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침반교회, 풀러 Th. M
주일 오후마다 거리로 나가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전도지를 나누어주는 성도가 있었다. 그런데 비가 많이 쏟아지는 어느 주일에 몹시 피곤했던 그 사람은 오늘만은 쉬어야겠다고 생각하였다. 그러자 그의 어린 아들이 물었다. “아빠, 오늘은 왜 전도지를 나눠주러 가지 않으세요?” “비가 너무 많이 오고 있구나.” 아빠는 가볍게 대답했다. “아빠, 그럼 비 오는 날에는 하나님께서 사람들을 구원하지 않으시나요?” 놀란 아빠가 설명한다. “비가 너무 많이 오니까 이런 날은 거리에 사람들이 별로 없단다. 게다가 아빠는 지금 너무 피곤해서 꼼짝도 할 수 없구나.” “아빠, 그럼 오늘은 제가 대신 나가도 될까요?” 아들의 진지한 모습에 아빠는 너무 늦지 말라는 당부와 함께 전도지를 아들의 손에 쥐어주었다.
아빠의 허락을 받은 아들이 전도지를 나눠주러 밖에 나갔는데 아빠의 말처럼 거리에는 사람들도 별로 없었고, 우산을 들어서 인지 전도지를 받아가는 사람이 많지도 않았다. 그래도 소년은 전도지를 끝까지 나누어주어 결국 몇 장만 남았다. 거리는 사람들이 사라져 한적했기에 소년은 근처의 집들에 찾아가 문을 두드리고는 반응이 없으면 문틈에 전도지를 밀어 넣었다. 역시 반응이 없는 집에 마지막 전도지를 밀어 넣고 돌아가려는데 갑자기 성령님께서 계속 문을 두드리라는 감동을 주셨다. 그래서 문을 계속 두드렸는데 몹시 침통한 표정의 여인이 문을 열고 나왔다. “미안해요. 아주머니, 저는 아주머니께 이 전도지를 전해드리러 왔어요.”
한 주간이 지난 뒤, 주일 예배 시간에 목사님이 혹시 주님의 은혜를 간증하고 싶은 분이 계시냐고 청중들에게 묻자 한 여인이 일어나서 이렇게 간증했다. “저는 남편과 아들을 교통사고로 잃어버린 후 너무나 힘든 시간을 견뎌왔습니다. 그러다가 결국 자살을 결심하여 비가 많이 오던 지난주일 늦은 시간에 다량의 수면제를 먹으려고 준비하는 그 시간에 누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냥 무시하려다가 계속 문을 두드리는 바람에 시끄러워서 문을 열어보니 거기에는 전도지 한 장을 손에 든 소년이 있었습니다. 그 전도지를 읽고 또 읽으면서 저는 하나님이 저를 버리지 않으셨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저를 사랑하시는 주님께 감사드리며 이제 다시 열심히 살겠습니다.”
전도지 한 장을 다른 사람에게 내민다는 게 별 거 아닐 수 있지만 정말 대단한 일이 될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을 예수님에게로, 교회로 인도하는 경천동지할 사건이 될지 누가 알겠는가. 그러나 무엇보다 전도지 한 장을 내미는 성도를 보시고 하나님이 기뻐하신다. 관계전도가 중요하고 그런 전도여야 사람들이 마음의 문을 열기도 하지만 다른 이들에게 전도지를 나눠주는 행위는 성도 자신을 깨어 있게 만든다.
전에 우리교회에 구십이 넘은 어떤 장로님 한 분이 자녀들을 따라 나오셨다. 몇 번 교회에 출석하시다가 양로원에 들어가시고는 그 후론 교회에 나오지 못하셨다. 어느 날 양로원으로 심방을 갔더니 침대 아래에서 검은 철가방을 꺼내달라고 하셨다. 그것을 열어보니 명함 크기의 전도지가 가득 들어있었다. 전도지에는 복음의 핵심이 잘 담겨 있었다. 이 전도지들의 사연을 알려달라고 하니 은퇴 이후에 하루에 두 시간씩 그 명함 전도지를 집집마다 돌리셨다고 한다. 대략 15만장. 이젠 더 이상 걸을 수 없어 남은 전도지가 5천장이고 철가방에 담겨 있다는 것이다. 그 장로님은 우리 교인들이 이 전도지를 나눠주실 수 있겠느냐고 여쭈셨다. 마음에 감동을 받고 우리 교인들에게 사연을 말하니 순식간에 다 소비되었다.
연말에 전도상을 주려고 교인방문카드를 점검해 보니 교인들이 생각보다 많이 전도하였다. 성경책을 사주면서 교회에 와서 예배 한 번 드리라고 설득한 분도 있고, 전에 우리 교인이었으나 교회를 다니지 않아 모셔온 경우도 있다. 교회를 전혀 다녀보지 않은 이들을 초대한 이들도 있다. 우리는 지금 전도가 안 되는 시대를 살고 있다. 그래도 듣든지 안 듣든지 전해야 한다. 전도지 한 장이라도 나누는 열정을 하나님은 기뻐하신다. “너는 말씀을 전파하라 때를 얻든지 못 얻든지 항상 힘쓰라”(딤후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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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27.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