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다시 만나야 할 사람

민경엽 목사 (나침반교회)
민경엽 목사

나침반교회, 풀러 Th. M

피로스의 승리란 말이 있다. 기원전 280년 경 그리스 북부의 에페이로스와 로마 사이에 전쟁이 벌어졌다.  여러 차례의 전쟁에서 피로스 왕은 연전연승하였다.  그러나 피로스 왕의 군대는 이겼으나 손실이 엄청났다. 그래서 피로스 왕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우리가 로마인들과 싸워서 한번만 더 승리한다면 우리는 완전히 끝장 날 거야.” 그래서 피로스의 승리란 상처뿐인 승리, 상처뿐인 영광이란 뜻이다.  이겨도 이긴 게 아니다.  이겨도 승리의 기쁨을 만끽할 수 없다.  비록 이겼지만 그 결과가 너무나 처참하기 때문이다.  

부부 싸움이 그렇다.  배우자를 이긴다 해도 이긴 게 아니다.  비록 이길지라도 서로 상처를 주고받는다. 자녀들에게도 고통을 안긴다.  이겼는데 가정이 깨진다면 이긴 게 무색해진다.  교회의 다툼도 마찬가지다.  이길 수는 있다.  그런데 이겨도 이긴 게 아닌 것이 교회의 싸움이다.  교회는 깨지고, 하나님의 영광에는 먹칠이 되고, 싸운 당사자들의 가슴에는 피멍이 들고, 어린 성도들, 교회에 실망한 성도들은 누가 옳은지를 따지지도 않고 싸움이 있다는 자체로 교회를 등지는 경우가 얼마나 허다한가?  그러므로 교회의 싸움은 누가 이겨도 피로스의 승리라 할 수 있다.

사실 교회는 절대 싸워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모든 교회의 머리가 그리스도이시고 모든 교회는 그의 지체이기 때문이다. 조나단 에드워즈는 교회가 분쟁해서는 안 될 또 하나의 이유를 제시하였다. 그는 미국 역사상 가장 중요한 목회자 중 한 사람이며, 경건한 청교도 신학자요, 대각성운동의 주역이었고 성령 충만한 설교자였다. 그런데 그가 24세에 부임하여 23년간 목양한 노스햄프턴교회에서 교인들과 신학적인 문제로 충돌하여 1750년 6월 22일, 해임 찬성 230표, 해임 반대 23표로 그만두어야만 하는 엄청난 일이 벌어졌다. 교회사는 이를 두고 18세기 최대의 미스터리 사건이라고 규정하였다.

이런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진 10일 후인 7월 2일, 그는 “너희가 우리를 부분적으로 알았으나 우리 주 예수의 날에는 너희가 우리의 자랑이 되고 우리가 너희의 자랑이 되는 그것이라”(고후1:14)는 본문과 “심판 날 다시 만날, 분쟁하는 목사와 교인들”이라는 제목의 고별설교를 하였다. 그 설교의 내용이 이렇다.  심판 날 목회자와 교인들이 만나는 방식은 심판 날 온 인류가 일반적으로 서로 만나는 방식과는 전혀 다르다. 목회자와 교인이라는 특별한 관계에서 만나기 때문에 서로에 대한 분명한 지식을 가지고 있고, 서로에 대한 특별한 관심을 가진 상태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 그러나 심판 날에 목회자와 교인들이 만나는 방식은 이 땅에서 목회자와 교인들이 서로 만나던 방식과는 전혀 다를 것이다.  이 땅에서는 제한된 지식을 가지며, 서로에 대한 깊은 관심을 보이지 않을 때가 많으나, 심판 날에는 서로 불변하는 상태에서 만나고, 오류 없는 빛이 충만한 상태에서 만나고, 서로 관심과 주의를 집중하며 만나게 될 것이다. 왜 만나는가?  목회자와 교인들은 세상에 있을 때 서로를 어떻게 대접했는가를 보고 하기 위해, 또한 자신들의 분쟁에 대해 재판을 받기 위해, 그리고 서로에게 한 행동에 대해 그리스도로부터 영원한 판결과 보상을 받기 위해 함께 만나야 한다.  

조나단 에드워즈의 설교처럼 목회자와 교인들만 심판대 앞에서 만나겠는가?  교인과 교인도 만난다. 그래서 바울은 고린도전서 1장에서 다투지 말고 같은 말, 같은 마음, 같은 뜻으로 온전히 합하라고 하였다.  그렇다면 어떻게 그럴 수 있는가?  어떤 말만 해야 할까?  나는 지난 7월 둘째 주 LA에서 열린 제 10차 세계한인선교대회(KWMC)에 그 답이 있다고 생각하였다. 이번 대회의 주제는 “구원의 그 이름, 예수”였다. 2천여 명의 목사, 선교사, 성도들이 대회를 시작하면서, 대회 중에, 대회를 끝내면서 계속 외쳐댔다.  다른 이름은 없나니 우리에게 다른 이름을 주신 적이 없다.  “구원의 그 이름, 예수” “구원의 그 이름, 예수”  천장이 떠나갈 듯 외치는 그 우렁찬 음성을 들으면서 구원의 그 이름 오직 예수라는 같은 말, 같은 마음, 같은 뜻이 있다면 우리의 모든 다툼은 끝날 수 있지 않을까, 감히 상상해 본다.

minkyungyob@gmail.com

08.03.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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