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와 회의(하)

박종순 목사 (충신교회 원로)

2)서두르지 않는다 인생이 마라톤인 것처럼 세월도 길고 길다. 그런데 자칫 잘못하면 오늘 당장 가결되어야 하고 내일 실현되어야 하는 것처럼 과정이나 결과를 서두르다가 좌초하는 경우가 많다. 서두르면 느려지고 기다리면 빨리 가는 것이 목회다.

조급증 환자는 자기 뜻대로 일이 처리되지 않으면 안절부절 못하여 중심을 잡지 못하고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 그리고 그 누군가를 원망하고 과녁으로 삼는다. 솔직히 말하면 목회나 회의는 내 뜻대로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다. 뜻대로 되었을 때 개선가를 노래하거나 쾌재를 부를 필요도 없고, 내 뜻대로 되지 않았을 때 자포자기하거나 자학할 필요가 없다. ‘천천히 확실하게’는 필자의 좌우명이다. 필자의 타고난 성격은 예민하고 조급한 편에 속한다. 그러나 목회자의 삶을 시작하면서부터 성격과 태도 교정을 위해 노력했다. 서두름은 득보다 실이 크다는 것이 평생 목회를 통해 캐낸 보화다.

3)결과의 승복한다 내 계획이나 뜻대로 안 되고, 내가 원하고 바라는 쪽으로 결론이 나지 않았더라도 목회를 위해 승복해야 한다. 목사도 당회원도 그래야 한다. 결과를 두고 누구를 탓한다든지 책임 소재를 규명하려 든다든지 시시비비를 가리려 드는 것은 장기목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교회란 뒷말이 무성할수록 흔들리는 곳이다. 귀에 대고 소곤거린 말도 이 사람 저 사람에게로 전이되고 확성된다. 그래서 목사는 입조심, 말조심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모 교회 K목사는 한 주일이 지나면 지난주에 있었던 회의 결과를 뒤집고 번복하기를 되풀이했다. 뒤집는 이유는 ‘기도해보니 하나님의 뜻이 아니었다’, ‘계시가 임했다’였다. 그러나 당회원들은 사모님의 기도와 계시가 목사님의 번복을 조종하고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아차렸고 심각한 갈등으로 번진 일이 있었다. 필자의 경우는 논의와 결과가 비논리적이고 비합리적 요인을 내포하고 있더라도 다음 날 뒤집는 일을 피했다. 일단 결과를 결과로 인정할 때까지 질서가 깨지지 않기 때문이다.

대화하라, 소통하라

독재자에게 회의는 무의미하다. 교회공동체는 군왕이나 황제의 독단으로 굴러가는 수레가 아니기 때문에 회의가 존재한다. 장로교의 경우는 의결기구가 제직회, 당회, 공동의회로 구성된다. 의결 현장에서 대화와 소통을 꾀하는 것은 때가 늦다. 대화와 소통은 평소 생활 속에서 성립되어야 한다. 그래야 신뢰와 위임의 열매를 거둘 수 있다. 평소 대화와 소통의 장을 마련하려면 먼저 목회자의 마음이 열려야 한다. 대화가 단절된 목회는 불통 목회다.

‘나는 하나님과 깊은 영적 교제를 한다’, ‘나는 사람의 낯을 살피지 않는다’, ‘나는 하나님의 소리에 귀기울인다’, ‘나는 사람의 소리에 신경 쓰지 않는다’라며 불통 목회를 고수하다 보면 여기저기 혈전이 막히고 순환장애가 일어난다. 목회는 하나님이 것이지 내 것이 아니다. 목회는 하나님의 위임이지 내가 만든 비즈니스가 아니다. 교회는 하나님의 교회이지 내 소유가 아니다. 그리고 하나님이 내 목회의 대상도 아니다. 목회 대상은 위임된 교인들이다. 그들을 하나님의 성숙한 백성으로 양육하기 위해서는 부단히 그들의 삶 속을 드나들고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그들과 얘기하고 소통해야 한다. 소통의 첫 단추는 듣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을 만나 대화를 하다보면 자기 얘기만 늘어놓는 사람이 있다. 상대에겐 말할 틈도 주지 않고 자기 말로 시공을 채우는 사람들, 솔직히 그런 사람들은 다시 만나 대화하기가 어렵다.

필자는 듣기를 노력하고 훈련했다. 어불성설이라도 들어주고 유치한 말도 경청했다. 그 사람의 눈과 입을 바라보며 중도에 그의 말을 가로채거나 면박을 주지 않았다. 개인상담의 경우 역시 내담자의 말을 인내로 들어줄 때 성립된다.

오늘도 많은 목회자들이 회의를 주재하거나 참여하게 된다. 싫든 좋든 회의는 피할 수 없다.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회의는 교회공동체를 발전시키는 동인이 될 것이고, 비생산적이고 부정적인 회의는 교회공동체는 물론 개개인의 신앙을 교란할 것이다. 회의는 재미없다. 그러나 피할 수 없다. 회의는 길수록 비능률적이고 짧을수록 생산적이다. 행복한 교회의 비전이 회의 때문에 밀려나는 일은 없어야 한다. iamcspar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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