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토네(Montone)

한평우 목사

로마한인교회

유럽 사람들은 전통적으로 겨울의 쌀쌀함을 온 몸으로 때운다. 지난겨울은 더더욱 그랬다. 날씨가 쌀쌀하게 되면 털 옷, 몬토네가 한결 그리워진다. 

가죽 코트로 속은 하얀 양털로 구성된 몬토네는 겨울철의 추위를 막아주는 듬직한 옷이기 때문이다. 이 몬토네의 창시자는 하나님이시다. 아담과 하와가 하체를 가린 무화과 잎이 말라버리자, 짐승을 잡아 그 가죽으로 옷을 만들어 입혀주셨는데 그 때 희생된 것은 숫양이었을 것이다. 쌀쌀한 겨울, 난방이 없는 교회당에서 그 옷을 입고 강대상에 엎드릴 때, 어머니 품속 같은 따사함에 늘 안온함과 평안을 느끼곤 했다.

그런 때마다 L 장로님을 생각한다. 그는 90년 대 초에 로마대사관의 무관 보좌관으로 부임했다. 그리고 3년 동안 성실하게 신앙생활을 했다. 보통은 주말에 구경할 데가 많은 이태리이기에 여행가기에 바쁜데 그분은 여행보다 교회를 선택하고 그 일이 더 즐겁다고 고백하곤 했다.

그렇게 신앙생활 하던 어느 날, 시내 중심지에 있는 유태인이 경영하는 가죽옷 가게로 나를 데리고 가더니 반코트인 몬토네를 선물했다. 당시로 $1000 조금 넘는 큰 금액이었다. 곧 로마를 떠나야 하는 외교관으로부터 이런 선물은 전무후무한 일이었다.

그분의 사랑으로 몬토네를 30년 가까이 입을 수 있었고, 은퇴할 때 비로소 벗었다. 몬토네를 통해 따사함의 온기가 온 몸에 전달될 때마다 그 장로님을 기억하곤 했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고마운 마음이 전류처럼 온 몸을 순환하고 했다.   

바울은 디모데를 향해, 내가 밤낮 간구하는 가운데 쉬지 않고 너를 생각하며(딤전 1:3)라고 했는데, 디모데의 어떤 헌신이 바울이 무릎을 꿇을 때마다 그가 생각나게 되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그런 일은 당사자 디모데에게는 놀라운 축복임에 틀림없겠다 싶다.

스승, 바울로 하여금 디모데는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대상이 되었으니 말이다. 우리가 신앙생활의 어간에 그 누구에게 사랑을 베풀고, 감동을 주어 상대방으로 하여금 잊힐 수 없는 대상이 된다면, 그것은 놀라운 축복의 매체가 된다. 이 세상과 천국에서도 말이다. 

나는 그분과 3년 정도 교제했지만, 영적으로는 공간을 뛰어넘어 평생 교제가 이어지게 되었다. 이유는 엎드릴 때마다 그가 선물한 몬토네가 어김없이 온 몸을 따뜻하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몬토네를 입고 그 따뜻한 열기가 몸을 휘감는 순간 그가 떠오르고, 마치 그를 위해 기도하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는 잊었겠지만 그를 향한 쉼 없는 기도가 그에게 큰 축복으로 임하게 되었으리라 믿는다.  

그래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그는 놀라운 축복으로 은퇴 후의 삶을 누리고 있다. 그는 본래 대단히 성실하고 온유한 분으로 어떤 조직, 어떤 사람에게도 인정받을 수 있는 성품의 소유자다. 후에 들었는데, 그는 대령으로 근무 중 장군 심사에 합격하였으니 준비하라는 연락을 받았는데, 어디서 잘못되었는지, 장군이 되지 못하고 전역하였다. 부부가 크게 상심했을 것이다. 그러나 반전이 있었는데 전역하고 대형 교회의 상근 임원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본 교회도 아닌데— 그는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해 교회의 모든 부분을 정비하였고, 70이 넘어 정년으로 퇴직해야 하는데도 몇 년 더 일해 달라는 간청을 받아 현재도 교회에 소속된 대학교의 자립을 위해 헌신하고 있다고 한다. 대령을 예편하고 70이 넘은 지금까지 현역인 셈이다. 사실 장군으로 진급해도 2년 정도만 더 근무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럼에 비해 그는 대장에 진급한 것보다도 더 긴 기간을 인정받는 현역으로 일하고 있는 셈이다. 모르긴 몰라도, 그는 내게 몬토네를 선물한 것 이상의 아름다운 헌신이 지속되었으리라 믿는다. 예수님의 발에 향유를 부은 마리아처럼 — 하나님께서 감동하시는 일을 하게 되면, 사람은 더 큰 감동을 받게 마련이다.

 

몬토네, 

을씨년스런 겨울이 찾아올 때마다 어김없이 꺼내 입게 되는 양가죽으로 된 털옷, 비록 낡고 바랬으나, 추운 겨울, 강대상에 엎드릴 때마다 등을 따사하게 만들어준 그 고마운 옷은 결코 잊힐 수 없는 사랑의 열매요, 기도하게 만든 요소였다.

이제 은퇴함으로 벗게 되었지만, 그 몬토네는 30년 동안을 함께한 이웃으로 결코 잊지 못하는 가죽옷이었다. 이런 사랑의 열매는 목회자에겐 문신처럼 새겨지게 된다. 고로 그를 위해 기도하게 만드는 도구가 된다. 이런 헌신은 당사자로 하여금 놀라운 미래를 꿈꿀 수 있는 매체가 된다고 믿는다.

참으로 고마운 몬토네다. 돌아볼수록—

chiesadiroma@daum.net

05.20.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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