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의 첫 관문인 타 문화권 언어습득

송종록 목사

(크로스선교전략 연구소)

타 문화권 언어 습득은 선교를 위해 필수 불가결한 조건이다. 이것을 소홀히 하면 선교는 수박 겉핥기 식 사역이 되기 쉽다. 일반적으로 한인 선교사들은 언어 습득에 큰 비중을 두지 않는다. 주된 관심사는 사역이다. 하루라도 빨리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싶어한다. 어떤 이는 선교지에 도착하자마자 말 한마디 못해도 통역을 써서 일을 시작한다. 참으로 무식 용감하다 아니할 수 없다. 이렇듯 한인 선교사들은 그 사역의 연륜과 내용에 비해 현지 언어 수준이 낮다. 이방 언어 습득을 크게 비중을 두지 않는 사역문화는 장기적 측면에서 볼 때 큰 우(愚)를 범한 것이다. 선교는 그 나라 언어 수준만큼 문화 이해가 되고 사역도 심층적으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탄탄한 기초 공사 없이 어떻게 큰 빌딩을 지을 수 있단 말인가?

따라서 난 곳 방언을 경시한 선교패턴은 심각히 재고되어야 한다. 현지 언어습득에 대한 효과적전 방안은 무엇인가?

 

1. 장기사역을 위한 인식의 변화

 

우리 속담에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한다.’라는 말이 있다. 시작의 중요성을 강조함이렷다. 장기 선교사로 헌신한 자는 첫 텀(Term)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사역의 미래가 결정된다.

OMF선교사 출신이자 강해설교의 대가인 데니스 레인(Denis J. V. Lane)은 “선교사에게 첫 2년은 평생 사역의 기초를 놓은 기간이며 그의 전 생애를 통해서 가장 어려운 시기”라고 하였다. 맞는 말이다. 이는 이식하는 나무와 같다. 만일 30년 된 사과나무를 뽑아 기후와 토양이 전혀 다른 지역에 심을 때 대두되는 가장 큰 쟁점은 무엇인가? 이는 “얼마나 빨리 열매를 맺느냐”가 아니라 “사느냐 죽느냐”의 생존 문제이다. 나무가 살아나려면 땅속에 뿌리를 깊이 내려야 한다. 그것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고독한 투쟁이다. 만일 제한된 자양분을 뿌리에 투여하지 않고 잎이나 열매 쪽으로 보낼 때 그 나무는 곧 말라 비틀어 죽게 된다. 그러므로 선교지에 첫 발을 내딛는 자는 모든 정력을 현지 언어 습득에 쏟아야 한다. 기초공사에 소요되는 시간과 재정은 결코 낭비가 아니라 그 자체가 하나의 사역이다.

 

2. 선교사가 넘어야 할 첫번째 과업

 

서구 선교사 사회에서는 보통 한 텀을 4년으로 친다. 이 때의 주된 사역은 현지 언어를 학습하는 것이다. 이 시기를 놓치면 현지 방언을 제대로 습득하기 어렵다. 살아가면서 천천히 하면 되는 것이지? 천만의 말씀이다. 누구에게나 첫 텀은 모든 것이 낯설고 긴장된 순간이다.

현지에 아는 이도 없고, 오고 갈 데도 없다. 할 일도 없다. 길도 모른다. 언어 소통이 안 되므로 답답하다. 이러한 환경은 언어 학습을 하기에 최적의 조건이다. 학습에 집중할 수 있다. 하지만 1년쯤 지나면 상황이 달라진다. 여기저기 다닐 길도 알게 되고 친구도 생긴다. 현지 말도 조금함으로 긴장도 많이 풀린다. 그러면 자연히 제한된 에너지가 분산된다. 결국 나중에는 생활언어 수준에 머물면서 활동적으로 변하게 된다. 그래서 OMF나 WEC 같은 국제기관에서는 Language Supervisor가 있다. 그는 시어머니처럼 인턴 선교사의 언어습득을 안내하고 정기적으로 체크한다. 그 정책은 다음과 같다. 신참 선교사는 첫 텀 2년 동안은 일을 할 수 없다. 오로지 언어학습에 전념해야 한다. 나머지 2년도 자유함이 없다. 계속적으로 언어습득에 집중하며 부분적으로 협력사역을 참여하게 한다. 그리하여 한 텀이 끝날 때는 최종 언어수준 평가를 받는다. 만일 기대수준에 못 미칠 경우 그는 선교기관을 떠나야 한다. 따라서 인턴 선교사는 늘 긴장한 채로 현지 언어 습득에 매진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선교사 관리제도는 서구 선교단체의 오랜 노하우에서 나온 것이다.

