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교회 속에 담긴 선교적 묵시(默示)

송종록 목사

(크로스선교전략 연구소)

이 세상에는 수많은 유형교회가 있다. 한인교회를 계수하면 한국에 약 5만개, 해외에 약 5천 개로서 합치면 55,000 정도이다. 그중 주님께서 한 교회를 택한다면 어느 교회가 선택을 받을까? 그간 적지 않는 교회들이 좀 더 크고 화려한 예배당을 짓기 위해 막대한 헌금을 쏟아부어 왔다. 그 후엔 사택과 교육관을 짓고 주차장을 늘리며 나중에는 기도원과 묘지를 샀다. 교회의 중심 자원이 본질적 사명보다는 가시적 건물에 투자되었다. 이렇게 하다 보면 100년이 획 지나가기 마련이다. 그런 반면에 교회 건물보다는 선교와 전도, 구제에 힘쓰는 멋진 교회들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전북 전주시에 있는 안디옥 교회이다. 이름하여 깡통교회라 한다. 이 교회는 난민수용소를 연상시킨다. 담장도 없다. 길 쪽으로 난 본당의 문은 활짝 열려 있다. 주보도 흑백이며 전면에 담임 목사 이름도 없다. 헌대 왜 볼품없는 이 교회가 우리에게 신선한 충격과 감동을 주는가? 그리스도의 정신과 지상명령을 준행하는 생명 공동체이기 때문이다.

 

1. 깡통교회 이름의 유래

 

이동휘 목사는 1983년 3월 27일 전주 안디옥교회를 개척하였다. 본 교회당은 미군이 사용했던 양철지붕으로 된 소형 비행기 격납고를 구했다. 그렇게 한 이유는 개척할 때 자금이 부족해서였다. 교회의 모델은 사도행전의 수리아 안디옥교회였다. 그 의미는 오직 선교에 목숨을 걸겠다는 것이다. 본 교회는 개척 때부터 재정의 60% 이상을 선교비로 사용하였다. 이를 위해 각 부서는 스스로 자립해야만 했다. 여름성경학교 때 상품이나 음식을 주지 않았다. 겨울 성경학교 때도 마찬가지였다. 성경학교 마지막 날 글짓기를 하였다. 이때 한 아이의 글 중에서 '깡통교회'라는 말이 나왔다. “우리 교회는 깡통의 반을 잘라서 엎어 놓은 것 같은 깡통교회이다. 하지만 나는 우리 교회가 정말 좋다. 우리교회는 선교하는 교회이기 때문이다." 

 

2. 선교사 교회를 지향하는 깡통교회

 

선교란 무엇인가? 이동휘 목사는 학문적인 접근과 정의보다 쉽고 단순하게 표현한다. 선교란 구원 받은 자가 구원의 예수님을 구원받지 못하는 자에게 전하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선교사이다. 행 1:8말씀에 의하면 예수를 믿는다는 것은 성령을 받은 것이다. 성령 받았으면 증인의 삶을 사는 것이고, 증인의 삶을 사는 사람이 '선교사'이다. 선교는 '돈'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성령'으로 하는 것이다. 선교하는 교회는 성결해진다. 교회에 문제가 많은 것은 선교하지 않기 때문이다. 선교적 교회를 넘어 선교사 교회(missionary church)가 되어야 한다. 선교적 교회는 누군가를 파송하는데 중심을 두지만, 선교사 교회는 모두가 선교사임을 깨닫고 자신이 나가는 교회이다. 구체적으로 선교 영역을 *해외 선교사 *자녀 선교사 *기도 선교사 *물질 선교사 * 직장 선교사 * 가족 선교사 * 문화 선교사 * 길거리 선교사 등 8가지로 구분한다.”

3. 깡통교회의 7대 실천 강령

 

본 교회의 사명선언은 사도행전 1:8의거 “전교인이 가는 선교사, 보내는 선교사, 돕는 선교사가 되어 오대양 육대주에 그리스도의 십자가 보혈이 넘치게 함을 나타낸다”이다. 7대 실천 강령은 다음과 같다. 1) 안디옥 성도는 자신의 삶을 거룩한 산 제물로 드리는 참된 예배자가 된다. 2) 안디옥 성도는 주님을 따라가는 그리스도의 제자가 된다. 3) 안디옥 성도는 해외선교, 농촌선교, 특수선교, 교육선교에 파송 받은 선교사가 된다. 4) 안디옥 성도는 교회 재정의 60% 이상을 선교 사역에 사용한다. 5) 안디옥 성도는 선교적 조직 체제에 참여하며 자립을 원칙으로 한다. 6) 안디옥 성도는 모든 봉사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며, 희생 봉사를 원칙으로 한다. 7) 안디옥 성도는 교회의 모든 사역과 집회에 책임감을 가지고 참여한다. 이동휘 목사는 지상명령을 관념으로 그치지 않고 가정과 목회에 접목해 나아갔다. 하나님의 은혜로 그의 4자녀들도 모두 선교사로 나간 것이다.

