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서 너도 이와 같이 하라

김요섭 목사

열매교회

모처럼 만에 한국에서 LA에 방문하러 오신 목사님을 모시고 LA 다운타운에 있는 어스카페(Urth Cafe)에 갔습니다. 주차를 하고 어스카페에 들어가 주문하기 위해서 줄을 섰습니다. 줄을 서서 목사님과 대화를 하는데 앞줄에 서 있는 한 중년의 여성분이 우리를 보면서 “한국분 이시네요?”라고 묻습니다. 전형적인 한국 사람의 여행 차림에 한 손에는 미국 관광 안내 책자를 들고 있었습니다. “네. 여행 오셨나 보네요?”라고 대답하며 “어떻게 이 어스카페까지 찾아오셨네요?”라고 되물어 보자, “한국에서 유명한 유기농 카페로 알려져 있고, 이 주변이 LA의 명소로 소문난 예술 지구(아트 디스트릭트)라 벽화들을 구경하러 왔습니다”라고 대답합니다. 그러면서 관광 책자를 펼쳐서 자신이 찾는 벽화들의 그림을 보여주십니다. “혹시 이 벽화들이 어디에 있는지 아세요? 주변을 돌아다니다 찾지 못했습니다”라고 물으셔서 보니까 벽화들 중에 하나가 내 눈에 익숙한 벽화이었습니다. “제가 벽화들 가운데 하나는 분명하게 위치를 알고 있습니다. 식사 후에 알려 드리겠습니다”라고 대답하고 나서 문득 속으로 “이 여성분이 고생스럽게 여행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제가 LA에 방문하신 것을 환영하며 점심을 대접해 드리겠습니다”라고 제안을 드리고, “음료를 무엇으로 드시겠습니까”라고 묻자, 어스카페에 오면 꼭 마셔봐야 할 것으로 관광 책자에서 추천한 음료가 ‘녹차라떼’라며 녹차라떼를 마시겠다고 합니다. 녹차라떼와 르우벤 샌드위치를 주문하고 세 명이서 같은 테이블에 앉아 점심을 먹으며 대화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여행을 즐겨하시는 분이셨는데 캘리포니아주는 한국에서 발행한 국제면허증을 인정해 주지 않아서 자동차 렌트를 하지 못하여 대중교통을 타고 다니고 있다는 말에 고생스러운 여행을 하고 있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점심 후에 제가 LA 다운타운 관광을 안내해 드리겠습니다”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식사 후 벽화를 보러 가던 중 어제 주일에 성도님들과 나누었던 설교가 떠올랐습니다. 주일에 선한 사마리인의 비유에 대한 말씀을 나누었는데 하나님은 곧바로 내가 말로만 설교하는 목사인지 시험하시기 위해서 고생하며 다니는 한 여행자를 만나게 하셨습니다.

목사로써 성도님들에게 “가서 너도 이와 같이 하라”는 예수님의 명령에 순종하여 이웃에게 사랑을 실천하며 살아가자는 도전의 말씀을 증거 해 놓고 정작 자신이 실천할 상황에서 외면한다면 나는 진실 된 목사라고 할 수 없습니다. 하나님은 때로 내가 읽은 말씀, 내가 묵상한 말씀, 내가 들은 말씀에 순종하는지 알기를 원하십니다. 하나님은 내가 말씀에 감동을 받는 것에서 끝나지 않기를 바라십니다. 하나님은 내가 말씀을 앎에서 머물러 있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제한하지 말고, 나의 삶에서 행함으로 나타내라고 하십니다. 율법교사는 자신의 입장에서 ‘내 이웃’을 찾기 원하였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율법교사에게 내 이웃이 아닌 강도 만난 자의 입장에서 이웃을 바라보게 하십니다. 오늘날 사람들은 “I don’t want to get involved”(관여하고 싶지 않아요)라고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강도 만나 쓰러져 죽어가고 있는 사람을 보고 외면한 제사장과 레위인처럼 살아가려고 합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우리에게 강도 만난 사람에게 다가가 도움을 주었던 사마라인과 같이 “가서 너도 이와 같이 하라”고 요구하십니다. 내가 알지 못해도 나의 긍휼과 자비와 사랑이 필요한 사람을 만났을 때 기쁨으로 도움의 손길을 베풀 수 있기를 바랍니다.

yosupbois@gmail.com

03.02.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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