제”이다. 이는 매년 8월 마지막 주 수요일에 스페인의 작은 마을 부뇰에서 열린다. 매해 평균 4만 명의 사람들이 길거리에서 토마토를 이용해, 한 시간 정도 싸움을 즐긴다. 이 축제는 1944년 폭락한 토마토 값 때문에 화난 농부들이 분풀이로 토마토를 던진 역사에서 시작되었다. 이때 매년 5만 킬로그램의 토마토가 거리를 빨갛게 물들인다고 한다. 이 역사는 길지 않지만 붉은 토마토의 강렬한 색채와 역동감 넘치는 풍경이 스페인 사람들의 기질을 잘 대변해주고 있다. 

 

4. 기후, 계절과 연관성이 있는 아시안의 유명한 축제

 

송크란 축제(Songkran Festival)는 매년 4월 13-15일 기간 동안 태국 전역에서 열린다. 공식 휴일은 4월 13-15일로 3일이지만, 전후 약 10일간은 축제 분위기가 이어진다. 이 기간이 태국 한해 중 기온이 가장 치솟는 건기이다. 이때가 지나면 이어지는 우기에 풍부한 비가 내려 한해 농사가 풍요롭게 이뤄지기를 기원한 데서 유래했다. 송크란은 흔히 “물 축제”라고 불리는데, 기간 내내 벌이는 떠들썩한 물싸움이 페스티벌의 중심이다. 축제 기간의 물은 축복의 의미를 담고 있으므로 설사 물을 맞았다고 인상을 쓴다거나 짜증은 내는 것은 금물이다. 인도의 홀리 축제(Holi, India)는 일명 “사랑의 축제”로 알려져 있다. 이는 힌두력으로 겨울이 끝나고 봄이 시작됐음을 축하하는 봄맞이 축제이다. 매년 2-3월경 인도 전역에서 열린다. 봄꽃들이 만발한 화창한 계절을 맞이하는 것인 만큼 당일에는 다양한 빛깔의 색 가루나 물감을 서로의 얼굴이나 몸에 문지르거나 뿌린다. 어떤 이들은 색 물감이 들어 있는 풍선을 던지거나 물감의 든 물총을 쏘기도 한다. 사원과 거리가 온통 형형색색으로 물드는 이 장관 덕분에 “색채의 축제(Festival of colours)”로도 알려져 있다. 이처럼 문화축제 속에는 저들의 사상과 기질이 녹아 있다.

 

맺음말

 

현지 문화는 개체적으로 인사법에, 집단적으로 축제 가운데 농축되어 있다. 선교문화인류학자 폴 히벌트(Paul Hiebert)는 “선교란 특정 문화권의 생산품인 선교사가 타 문화권으로 들어가는 사건이다. 타 문화권에 들어가는 선교사는 문화적 차이에 대해 민감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현지 문화를 쉽게 정죄하고 공격적이 될 수 있다. 이런 실수가 과거 선교역사에서 빈번히 일어났다”라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그간 한인 세계선교는 현지 상황을 깊이 고려하지 않고 목표 지향적으로 밀어붙였다. 그 후유증은 시간이 흐르면서 하나, 둘씩 나타나고 있다. 타 문화권 선교는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도처에 암초가 있다. 우리는 성급함을 자제하고 순차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는 저들이 호흡하는 대기처럼 뗄 수 없는 그 문화를 이해하지 않고는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생명의 씨앗은 토양이 준비될 때 잘 발아할 수 있다. 

Jrsong007@hanmail.net

 

11.09.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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