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보배

최해근 목사 (몽고메리교회)
최해근 목사

몽고메리교회 담임목사

지난 몇 개월 동안 한국사회는 심각한 갈등과 분쟁의 소용돌이에 빠졌습니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슬픈 역사의 과정을 지나가고 있습니다. 이미 한 번 탄핵의 강을 넘었던 한국사회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전체 국민들이 나뉘어져 각자의 입장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이런 심각한 갈등을 해결하기 위하여 사법부의 판단과 결정의 과정을 지나오는 동안 우리는 보이지 않는 가장 귀중한 가치와 보물을 잃어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그것은 바로 법에 대한 경시와 그 법을 집행하는 기관의 위선에 대한 비웃음입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수권정당이 선거를 통해 바뀌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오히려 더 성숙하고 깊이있는 나라일수록 수권정당이 바뀌는 과정이 더 질서있고 품위있게 이루어집니다. 한 정당이 정권을 가져올 수도 혹은 빼앗길 수도 있습니다만 그 시간은 보통 5년 혹은 10년(미국의 경우 4년 혹은 8년)이면 일어날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한 번 잃어버린 혹은 비틀어져 버린 법과 그 법을 집행하는 기관에 대한 불신 내지는 거부감은 시간적으로도 오래 갈 뿐만 아니라 더 무서운 현상은 마치 전염병처럼 정치의 영역 뿐만 아니라 한 사회의 모든 영역으로 스며든다는 점입니다. 중앙정치에 대한 불신은 지방정치로 옮겨가게 되고, 정치에서 받은 상처는 직장을 넘어 작은 한 가정이라는 공동체마저 어려움에 직면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힘과 권력 그리고 결정권을 가진 사람들은 언제든지 원칙보다는 자신들의 이익에 따라 오늘은 이렇게, 내일은 저렇게 말할 수 있고, 이제 그 말을 누가 가장 논리적으로 빈틈없이 반박하느냐에 따라 승자와 패자가 나눠지고, 더 근본적으로는 옳고 그름이 결정된다는 무서운 사고관을 지금 온 국민들에게 가르치고 있는 셈입니다. 구약성경의 사사시대가 21세기 우리 눈 앞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병원에서 환자들을 대할 때나 혹은 부엌에서 음식을 요리할 때 일회용 장갑을 사용하는 것을 보곤 합니다. 한 환자를 대하다 다른 환자를 진료할 경우에 혹시라도 있을 병의 전염을 막기 위해, 그리고 한 음식을 만들다가 새로운 음식을 다루어야 할 때 이전 음식에 사용되었던 양념의 흔적이 새로운 음식에 옮겨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장갑을 바꿉니다. 마치 한 번 사용되고 나면 버려지는 일회용 장갑처럼 지금의 정치는 이전 집권자들이 취한 모든 것은 다 쓸모없고 전염병 같은 그래서 버려야만 제대로 된 길로 갈 수 있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지 않는지 염려가 되기도 합니다. 

 

다음 집권자에 의해 버림을 받지 않기 위해 모든 것을 다 던지며 항전해야만 살아남는 국가에서는 권력자들이 생존을 위해 법을 비틀고 그 법의 해석을 비틀어야만 합니다. 어디서부터 이런 ‘일회용 장갑 정치’가 시작되었는지 이제 생각이 깊은 원로들의 지혜와 경험,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긴 긴 세월 동안 사람의 중심을 보시는 창조주가 가르쳐 주신 그분의 말씀과 교훈에 집중해야 할 때입니다. 더 많은 것을 잃어버리기 전에, 우리 눈에 보이는 모든 진리와 가치를 일회용 장갑처럼 필요할 때 잠시 사용하고 버리는 것이 일상화되기 이전에 창조주에게 돌아가기를 기도합니다. 샬롬.

hankschoi@gmail.com

04.05.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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