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한평우 목사

로마한인교회

로마에서 사람들이 가장 자주 찾는 곳이 카페입니다.

카페는 우리나라의 사랑방 같은 곳입니다.

거기를 가면 온 동네의 뉴스가 모여 있고, 마을 사람들의 모든 행사를 알게 됩니다.

이웃의 결혼, 출산, 죽음, 입원, 여행 등등 모든 소식이 모이는 곳입니다.

우리같이 외국인들은 아파트의 어떤 부분을 손대어야 하는데, 해당 기술자를 찾기가 용이하지 않은데, 카페를 가면 대부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수도를 고치는 사람은 누구, 화장실을 손 볼 수 있는 사람은, 전기 기술자는 누구라는 식으로 말입니다.

그래서 여러모로 서민들에게 편리한 곳입니다.

고로 로마에서는 카페 가격이 오르지 않아야 합니다.

서민들이 부담 없이 자주 갈 수 있는 곳이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신문에 의하면 원두 가격이 두 배로 올랐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집 주변의 카페들이 슬금슬금 가격을 올리고 있습니다.

가격에 민감한 서민들이기 때문에 혹 단골이 떨어지면 어떨까 하는 불안감이 있겠지만 손해를 보고 장사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로마는 제정 시대부터 빵과 서커스를 공짜로 지급했던 도시입니다. 

그런 전통이 있어서 그런지 지금도 공짜라면 무척 좋아합니다.

아름다운 호수 주변에 탁자들이 설치되어 있는데, 휴일에 그 의자를 차지하기 위해 전날 밤부터 할머니가 그 의자에서 밤을 지새울 정도입니다. 그까짓 탁자가 뭐라고 말입니다.

우리로서는 전혀 이해되지 않는데 말입니다.

그 공짜 좋아하는 심리를 이용하여 복권이나 즉석 복권들이 발달했는지 모릅니다.

내가 보면 이태리는 넓은 땅(우리의 남북한 합친 것의 1.5배임, 거기다 경작면적은 7배) 인데 왜 농사를 짓지 않고 이집트에서 밀을 수입하여 왔는지 도통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지금도 노는 땅이 천지입니다. 

아마도 정 안되면 콜로세움(얼마 전 신문에서 4조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평가함)을 돈 많은 아랍 상인에게 넘기려 할지도 모릅니다. 사실 콜로세움이 나폴리에도 있고 베로나에도 있으니 

다 따진다면 십 몇조 되겠네요. 조상 잘 만나서 금수저를 물고 나왔다 싶습니다.

이들은 과거에 그런 전적이 있습니다.

콜시카를 불란서에 넘기기도 했고, 사보이 공국과 니스를 불란서에 넘겨주기도 했습니다.

그런 전적이 있으니 또 그렇게 하지 말라는 법은 없겠지요.

아무튼 카페 가격이 오르는 것은 로마 시민들에게는 매우 불안하게 하는 사건일 수 있습니다.

부유한 사람들처럼 걸핏하면 휴양지로 떠날 수도 없고, 기껏해야 동네 카페를 찾아 가오를 잡으려고 할 때, 순도 50도에 이르는 독주를 컵에 몇 방울 떨어뜨려 달라는 정도의 객기를 부릴 수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제정 로마 시절처럼 공짜 서커스가 있는 것도 아니고, 공짜 빵을 주는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자신의 객기를 부릴 수 있는 유일한 카페, 그 카페 가격이 올라 저들의 작은 자존심이 밟혀버린다면 저들은 더 이상 갈 데가 없답니다.

왜 신은 이처럼 가난한 사람들은 헤아릴 수 없이 많게 하셨고, 부유한 자는 적게 하셨는지 모릅니다. 그 반대라면 세상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아무튼 서민들의 유일한 안식처인 카페, 그 카페 가격이 오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서민들에게도 유일하게 가끔씩 가오를 잡을 수 있는 곳이니까요.

모든 사람들의 연인인 카페.

그 카페가 서민들을 행복하게 하고, 때로는 눈물을 닦아 주는 곳이라면 좋겠네요.

chiesadiroma@daum.net

10.15.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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