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목회를 하고 싶다(중)

박종순 목사 (충신교회 원로)

열린 목회 필자는 열린예배라는 용어 자체를 싫어한다. 더욱이 모든 악기를 총동원해 팝 수준의 가스펠을 열창하고 목사도 청바지에 반팔 티를 입고 그러면서 이것이 열린예배라고 말하는 그 행위가 싫다. 지금껏 대통령 면담을 위해 청와대를 방문하는 사람들 가운데 반바지에 반팔 티셔츠를 입고 가는 사람을 본 일이 없다. 젊은이들과의 소통을 위해, 그들을 예배에 참여시키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그러나 복장이나 노래가 예배는 아니다. 예배는 하나님께 나아가는 것이며 하나님을 만나는 것이다. 그리고 나를 드리는 것이며 경배하는 것이다. 그러나 진부하고 타성에 빠진 예배는 회복해야 한다. 예배자의 참여 없이 인도자의 주도 일변도로 진행되는 예배라면 진정성 있는 예배도 아니고 함께 드리는 예배일 수 없다. 목회의 경우는 어떤가? 중세교회의 병폐는 성경도, 예전도, 사제 중심으로 진행되었다는 것이다. 마치 폐쇄회로처럼 교인은 관망자일 뿐 그 어떤 행위도 제한적이었다. 이런 병폐가 깊숙이 뿌리 내리면서 교권의 성곽을 쌓기 시작했고, 교황을 하나님의 자리에 올리는 과오를 범하게 되었다.

목회는 목회자의 전문분야다. 전문 사역을 위임 받아 교회를 섬기고 교인을 이끄는 전문가가 되기 위해 신학 과정을 이수하고 공기구인 노회나 총회의 인증을 받아 목사가 된다. 그렇다고 목회가 목회자만의 점유물이 되어선 안된다. 사회변동 속도가 빠르고 다양화로 치닫는 현대 목회를 목사 혼자 감당하는 것은 버겁고 힘들다. 목회는 교회구성원들의 요구를 이해하고 수용할 때 날개를 펴게 된다. 그리고 그들의 도움과 지원이 성립될 때 바람직한 목회현장을 일구게 된다. 그런데 ‘목회는 내 꺼야, 간섭하지 마, 건드리지 마, 네가 뭘 알아?’라며 독단을 일삼았던 목회라면 빨리 되돌리는 게 옳다. 다시 목회를 한다면 먼저 마음을 열고 교회 문을 열고 드넓은 목회 광장에서 함께 손잡고 달리고 뛰고 싶다. 모든 사람을 목회 파트너와 도우미로 만들고 그들의 소리에 귀를 열고 그 소리들을 뇌리에 새기고 가슴에 담고 싶다.

이성계와 함께 이씨 조선 창건에 동참한 정도전, 어느 날 이성계가 정도전에게 물었다. “왕이 할 일은 무엇인가?” 정도전의 답은 “듣는 것, 참는 것, 품는 것”이었다. 필자는 이 짤막한 세 마디 속에서 목회자가 경청해야 될 메시지를 듣는다. 들어주는 목회,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신중하고 친근한 자세로 경청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건성으로 듣고 시계를 들여다보고 하품하고 저 혼자 지껄이는 사람이 있다. 후자의 경우 인간관계도 잘 안되고 목회도 흔들린다. 경청 목회라야 한다. 참는 것. 이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목회자의 감정이나 입장은 전혀 상관하지 않은 채 떠벌리는 사람, 감정을 박박 긁어대는 사람, 말도 안되는 소리를 진리인 양 강변하는 사람, 목사 건드리는 것으로는 한이 풀리지 않다 아내, 자녀, 사돈네까지 씹는 사람, 별별 사람이 많고 많다. 그래도 참는 것이 왕도이며 목양 정도다. 인내로 구원을 이룬다는 말씀이 떠오른다. 동시에 인내로 목회를 이룬다는 깨달음도 떠오른다.

품는 것. 이것은 더 어렵다. 듣고 참는 것은 내 안의 작심과 결단으로 가능하다. 내 안의 문제이며 내 정신세계의 문제다. 그러나 껴안는 것은 다른 사람을 그것도 고슴도치처럼 가시투성이인 사람을 수용하고 이해하고 품는 것이어서 더 힘들다. 그러나 품지 못하면 타인이 되고 적이 되고 만다. 평생 목회를 되돌아보면 이 부분이 약했다. 민감하게 반응하고 신경질적인 반응으로 헤쳐 나온 지난날이 부끄럽기 짝이 없다. 다시 목회를 한다면 다 들어주고 쓰리고 아파도 참고 온 동네를 다 품고 싶다. 그리하여 지혜로운 바보가 되고 싶다.

미국 자동자 시장에서 판매실적 1위를 달리던 일본의 도요타 자동차가 2009년에 발생한 급발진 사고로 시장점유율이 추락했다. 총 8백만 대 이상의 리콜에 손해액은 1억엔(10만 달러) 정도였다. 사건이 그렇게 된 원인은 ‘문제가 있다, 문제가 발견됐다’라는 고객들의 소리를 외면했기 때문에 큰 사건으로 폭발했다는 것이다. 듣고, 참고, 품고! 이런 목회를 하고 싶다. iamcspar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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