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순 목사 (충신교회 원로)
대외활동의 원칙 대외활동이나 연합사업에 참여하면서 세운 몇 가지 원칙이 있었다.
1)광역목회다 교단 일이나 연합사업에 참여하면서 ‘세계는 나의 교구’라는 말을 떠올렸다. 그러나 경계할 것은 대외활동을 빌미로 목회를 소홀히 하거나 게을리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목회자가 교회를 제쳐 둔 채 교단 사무실이나 연합기관을 할 일 없이 드나들고 맴도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목회보다 교회 밖의 일을 즐기는 사람들, 거기에 올인하는 사람들, 오늘도 이곳저곳을 기웃거리지 않으면 좀이 쑤시는 사람들에게 주고픈 말이 있다. 그것은 ‘교회로 돌아가라’는 것이다. 필자가 소속된 통합교단의 경우 100주년기념관 안에 총회장을 위한 숙소가 마련되어 있다. 그러나 필자는 총회장 재임기간 단 한 번도 그 방을 사용한 일이 없다. 회의를 주재하거나 외빈을 맞아야 할 때만 총회본부를 출입했다. 업무가 끝나면 곧바로 나왔다. 교회도 정치가 필요하고, 교단이나 연합기구도 졍치가 필요하다. 그러나 정치는 정치(正治)라야 한다. 사심이나 공명심이 작용하는 것은 금기다. 지방색을 앞세운다든지 자기네 조직의 저변변화의 기회로 악용하는 것도 삼가야 한다.
2)섬김이다 서 있던 자리, 앉아 있던 자리 그리고 떠난 자리가 투명하고 깨끗해야 한다. 교단이나 연합기구의 재정을 축내는 것도 잘못이다. 필자의 경우 은퇴하는 날까지 그리고 은퇴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교단이나 연합사업체의 공금을 사용(私用)하는 일이 없다. 총회장 재임 기간 출장비나 판공비를 쓴 일이 없고 연합기관의 수장 재임기간 역시 돈을 쓰지 않았다. 총회장에게 할당된 출장비, 여행비, 판공비는 모았다가 총회 직원 자녀 장학금으로 내놓았다. 지금도 몇 군데 법인 책임을 맡고 있지만 신용카드나 판공비를 쓰지 않는다. 이유는 ‘섬김’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잡식을 즐기다 보면 함정에 빠지고 올무에 걸린다. 그리고 시시한 구설수에 오르내린다. 목회도, 대외활동 참여도 철저하게 섬김에 뿌리를 내려야 한다.
3)인화(人和)가 중요하다 화(和)가 깨지면 소통이 막히고 연합이 무너진다. 목숨 걸고 자리를 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원하는 자리에 앉을 수는 있지만 연합을 이루지는 못한다. 전체를 아우르지 못하고 패거리 정치로 공동체를 망가뜨린다. 그런 아류의 사람들 때문에 한국교회가 표류하는가 하면 지탄의 표적이 되고 있다. 가정도, 교회도, 연합기구도 인화가 정착하면 성장과 발전의 속도가 빨라진다.
4)큰 것을 위해 작은 것을 양보한다 대의(大義)를 위해 소의(小義)를 내려놓고, 대사(大事)를 위해 소사(小事)는 물러서야 한다. 반대로 작은 득실 때문에 큰 것을 망치는 사람들이 있다. “내가 살면 교회가 죽고, 내가 죽으면 교회가 산다”(我生敎會死 我死敎會生)는 족자에 새겨진 글귀를 늘 바라본다. 교회와 연합을 위해서라면 물러서고 내려놓는 용단이 필요하다.
5)목회를 소홀히 하지 않는다 평소 필자는 목회자에게 가장 중요한 사역이 무엇인가를 생각했다. 그리고 총회장도, 연합사업도 목회 다음이라는 전제 아래 사역을 수행했다. 총회장 재임 기간 동안 교회를 소홀히 하지 않기 위해 안식년이나 안식월을 활용하지 않았다. 주일 강단을 지켰고, 새벽기도회를 인도했다. 회의차 해외를 나갔더라도 주일이면 돌아와 설교를 했다. 제아무리 연합사업이나 그 직임이 화려하고 소중해도 목회 다음 순위에 자리를 두었다. 총회장 1년 임기가 끝난 후 모 신문사와의 대담이 있었다. 대담 말미에 기자가 “총회장 임기가 끝나고 어떤 목사로 평가받기를 원하십니까?”라는 질문을 했다. 대답은 “목회자라는 평가를 받고 싶다”였다. 필자와 동역했던 부교역자들은 오히려 “총회장 임기 동안 교회가 더 부흥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iamcspark@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