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고메리교회 담임목사
2012년 7월, 가수 싸이가 신곡으로 발표한 노래 중의 하나가 지구촌 전체에 신선한 분위기를 주었는데 그 노래의 제목이 바로 ‘강남스타일’이었습니다. 그분 덕택에 한국인의 위상과 품위가 한 계단 높아졌다는 것이 전체적인 평가입니다. 그렇게 강남스타일 노래가 휩쓸고 간지 어느 덧 12년, 오늘 대한민국은 새로운 강남 스타일이 회자(膾炙)되고 있습니다.
지금 회자되고 있는 것은 노래가 아니라 사람들의 가치관 혹은 사고관을 지칭하는 ‘강남좌파’ 혹은 ‘강남우파’라는 표현입니다. 사실 이 단어는 이미 2005년에 ‘강남좌파’라는 책 제목으로 소개된 단어입니다만 19년이 지난 오늘에 와서 다시금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총선이 불과 며칠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2010년 기준으로 서울인구 2,200만 명 중 호남출신이 700만, 영남출신이 600만 그리고 충청출신이 500만이고 나머지 400만 정도가 서울 토박이였습니다. 전체 서울인구의 20% 미만이 서울출신이고, 나머지는 지방에서 유입된 인구입니다. 지방에서 유입된 사람들 중에서 좀 더 나은 교육의 기회를 갖기 위해 서울로 이주한 사람들 뿐만 아니라 대학이상의 고등교육을 서울에서 받고 좀 더 유리한 조건으로 직장을 구하기 위해 서울로 진학한 후에 정착한 사람들도 많이 있습니다.
이들은 수도권에 집중된 교육과 문화의 혜택을 피부로 느끼면서 한편으로는 자신이 떠나온 지방의 낙후된 현실을 생각하며 마음 깊은 곳에서 고민하기도 합니다. 그렇다고해서 서울에서 누리는 다양한 혜택을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가 자신을 희생하고 싶은 마음까지는 없는, 이런 어중간한 사람들을 강남좌파라는 말로 표현해 봅니다.
세칭 강남좌파들의 이중적인 모습은 그 누구보다도 우리자신 속에서 만나게 됩니다. 언제나 생각과 논리는 있지만 현실이 주는 안락함으로 인해 더 깊은 헌신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신앙의 한계성과 이중성을 말하는 것입니다. 마치 자신의 스승이 공정하지 못한 재판을 받고 있음에도 제대로 된 증언 한 번 하지 못한 채 멀찍이 서서 구경만 하다 자기 속에 끓어오르는 양심의 소리를 감당할 수 없이 재판정을 박차고 나와 하늘을 보며 대성통곡하는 베드로의 모습과 많이 닮았습니다. 그 대성통곡마저도 스승이 재판받는 법정에서 할 만큼의 배짱도 담대함도 없기에 법정을 떠나 남들이 제대로 보지 않는 그런 곳에서 하는 요즘 세상 말로 ‘찌질이’의 모습마저 보입니다.
그랬던 그 찌질이가 어느 날 스승이 섰던 그 법정의 자리에 서서 자신의 스승을 재판하던 동일한 종교인과 법조인들을 향해 자신이 바로 그 스승의 제자이며 그분을 위해 자신의 생명을 걸었다는 놀랍고 대담한 고백을 합니다. 어떻게 그런 대 역전이 일어날 수 있을까? 하고 그의 삶을 훑어보았더니 대 역전의 한 가운데에 스승의 부활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신앙의 강남좌파가 되어 평생을 찌질이로 살아갈 수도 있는 우리에게 부활사건은 우리의 자리를 좌파니 우파니 하는 곳에서 일어나 하늘을 향해 줄을 맞추고 살아가도록 길을 열어 주었습니다. 이런 놀라운 주님의 부활이 좌와 우를 넘어 삶의 중심을 잡기 위해 고뇌하는 모든 지구촌 미아들에게 넘쳐나기를 기원하며, 샬롬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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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0.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