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시(Prassede)

한평우 목사

로마한인교회

로마에 살면 새로운 역사적 사실을 알게 되는 경우가 있다. 마리아 델 마조레(Santa Maria del Maggiore) 성당은 로마의 4대 교회 중 하나다. 콘스탄틴 대제를 통해 기독교가 50년 동안의 핍박에서 자유 하게 되자 비로소 교회는 독립된 건물을 소유하게 되었는데, 그중 하나가 AD 358년에 건축된 이 건물이다.

그런데 마리아 델 마조레 건물 동쪽의 골목 안으로 오래된 작은 교회가 있다. 아마도 거대한 마리아 델 마조레 교회에 비하면 작고 초라한 모습이지만, 역사적으로는 그렇지 않다 . 이유는 그 버시는 로마서 16장 12절에 등장하는 실존 인물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사도바울이 로마 교회에 편지를 보내면서 16장에 교회의 중요한 성도들의 이름을 한 사람, 한 사람 안부를 전했는데, 그중 한 사람이 버시, 즉 이태리어로 Prassede이다. 그녀에 대해 단순하게 주 안에서 많이 수고하고 사랑하는 버시라고 기록하고 있다.

우리가 로마에서 버시를 기억하는 것은, 주 안에서 많이 수고한 여인이라는 사실이다. 로마를 방문하지 않았고, 고린도에 머물던 바울에게까지 어떻게 그녀의 이름이 전해졌을까 싶다. 고로 바울이 로마 교회를 향한 편지에서 그녀의 안부를 전했다는 것은 그녀의 헌신이 대단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녀의 헌신이 고린도에 체류하던 바울의 귀에까지 들렸기에 바울은 로마에 보내는 편지에서 그녀의 안부를 전한 것이다. 다른 이들도 본받도록... 그런데 그녀를 기념하는 교회가 로마의 중심부에 있다. 오랜 세월을 말없이 그 자리를 지켜오면서...

교회의 이름이 프라세데(Prassede)로, 그 역사를 거슬러 가면, 여기서 백여 미터를 내려가면 유명한 길, Via Cavour가 있다. 초기 로마 시대 그 길은 시장이 형성되었고 그 길에서 줄리어스 시저가 어릴 때 뛰놀던 곳이었다고 한다.

이 지역은 로마의 중심으로 마리아 델 마조레 성당 주변으로 로마 시대 많은 교회가 세워졌었다고 한다. 물론 가정교회 스타일이었겠지만, pudens는 원로원 의원 푸덴스(AD1세기)를 의미하는데, 그는 사도 베드로에 의해 개종한 최초의 인물이었다고 한다.

그의 두 딸, Pudenziana와 Prassede도 함께 기독교로 개종하였다. 개종한 후에 로마에서 최초로 예배 장소를 세웠고, 그것을 Tituli라고 불렀는데 이는 오늘날 교회의 기본이 되었다. 즉, 자산의 보유자는 유언장에 따라 기독교 공동체에 기부하도록 했고, 기부자의 이름을 딴 티툴리가 미래교회의 핵심이 되었다고 한다.  

전통적 견해에 의하면, 푸덴스는 현재의 교회에서 약 9m 아래에 거대한 빌라를 소유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녀는 아버지 pudens가 순교하자 물려받은 재산으로 수많은 성도를 숨겨주었고 도와주었다. 또한 그녀는 주교의 동의를 얻어 142~145년경에, 성도들에게 세례를 베풀기 위한 예배당을 세웠다. 그녀는 숨겨준 교우들이 발각되어 순교 당할 때는 용감하게 나서서 시신을 살라리라(Via Salalia)에 있는 프리스길라 카타콤베(Prisila catacombe)에 묻어주었다. 당시로는 목숨을 걸어야 하는 위험한 일이었다. 

그 후, 두 자매 Prassede와 Pudenzianas는 로마의 법을 어긴 이유로 순교를 당했고, 아버지와 함께 프리스길라 카타콤베에 묻히게 되었다.

이들이 모두 순교하자 그 가족이 남긴 재산으로 Praxedis(Prassede) 교회를 세웠다. 그리고 491년에는 Praxedis라는 명판과 함께 주변에 교회들이 세워지게 되었다. 

그 후 817년에는 새로운 건물을 건축했는데 이는 프리스길라 카타콤베에 묻힌 순교자들의 뼈를 안치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곳에 안치한 순교자들의 수가 2천여 구나 되었다.

그리고 교회는 오랜 세월이 지나는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다. 또한 이 교회에는 콘스탄틴 대제의 어머니 헬레나 여사가 예루살렘을 방문하여 가져온 예수님을 결박했던 돌기둥을 보관하고 있다. 한 사람, 자매 버시가 복음을 받고 뜨거운 마음으로 가정교회를 만들었고, 그 교회를 통해 놀라운 일을 수행할 수 있었다. 

그에 대한 선한 사역이 바울에게까지 알려지게 되어 그의 서신에 기록되었지만, 그에 대한 주님의 관심과 사랑은 지금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믿는다.

한 번밖에 살 수 없는 기회를 주님께 받았는데, 과연 우리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할까? 우리도 버시의 헌신을 배워 하나님께서 기억하시는 길을 걸어갔으면 싶다. 사순절에 주님의 고난을 묵상하면서 말이다. 

chiesadiroma@daum.net

03.09.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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