 

3. 브루스터( Brewster) 부부의 언어학습 기술개발 이론

 

현지 언어를 잘 배울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 가능한 정규 언어학교에 입학하는 것이 좋다. 혼자 한다거나 개인적인 레슨은 효과가 적다. 언어 학습자는 대학 입학을 준비하듯 최선을 다해야한다. 시간과 물질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방법적으로 지식과 이론을 생활 가운데 동시적으로 적용함이 중요하다. 언어학교에서 아무리 많은 것을 배우더라도 삶의 현장에서 실습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죽은 언어가 된다. 선교사 언어훈련 전문가인 토마스, 엘리자벳 브루스터(E.Thomas Brewster, Elizabeth S. Brewster)부부는 “언어학습기술개발을 위해 첫째 그 지역 현지인과 함께 살며 지역 대중교통만 이용하라. 둘째 관계 속에서 언어를 배우고 개인 소지품을 20kg으로 제한하라. 셋째 방법론적인 면에서 생활을 통해 언어를 습득하라. 넷째 현지에서 몸으로 부딪치면서 배우라.”라고 조언한다. 요약하면 어린아이처럼 생활 속에서 듣고 말하기를 반복할 때 가장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깊이 있는 대화를 위해선 문법 또한 따로 공부해야 한다. 문법적인 이해는 언어생활에 완성도를 더하고 보다 정확한 의미와 감정전달을 가능하게한다.

 

4. 모범적인 TLI (Taipei Language Institute)언어 학습법

 

TLI는 대만에 있던 외국어 교습학원이다. 여기는 주로 선교사들에게 중국어를 학습시키는 곳이다. 학원 원칙은 선생과 학생의 1:1맞춤형 교육방식이다. 1:1 학습법의 장점은 학생이 딴 생각을 하기 어렵다. 이 때 선생은 새로운 것을 가르쳐 주기보다 학생의 눈높이에서 언어실습대상으로서 역할을 한다. 선생은 대화를 유도하며 잘못된 부분의 교정과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수업은 주 5일 하되 하루에 보통 2시간씩이다. 학생에게 처음 교육한 것은 발음이다. 언어 학습에서 발음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 나쁜 발음이 몸에 배면 고치기 어렵다. 내가 열심히 뭔가를 말했는데 상대방이 알아듣지 못하고 눈만 뻥긋뻥긋할 때처럼 힘 빠지는 것도없다. 이곳에서 강조한 학습법은 4-2-1전략이다. 즉, 2시간 수업을 위해 4시간 예습을 하게 한다.

대화식 수업에 이어서 학습자는 최소 1시간 복습을 해야 한다. 복습의 현장은 배운 주제와 맞는 곳이다. 이를테면 오늘 주제가 우체국에 관한 것이었다면 책을 들고 우체국으로 가서 직접 언어표현을 하며 실습하는 것이다. 이러한 학습과정은 학생 입장에서 간단치 않다. 그렇다 하더라도 언어 진보를 위해서는 못 할 바가 무엇이랴!

 

난 곳 방언은 토착민의 마음을 여는 키이다.

인간은 혀가 있는 한 어떤 언어도 배울 수 있다.

문제는 학습자의 열정과 반복적 응용과 지속성에 달려있다.

 

맺음 말

 

현지 언어를 배우는데 가장 빠른 길은 무엇인가?. 정도를 걷는 것이다. 요령을 피우며 대충 건너뛸 때 그 여파는 평생을 간다. 대도무문(大道無門)이라는 말이 그냥 전래된 게 아니다. 선교는 어차피 장기전이다. 그러므로 선교 헌신자는 혜안(慧眼) 가운데 순리적으로 발을 내 딛어야 한다. 그 시작이 바로 현지 언어를 습득하는 것이다. 언어 학습에 왕도가 없다는 말이 있다. 아니다. 왕도가 있다. 무조건 용을 쓴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좋은 방법론을 따라가야 한다.

감사하게도 서구선교 기관들을 좋은 노하우들을 가지고 있다. 우리 한인 크리스천들은 저들의 합리적 사고를 겸손히 배워야 한다. 특별히 외국어 습득 방법에서는 배울 것이 많다. 그 대표적인 것은 서두르기보다 즐기는 일이다. 따라서 처음 파송 받은 선교사는 사역적 욕심을 내려놓고 시작부터 차근차근 다져가야 할 것이요, 기존의 선교사들도 난 곳 방언을 습득해 가는 데 멈춤이 없어야 다. 그러면 언어의 진보가 대나무 마디처럼 한 단계씩 올라 갈 것이며 사역도 큰 힘을 받을 것이다.

jrsong00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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