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

한평우 목사

로마한인교회

어느 경제학 교수는 사람이 성공하는 것은 운이라고 했습니다. 머리 좋은 부모님에게서 태어나고 좋은 환경에서 공부한 사람이 명문대를 나와 지도자가 되고 성공합니다. 그는 성공에 이르기 위해서는 운이 80%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공리주의로 볼 때, 머리 좋은 부부는 힘들어도 자녀를 많이 낳는 것은 인류를 위해 기여하는 일이라고 봅니다. 한 사람의 뛰어난 인재는 엄청난 사람들의 일자리를 해결할 수 있고, 국가 발전에 놀라운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을 운이라고 하지 않고 은혜라고 칭합니다. 우리는 태어날 때는 70조분이 1의 확률로 태어나고, 자라면서 수많은 고비를 넘기며 성장합니다. 며칠 전 기사에 의하면 어떤 분이 핸드폰을 보면서 버스에서 내리다가 발을 헛디뎌 넘어졌습니다. 그런데 하필 버스가 다니는 대로로 넘어져 오는 버스에 치여 세상을 떠났다는 안타까운 내용이었습니다. 우리의 생명은 코에 있다고 했습니다. 그 들숨과 날숨은 언제 어디서나 작은 일로 멈추게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과신하고 큰 소리를 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는 흔히 주님의 은혜를 습관적으로 말합니다. 때로는 겸양의 표현으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사실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은혜를 얼마나 간절하게 구하고 소망하는 걸까요? 주님께서는 거듭난 인생들에게 동행을 약속하셨습니다. 절대로 버리지 않고 떠나지 않겠다고 선언하셨습니다. 그런데 실생활에서 은혜를 구하거나 그것을 예민하게 인정하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출애굽 한 이스라엘 백성들은 평생에 한번 경험할까 말까한 놀라운 이적을 목격했습니다. 뒤에서는 바로가 무장한 군인들을 대동하고 쫓아오는 데 앞에는 거대한 홍해가 끝을 보이지 않게 누워있습니다. 이제 완전히 죽은 목숨입니다. 사람들은 괴성을 지르며, 모세를 원망하였습니다. 그때 모세가 손에 든 지팡이를 높이 들자 시퍼런 홍해는 갈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아마 백성들은 이런 놀라운 기적 앞에 허벅지를 꼬집어보면서 꿈이 아님을 확인해야 했을 것입니다. 생전 처음, 시퍼런 홍해 바닥을 걸어서 건너갈 때 어떤 심정이었을 까요? 

그 후 백성들은 광야에서 늘 불평과 원망을 입에 달고 살았습니다. 홍해가 갈라지는 놀라운 이적은 더 이상 없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상상해봅니다. 20억의 복권에 당첨되었을 때, 그 사람은 더 이상의 감격은 맛보기 힘들다고 합니다. 그가 감동할 수 있는 길은 30억이나 50억의 복권에 당첨될 때 감동하게 된다고 합니다. 이적은 항상 더 큰 것을 요구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작은 것을 은혜로 여겨 감사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은혜의 규모를 줄여야 합니다. 서울에서 사람을 만나기 전이나 병원을 다닐 때, 항상 이런 기도를 했습니다. 오늘 만나는 분에게 은혜를 입게 해달라고 말입니다. 그렇게 했더니 결론적으로 분에 넘치는 은혜를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거주하고 있는 곳은 로마의 대로변입니다. 파킹이 전쟁입니다. 고로 주님의 은혜를 구합니다. 그럴 때 너무 파킹자리를 은혜롭게 만나게 되곤 합니다. 고맙습니다. 주님, 저는 이런 작은 문제에서도 주님의 은혜를 구할 수밖에 없는 연약한 존재입니다. 

야곱은 늙어 눈이 보이지 않았으나 은혜로 충만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의 감동으로 열두 아들의 앞날을 예지했고, 축복할 수 있습니다. 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요? 이런 영성을 우리는 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성도가 사모해야 할 값진 은혜이기 때문입니다.

chiesadiroma@daum.net

01.13.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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