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준비(하)

목사는 목회가 우선이다

목사는 목회가 우선이다

필자가 통합교단 부총회장으로 피선된 것은 55세 되던 해였다. 서울, 호남, 영남, 중부 4개 권역으로 나눠 부총회장을 뽑는 관행을 따라 서울지역에서 피선되었고, 당시로는 가장 연소한 나이에 총회를 섬길 영광을 얻게 된 것이다. 대다수 일흔을 바라보는 대선배들이 열전을 거쳐 당선된 데 비하면 영광이었고 기적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교단이 규모가 커지고 세계교회와의 관계 때문에 부총회장 1년, 총회장 1년 그리고 직전총회장 1년 해서 3년간은 총회를 밀착으로 섬겨야 한다. 대내외 활동에 해외교회 방문, 각종 회의 주재, 각종 행사, 연합사업 등 눈코 뜰 사이 없이 나날을 보내야 했다. 거기다 총회장이 되던 해 KNCC회장의 중임까지 맡게 된 탓으로 하루하루가 격무였고 무겁기 그지없었다. 그래서 총회장의 직무를 맡게 되면 안식년을 활용하여 목회를 쉬고 세계교회를 순방하거나 총회만을 섬기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필자는 그 방법을 택하지 않았다. 평생 목회 중 그 어느 곳에서도 안식년을 갖지 않았다. 이유는 총회장보다는 목회가 우선이라는 소신 때문이었고, 교회 밖의 일 때문에 목회를 소홀히 할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안식년 제도는 안식일을 만드신 하나님이 선민 이스라엘에게 주신 특별한 제도였고 선물이었다. 한국교회는 선교사들에 의해 실행되기 시작했고 목회자에게만 적용되기 시작했다. 지금도 철저하게 안식년 제도를 활용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대의 사람도 있다.

안식년 소감

필자의 경우 단 한번도 안식년을 갖지 않았다. 휴식과 재충전, 연구와 자기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는 것은 인정했지만 목회자가 1년 이상 교회를 떠나 있는 것이 바람직스럽지 못하다고 여겼기 때문에 안식년을 모두 반납해 버렸다. 그리고 안식년이 끝난 뒤 그 후유증으로 고통 받는 주변 목회자들의 사례들이 더더욱 안식년에 대한 필자의 생각을 고착시켰다. 안식년이 화근이 되어 아예 교회를 떠난 사람도 있다.

요즈음 추세는 안식년을 갖는 목회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럴 경우 교회 상황을 살펴야 하고 원만한 협의와 양해가 사전에 이루어져야 한다.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합의점도 찾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선언하거나 실행하는 것은 목회 기반을 흔들리게 하는 요인이 된다. 그리고 반드시 목회에 부정적 영향과 결과를 가져다 준다.

목회자의 경우 총회나 노회, 대외활동이나 연합사업보다 목회가 우선이라야 한다. 목회는 제쳐 둔 채 총회를 기웃거리고 할 일도 없이 드나드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을 정치꾼이라고 부른다.

목회! 얼마나 할 일이 많고 보살펴야 할 일이 많은가? 그런데 목회는 뒷전이고 정치판에 전력투구하는 정치꾼들은 빨리 교회로 돌아가야 한다. 물론 총회나 노회도 집단공동체인 탓으로 정치가 필요하다. 그러나 소위 ‘꾼’들이 활개 치고 요란 떠는 정치는 십중팔구 파행을 초래하고 한국교회를 피멍 들게 하는 흉기가 된다. 예나 지금이나 목회자가 서야 할 자리는 목회현장이다.

이러한 필자의 소신 때문에 밖에 일을 한다는 구실로 목회를 소홀히 할 수가 없었다. 해외순방이나 회의의 경우도 주일은 돌아와 강단을 지켰다. 그리고 돌아온 그 다음날엔 새벽기도를 인도했다. 총회장 직임 때문에 목회를 소홀히 하거나 교회성장이 정체된다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 어떤 때는 하루 동안의 미국회의를 마치고 다음날 돌아오기도 했다.

목회란 한눈팔면 금방 파장이 드러난다. 양은 목자의 돌봄 없이 자신의 행동이나 행보를 정하지 못한다. 목자는 위험과 위기로부터 양을 보호하고 이끌 책임이 있다. 필자의 경우 작은 목회였지만 총회장 재임 시 교회가 더 성장하고 활성화되었다는 평가를 받게 되었고 그 이유는 총회나 노회, 연합사업과 대외활동보다 목회를 최우선에 두었기 때문이라고 믿고 있다.

정치는 정도를 걸을 때 존재가치가 두드러진다. 그러나 소위 정치꾼들은 정도를 외면하고 파행을 일삼기 때문에 동서남북 어느 곳에서나 추대를 부린다. 목사에게도 휴식은 필요하다. 그러나 한 일도 없이 쉬는 것은 태만이다. 휴식, 안식년, 휴가, 심지어 연구 자체도 목회보다 소중하지 않다. 목사에게 목회는 최우선 순위여야 한다.

iamcspar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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