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는 복, 누리는 복

한평우 목사

로마한인교회

어릴 때 집안 아저씨들로부터 이런 얘기를 자주 들었다. “이제 밥 먹을 만하게 되었는데 XX가 세상을 떠났다고,”

60년대만해도 사람들 대부분이 빈궁한 삶을 살았다. 그때는 배고품을 해결하는 것이 제일 큰 문제였다. 모든 사람들이 이 문제에서 자유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고로 시골 사람들은 필요한 물건을 구입하기 위해 십리 이상의 먼 길을 힘들게 머리에 쌀을 이고 시장을 갔다. 도중에 쌀장사들이 즐비하게 늘어서서 팔라고 하지만 단 몇 푼을 더 받으려고 힘든 고난을 당연하게 여겼다. 

그런 식의 삶을 살았기 때문에 여행을 간다거나, 시장에서 육개장 한 그릇 사서 먹는 일은 꿈도 꿀 수 없었다. 배고픈 허리띠를 졸라매고 그 먼 길을 다녀온 후 집에서 배고픔을 해결하곤 했다. 한 그릇에 얼마 되지 않는 그 맛있는 음식도 돈을 아끼기 위해 사 먹을 수 없었다.

그처럼 구두쇠로 몇십 년을 절약함으로 땅을 조금씩 늘려갔다. 그런 삶을 지극히 당연한 것으로 여겼기에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향해 “헤프다”고 입맛을 쩍쩍 다시곤 했다. 그러나 그런 삶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이었나 싶다. 그런 삶을 고집한 분들은 항상 안주처럼 말씀하곤 했다.

“나는 만 원짜리 곰탕 한 그릇을 사 먹지 않았노라고,” 곰탕 한 그릇을 사 먹지 않은 그분에게 그 사실은 훈장 같은 것이었다. 그리고 그 나름대로 삶의 법칙을 깨뜨려서는 안 되는 계율 같은 것으로 여겼다. 

그런데 전도서에 보니, 놀라운 말씀이 기록되어 있다. “어떤 사람은 그의 영혼이 바라는 모든 소원에 부족함이 없어 재물과 부요와 존귀를 하나님께 받았으나 하나님께서 그것을 누리도록 허락하지 아니하셨으므로 다른 사람이 누리나니 이것도 헛되어 악한 병이로다”.(전 6:2)

그렇다. 저토록 자린고비처럼 절약하고 아껴가며 논밭을 사고 먹고살 만한 가정을 이루게 되었다. 이것이야말로 하나님께로부터 받은 축복이다. 그러나 그 축복을 누리는 복은 받지 못했기에 뜨뜻한 곰탕 한 그릇 사서 먹지 못하는 일생을 살아가야 했다.

친척 중에도 그런 분이 있었다. 자린고비 영감도 울고 갈 그런 형님이었다. 그런 태도 때문에 재산은 꽤 모을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누려도 될 즈음에 그는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그토록 힘써 모은 재산이 눈에 밟혀 어떻게 그 먼 길을 홀로 떠났는지 모른다.

훗날 영으로라도 그 형님을 만나게 된다면 한번 물어보고 싶다. 그 재산을 두고 떠나야 할 때 어떤 심정이었는지를 ……

누리도록 허락하셨다. 대단한 축복이다. 이 말은 향락을 추구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여유가 될 때, 먹고 싶은 것 먹고, 가고 싶은 데를 갈 수 있는 것도 누리는 복이다. 또한 할 수 있는 대로 연약한 이웃을 향해 손을 펼 수 있는 삶, 이런 일도 분명 복된 삶일 수 있다. 진정으로 기쁨과 만족함을 얻게 하는 일이고 삶의 자부심을 품게 하는 일이다.

모든 사람들이 이런 식으로 누리는 복을 받게 되기를 소망한다. 그런 일이 사람을 진정 행복하게 만든다.

누리게 하는 복, 당신은 받았나요?

chiesadiroma@daum.net

11.05.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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