 

4. 깡통교회의 재정구조

 

본 교회는 매년 전체 예산의 60%, 많을 때는 70% 가까운 비용을 선교와 사회구제비로 지출하고 있다. 1986년 첫 선교사를 내보낸 이후 현재 90여 개국에 400명의 선교사를 파송 후원하고 있다. 또 교회는 지역의 노인과 장애인을 위한 노인복지회관을 위탁 운영하고, 농어촌 미자립 교회를 위한 지원에 힘을 쏟고 있다. 크리스마스 예배 때 다른 교회라면 흔히 나눠주는 간단한 물품이나 빵조차 나눠주지 않는다. 따라서 교회는 각 기관에 대한 재정보조가 일체 없다. 어린이 교회학교, 중고등부, 대학부, 성가대 모두가 자체헌금으로 유지할 뿐 아니라 자체헌금 가운데서도 60%는 무조건 선교비로 사용케 되어 있다. 

 

5. 깡통교회를 통해 세워진 바울 선교회

 

 "온 천하에 다니며 만민에게 복음을 전파하라"(막 16:15). 전주 안디옥교회는 개척한지 3년째인 1986년 3월 11일에 다른 교회들과 함께 초교파 선교단체로써 "바울선교회"를 창립하였다. 선교의 주체는 하나님이시기에 모든 것의 주인 되시는 하나님만 바라보고 오직 성령의 능력을 의지하며 바울과 같은 선교정신으로 믿음선교를 출발한 것이다. 바울선교회의 7대 정신은 *절대 구원 *절대 소명 *절대 기도 *절대 감사 *절대 복종 *절대 헌신 *절대 사랑이다.  http://mk2021.or.kr › 바울선교회 의하면 현재 한국인 파송이 85개국에 404명, 현지인 파송이 25국에 94명이다. 이를 위해 1천여 개의 교회가 지원하고 있고, 1천500명 이상의 개인 후원자도 있다. 한 사람의 선교적 헌신이 이처럼 기념비적인 깡통교회를 낳았고 바울선교회를 태동케 하여 한국선교단체의 마중물과 같은 역할을 수행케 했다. 

 

전주 안디옥 교회는 모든 구조가 선교적이다.

본 교회는 예산의 60% 이상을 선교에 사용한다. 

세계교회가  깡통교회를 닮아 간다면 세상은 많이 달라질 것이다.

 

6. 깡통교회의 상징성

 

국내외를 막론하고 많은 크리스천들이 깡통교회를 보고 싶어 한다. 왜 그러한가? 대부분 교회들이 필요 이상으로 예배당 건물에 집중(All In)하기 때문이다. 성도들은 전통교회에 대한  실망과 식상함이 너무 크다. 이제 전주 안디옥 교회는 내년이면 40주년째가 된다. 앞으로 40년을 내다보며 어떤 청사진을 가지고 있을까? 기대 반 우려 반이다. 우려함이란 깡통교회도 변질되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이다. 아무튼 본 교회는 세계 한인교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고 신선하며 도전적이다. 그렇다면 릭 워렌(Richard Duane Warren) 목사의 “목적이 이끄는 교회”처럼 개척자의 숭고한 선교정신이 형태(Form)와 내용(Contents)면에서 이어지면 좋겠다. 이 교회마저 세속의 흐름을 따라 크고 화려한 교회당을 건축한다면 아마도 낙심할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맺음말

 

“불편하게 삽시다.” 여기 문구는 이동휘 목사가 늘 외쳤던 교회 표어이다. 그는 예배당은 그렇게 많은 경비를 들여 짓는 건물이 아니에요. 내부를 화려하게 꾸밀 일도 없고. 예배당은 각자의 안목과 가치관으로 짓는 것이죠. 교회가 가난해져야 사회가 부유해집니다.”  이 말 속에는 교회건축에 대한 그의 철학이 담겨있다. 그 목자에 그 양들이라고 깡통교회 성도들은 불편함을 오히려 감사로 받아들이며 대견해 한다. 비움의 사랑실천은 우리를 감동케 한다. 오늘날 교회에 대한 불신자들의 평가는 혹독하다. 기독교가 아니라 개독교라고 질타하는 자들도 있다. 성도들도 마음이 무겁다. 본질에서 떠나 세속화되어 가는 교회들 때문이다. 혼란스러운 세대에 교회마저 타락하면 답이 없다. 문제가 안 풀리고 어려울수록 우리는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것은 초대교회처럼 선교적으로 체질변화를 하는 것이다. 우리는 깡통교회를 통해 오는 주님의 묵시(默示)를 경히 여기지 말아야 한다.

jrsong007@hanmail.net

10.08.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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