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프랜시스와 클라라의 연모

한평우 목사

로마한인교회

두 분 모두 성인으로 추앙받는 분이다.

당시 아시시에서 12Km 떨어진 현재 움브리아의 행정 수도인 페루지아(Perugia, 전 축구선수 안정환 씨가 소속되었던 축구팀이 있음)와 전쟁이 있었는데, 그 전투에서 아시시가 페루지아에게 패했다. 고로 참전했던 프랜시스(Francisco 1182-1226)는 포로가 되어 1년 동안을 페루지아 감옥에 갇히게 되었다. 그는 암울한 옥살이 중에 회심을 경험했고 따르는 동료들과 함께 벌판에 있는 작은 교회에서 첫 모임을 가졌다. 그 모임을 포르치 웅골라(Porciuncola, 작은 모임)라고 칭했고, 교황청의 허락을 받아 본격적인 수도회로 발전하게 되었다. 

가난의 벗이 되려는 정신으로 출발했고, 거친 옷을 입고 마을을 돌아다니며 탁발하며 살도록 규정했다. 보통 사람들이 볼 때 거지와 방불한 모습이었다. 

그런 모습은 당시의 기득권의 화려한 교회의 지도자들과는 판이한 모습이었다.

이런 운동은 대중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당시 아시시의 귀족 가문의 딸, 클라라(Clara 1194-1253)는 가족과 함께 고난 주간에 프랜시스가 전하는 예수님의 수난에 대한 설교를 듣게 되었다. 그녀는 계속 눈물을 흘렸고 주님을 쫓기로 결심을 했는데 그 때가 18세 때였다. 그녀가 입었던 드레스가 Chiara기념 성당에 전시되어있는데 그 옷 길이를 추정해 볼 때, 프랜시스보다 크고 날씬하지 않았을까 싶다. 

프랜시스의 제자가 되기로 결심했을 때가 소녀였고, 귀족으로 미모의 소유자이었으니 흠모하는 젊은이들이 대단했을 것이다. 클라라가 존경한 프랜시스, 그 존경심이 연모의 마음으로 바뀌는 경우는 흔한 일이다. 클라라도 아마 그런 마음이었을 것이다. 

그녀의 순수함을 대하는 프랜시스의 마음도 수없이 흔들렸을 것이고---  

그래서인지 성 프랜시스의 전기를 보면 남자 수도사들이 여자 수도원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한창 피가 끓는 젊은이들이었으니 이성에 대한 욕망이 대단했을 것이다.

그래서 한 번은 끓어오르는 정욕을 절제하기 위해 프랜시스는 어느 날 날카로운 가시를 지닌 장미들이 가득한 포르치 웅골라 교회의 정원에 알몸을 던졌다고 한다. 장미는 그 순간부터 가시가 사라지게 되었다고 하는데, 신기한 것은 그곳의 정원에 있는 장미들은 놀랍게도 전혀 가시가 없다. 가시 없는 장미는 세상에서 그곳에만 존재한다고 한다.

그는 힘들고 고통스러울 때마다 그리운 사람이 있는 건너편 수도원을 바라보지 않았을까?

육신적으로 연약한 프랜시스를 염려하여 자신의 수도원에 와서 간호받을 것을 요청하였지만 공적인 방문 외에는 허락하지 않았다고 한다. 물론 섬세하고 자상한 돌봄이 있다면 건강을 회복하는데 도움이 되었겠지만, 그로 인해 주님만 사랑하겠다는 서원이 어그러질지 모른다는 경계심도 작용했을 것이다. 아마도 프랜시스는 욕정이 일어날 때마다 간절한 기도와 함께 심각한 고행을 선택했을 것이다. 가령 통풍이 사정없이 고통을 주는 어간에 정욕에 치심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위대한 기독교의 지도자들 가운데 병으로 고통당한 분들이 적잔 않았다. 우리가 친숙한 말틴 루터나 칼빈은 열 가지도 넘는 병들을 몸에 달고 살아야 했다.

성 프랜시스도 기도 중에 오상을 받았다고 전해지는 라베르나 산에 올라가 병든 몸으로 얼마나 간절하게 기도했던지 기도 후에 걸을 수조차 없었다고 한다. 시력을 잃어버려 볼 수도 없었고, 그래서 어느 농부가 그를 나귀에 태워서 목적지까지 데려다주어야 했다.

그는 금식과 고행으로 자신의 몸을 지나치게 혹사하였고, 결국 병으로 일찍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44세라는 한창 일할 나이에 말이다. 그의 기도처인 Eremo dell Carceri에 가면, 지하 동굴에서 기도하다가 침대로 삼았던 바위를 깎아 만든 우묵한 곳이 방문자를 맞이하고 있다.

그런 처절한 노력으로 클라라를 연모하는 마음을 다스렸지 않았을까 싶다.

연모하였지만, 그 불같은 마음을 주님을 위해 평생 절제했을 때, 그것이 아름다움으로 승화된 것은 아닐까 싶다. 클라라는 평생 성 프랜시스가 정한 규범과 사상을 충실하게 실행했다.

저들은 영원하고 고귀한 사랑을 붙잡기 위해 온몸을 불사른 삶이었다.

그렇다면 당신은 무엇을 

<연모>하는가? 

chiesadiroma@daum.net

02.18.2023

Leave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