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갖고 있는 시각, 청각, 후각, 촉각, 미각 등 다섯 가지 감각을 오감(五感)이라고 한다. 오감은 어떤 대상이나 상황 등을 판단하는 근거가 된다. 즉, 나에게 느껴진 감각들을 통해 판단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인류공동체는 크든 작든 판단의 기준을 갖고 있다. 예를 들어 헌법이 있고, 조직체마다 내규가 있으며, 또한 사회생활에는 윤리와 도덕이라는 규례들을 조문(條文)으로 만들어 기준을 삼고 있다. 이러한 법들은 그 공동체의 합의에 의해서 정해진 규율이 되어서 그 범위 안에서 질서를 갖고 살아가게 한다.
그런데, 이 기준이 들쑥날쑥이 되어 버린 사회가 되었다. 대표적으로 ‘무전유죄(無錢有罪) 유전무죄(有錢無罪)’라는 말이 대변하듯이 정해진 규례 외에 슬금 들어서는 외적인 요소들이 있다는 것이다. 정계나 경제계 심지어 문화와 체육계 등에도 이처럼 기준이 되지 못하는 기준을 두고 세(勢)싸움을 벌이는 모습을 심심찮게 접할 수 있다.
세상은 그렇다 치고 기독교계를 비롯한 모든 종교계 안에도 이러한 모습은 비일비재하다. 중세 시대 역사 속에서도 왕과 교황의 권력다툼으로 인한 카노사의 굴욕이라는 사건을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그리스도인에게는 ‘플러스 원’의 감각이 하나 더 있다. 오감(五感) 외에 영감(靈感)이라고 부르는 영역을 받았다. 복싱이나 축구 등 운동경기에서 가끔 해설자들이 사용하는 ‘동물적 감각’이라는 말은 사람의 한계 밖에서 움직이는 그 어떤 힘이나 재능을 뜻하는 것 같지만, 사실 하나님은 사람에게 동물적 감각과 비교할 수 없는 특별한 분야를 주셨는데 ‘하나님을 알만한 것이 그들 속에 보임이라 하나님께서 이를 그들에게 보이셨느니라(롬 1:19)’고 바울이 기록한 말씀대로 인간을 만물의 영장답게 창조해주셨다.
그러나 상품에서 ‘플러스 원’은 하나 더 얹어주는 것이지만 사실 인간에게 주신 이것은 영(靈, spirit)이라는 말대로 하나님과 교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에 실은 ‘오감 플러스 원’이 아니라 ‘원 플러스 오감’이라는 표현이 더 맞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신앙의 priority(우선순위)원리이다.
지난 주, Idaho주를 통과하면서 감자박물관에 들렀다. 미국 감자 수급의 거의 대부분을 감당하고 있는 주(州)답게 미국 내 감자재배의 시초와 현황 등을 한 눈에 볼 수 있었다. 감자가 생각보다 훨씬 더 미국인들의 식생활에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을 확인하면서 뜬금없이 한반도에 감자가 처음 들어온 이야기가 생각났다. 거의 200년 전인 1832년, 당시 조선은 먹거리가 부족했다. 겨울나기는 서민들에게 두렵고 힘든 삶이었던 역사였다. 그 조선에 감자 씨가 들어오면서 백성들의 곯는 배가 채워질 수 있었고, 매년 보릿고개를 넘어야했던 백성들에게 마령서(馬鈴署)라 불리던 감자는 생명이 되었다. 더 특별한 사실은 귀츨라프 선교사는 백성들의 양식이 되어 준 감자 씨를 비롯해 의약품과 함께 한문복음서를 갖고 들어와 선했으며, 조정의 입국 허가를 기다리는 동안 주기도문을 한글로 번역했다는 사실이다.
이 감자 씨를 들여온 사람은 다름 아닌 의사이며 목사로 한국에 첫 발을 디딘 독일의 귀츨라프(Karl Gutzlaff) 선교사이다. 그는 육신의 먹을 것과 치료할 약 그리고 거기에 더해 쪽 복음서와 주기도문(한글 번역)을 한반도에 전달했던 것이다. 육의 양식과 영의 양식을 들고 충청도 홍주 앞 불모도(不毛島)를 통해 고대도(古代島)에 임시로 머물고 있떤 귀츨라프는 23살의 나이로 동남아에서 사역을 시작하자마자 부인을 천국에 보냈음에도 ‘플러스 원’으로 받은 선교의 소명을 priority No.1 으로 정하고 가난하고 무지한 조선인들에게 영과 육의 생명을 전했던 것이다.
빨강 노랑 단풍으로 물드는 이 계절에 원색복음(原色福音)을 다시 확인하는 교회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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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2.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