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같은 자리에 있는 사람

김요섭 목사

열매교회

새벽을 깨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자신의 육체적 건강을 위해서 그리피스 천문대 등산 코스로 올라가는 사람, 아니면 체조하거나 배드민턴을 치기 위해서 테니스 코트로 가는 분들이 있습니다. 연세가 드신 분들 중에는 친구 분들과 커피를 마시며 담소하기 위해서 이른 새벽부터 맥도날드로 가십니다. 그런데 새벽에 산이나 운동장이나 레스토랑이 아닌 교회로 가는 성도님들도 있습니다. 새벽에 은혜의 보좌 앞에 나와 기도하는 성도님들은 자신의 하루를 하나님과 영적인 교제로 시작하여 아침마다 새롭게 내려주시는 은혜의 삶을 누리며 살아갑니다. 새벽을 깨우고 주의 전에 나온 성도님들은 신령한 영의 양식을 받을 뿐만 아니라 때로는 성도 간의 교제를 통해서 육의 양식도 공급받게 됩니다.

새벽기도회가 마치고 나면 가끔 성도님들 가운데 한 분이 자신의 기념일이라든지, 축복을 나누고 싶은 일이 있으면 시간이 되시는 분들을 초청하여 아침 식사를 대접합니다. 기도의 동역자인 장로님께서 자신의 85세 생신을 맞이하여 성도님들을 대접하고 싶으셔서 미국 식당으로 초대하셨습니다. 각자 개인 기도를 마치고 참석하실 수 있는 분들이 장로님의 생신을 축하하기 위해서 미국 식당으로 갔습니다. 장수의 축복을 받으신 장로님을 축하하며 서로 즐겁고 화기애애한 시간을 가지고, 식당을 나서는데 식당에서 웨이트리스로 일하는 직원 한 명이 제게 인사를 합니다. 이 직원은 에티오피아에서 이민 온 분으로 에티오피아 교회에 다니는 성도입니다. 모처럼 만났는데 반가운 목소리로 제 안부를 묻습니다. 서로 짧은 대화를 나누고 헤어지고 식당을 나오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이 분을 내가 언제 처음으로 만났지? 벌써 21년 전이네. 참으로 신실하신 분이구나!” 내가 이 직원을 지금의 미국 식당에서 처음으로 만나게 된 것은 21년 전입니다. 이 분은 21년 째 한 직장에서 웨이트리스로 일하고 있습니다. 21년 동안 웨이트리스로 일하면서 별의 별 손님을 다 만났을 것이고, 그만두고 싶은 일을 겪은 일도 한 두 번이 아니었을 텐데 여전히 이른 아침 시간에 웨이트리스로 행복하게 일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존경의 마음이 떠올랐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때로 고마운 분이나 기억에 남는 사람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자신에게 너무 깊은 인상을 남긴 장소가 있습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자신의 추억을 회상하며 찾아갔는데 여전히 그곳에 같은 모습으로 있던지, 아니면 자신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것과 같이 똑같은 모습으로 있을 때 기쁨과 행복을 느끼게 됩니다. 만약 누군가 나를 기억하고 나를 찾아왔을 때 여전히 같은 자리에서 같은 모습으로 있다면, 나는 성공한 삶의 자리에 있는 사람입니다. 신앙의 성공자의 모습도 같다고 봅니다. 신앙에 성공한 성도는 자신이 섬기는 교회에서 세월이 흘러 누군가 찾아와도 여전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자신의 섬김을 꾸준히 감당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는 사람입니다. 교회에서 나를 만나고 나를 알았던 사람이 나를 기억하며 언제 어느 때든지 찾아와도 만날 수 있는 성도는 신앙의 성공자입니다. 변함없는 믿음으로 하나님이 불러주신 자리에서 모든 환난과 시험을 이겨내며 날마다 내려주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누리며 살아가는 신실한 믿음의 사람이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yosupbois@gmail.com

02.03.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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