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너머 그 길을 가다 2024 Nobel Prize in Literature

백승철 목사 (사모하는교회. 시인. 문학평론가)
백승철 목사

(사모하는교회 담임)

필자는 지난 주 스웨덴 스톡홀름(Sweden Stockholm) 시청사(Stockholm City Hall)를 방문했다. 바로 그 시청사는 매년 노벨상(Nobel Prize)이 수여되며 연회가 열리는 곳이다. 시청사에 들어가려면 반드시 스톡홀름 시청에서 고용된 가이드를 통해 들어갈 수 있다. 개인으로 들어갈 수 없다. 눈에 들어온 텅 빈 1층 공간은 뻥 뚫린 허허벌판 풍경이었다.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바로 그곳이 노벨상을 수여하는 장소라는 것을 인식했다. 12월 10일(노벨이 세상과 작별한 날)이면 그 공간이 세계에서 가장 주목 받는 화려한 모습으로 바뀐다. 노벨평화상은 같은 날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수여된다. 그리고 어제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을 접했다. 순간의 시간이 포개지는 감동이 벅차다.

알프레드 베른하르드 노벨(Alfred Bernhard Nobel)은 1833년 10월 21일 태어나 1896년 12월 10일 이탈리아 산레모 별장에서 평생 독신으로 63세로 세상을 떠났다. 노벨은 생전에 355개의 특허를 취득하였으며 다이너마이트, 유전개발로 성공 해 유럽 최대 부호가 되었다. 노벨이 세상을 떠나기 전 1895년 11월 25일 작성한 유언장 내용에 따라 노벨상이 제정되었다. 노벨의 유언에 의해 1901년부터 시작된 노벨상은 물리학, 화학, 문학, 생리 의학, 평화 총 다섯 부분으로 시상하다가 1969년 경제학이 추가되어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노벨상의 제정취지는 문명 발달에 학문적인 기여와 복리증진에 가장 큰 업적을 쌓은 사람을 찾아 수여되는 상이다.

이번에 수상하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은 몇 가지 흥미로운 점이 있다. 우선 문학상 우선순위 10위 안에도 들지 않았다. 예상 밖 상황이었다. 2000년 한국인으로 최초 노벨(평화)상 수상은 김대중 대통령이었다. 한강 작가는 한국인으로 두 번째 노벨상 수상 작가이며 여성으로 한국인 첫 번째 수상, 최초의 문학상 수상자이다. 아시아에서는 인도, 이스라엘, 일본, 중국에서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나왔는데 모두 남성작가였다. 여성으로 한강은 아시아에서 첫 번째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가 되었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한국은 전 세계에서 40번째, 아시아에서는 5번째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나라가 되었다.

이번 노벨문학상을 발표하면서 한림원은 한강 작가의 7 작품 <그대의 차가운 손> <채식주의자> <희랍어 시간> <소년이 온다> <흰> <작별하지 않는다> <회복하는 인간>의 짧은 평을 담았다. “역사적 트라우마에 맛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폭로하는 강렬한 시적 산문, 보이지 않는 규칙에 맛서고, 각 작품에서 인간 삶의 연약함을 폭로한다.” 노벨문학상 발표 후 베스트셀러 순위가 1-9까지 한강의 작품으로 채워졌으며 판매 부수가 수천 배까지 뛰어 올랐다.

노벨문학상이 전파를 타고 나서 뒷이야기도 무성하다.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경기교육청이 불온 성교육 유해도서로 폐기 처분했던 사실이 드러나는가 하면, 박근혜 정부 시절 5.18 민주화운동 당시 목숨을 잃었던 소년의 이야기를 다룬 <소년이 온다>는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작품이었다. 뿐만 아니라 김규나 작가는 지난 10일 자신의 SNS 계정에 “(노벨상) 수상작가가 써 갈긴 역사적 트라우마 직시를 담았다는 소설들은 죄다 역사왜곡이다”고 정의했다. 아쉬운 것은 소설은 역사서가 아니다. 소설의 특징 중 허구성도 있다. 소설은 소설로 읽어야 되는 길을 잃은 듯하다.

노벨문학상이라니, 아직 가슴 뛰는 소리가 들린다. 그러면서 문학을 하는 필자로서 노벨문학상과 비견되는 기독교문학상을 아직도 끈질기게 기대하며 소망하고 있다. 노벨문학상은 노벨의 이름으로 주어지는 상이다. 이름의 가치가 이렇게 힘이 있다. 그런데 하나님 이름으로 주어지는 상도 있다. 바울은 “이제 후로는 나를 위하여 의의 면류관이 예비되었으므로 주 곧 의로우신 재판장이 그날에 내게 주실 것이며 내게만 아니라 주의 나타나심을 사모하는 모든 자에게도니라”(딤후 4:8). 자조 섞인 결론이지만 필자는 노벨문학상 받을 확률이 거의 없다. 그래서 더욱 하나님 이름으로 상 주심을 바라보며(히 11:26) 묵묵히 노벨문학상 너머 그 길을 가려는 마음이 더욱 간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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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9.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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