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시작하며

최해근 목사

몽고메리교회 담임목사

2024년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었습니다. 새해를 맞이하면서 흥미로운 통계자료를 소개합니다. 14세-73세 사이의 한국남녀 1,200명에게 인생에서 가장 후회되는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 질문을 해 보았습니다. 10대부터 70대까지 연령이 고르게 분포되어 있기 때문에 상당히 설득력이 있고 흥미롭습니다(자료제공 7옥타브).

10대부터 50대까지 남녀 공통적으로 1위를 차지한 대답은 ‘공부 좀 할 걸!’이라는 대답이었습니다. 2위를 차지한 대답은 10대와 20대 남여에서는 ‘엄마 말 좀 들을 걸’이라는 응답이었습니다. 인생초반에서부터 엄마 말의 가치를 알아보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 보고자료 중 특이한 사실이 있습니다. 20대, 30대, 40대 남성들이 후회하는 것 중의 하나가 ‘그 때 그 여자 잡을 걸’이라는 응답이고, 여성 30대, 40대 50대에서 후회하는 공통적인 내용은 ‘지금 남편이랑 결혼한 것’이라고 응답했습니다. 자신들의 삶이 고달프거나 힘든 이유를 배우자의 탓으로 생각하는 경향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시간을 거꾸로 돌려 ‘그 때 그 여자 혹은 그 남자’와 결혼했더라면 지금 모든 것이 행복하고 아름다운 인생으로 바뀌었을까에 대한 대답은 거의 ‘아니다’ 라는 것이 우리의 경험을 통한 결론입니다.

그렇게 배우자 타령을 하다 나이가 들면 다른 대답을 합니다. 60대 남성들이 후회하는 내용 중 3위가 ‘아내한테 못 할 짓 한 것’이며 70대 남성들이 후회하는 내용 1위가 ‘아내 눈에 눈물 나오게 한 것’이었습니다. 60대 및 70대 남성들은 대체적으로 아내를 향한 미안한 마음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배우자에 대한 후회는 여성들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70대 여성이 후회하는 내용 중 2위가 ‘먼저 간 남편한테 잘해줄걸’이라는 것입니다.

젊은 20-40대 시절, 심지어 여성의 경우에는 50대에 이르기까지 배우자 타령을 하며 자기 인생의 책임을 남에게 돌리다가 나이가 들어 60대, 70대가 되면 너, 나 할 것없이 배우자에 대한 불평이나 원망보다는 오히려 그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서운하게 한 일들에 대해 후회합니다. 한 인생 살아오면서 누가 말해 주지 않아도 자기 속에 있는 모난 성품을 스스로 발견하면서 배우자가 아닌 자신이 문제의 근원이 되었음을 깨달았다는 증거입니다.

이 자료를 거꾸로 읽으면 삶의 지혜를 찾아낼 수 있습니다. 굳이 인생의 70까지 이르지 않더라도 20대, 30대, 40대에 내 주변의 그 누군가를 내 불행이나 꺾여진 내 삶의 이유로 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오히려 내 주변의 그 누군가에게 내 자신이 아픔과 고통의 출발점이 되지나 않았는지 조심스럽게 바라보며 한 해를 걸어간다면 이 해를 마칠 즈음에 내 자신과 내 주변 사람들에게 따뜻하고 힘들 때 기댈 수 있는 아름드리 나무로 성장해 가고 있을 것입니다. 그런 풍성한 한 해를 바라보며…

hankschoi@gmail.com

01.13.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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