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명을 일깨우신 배려

(요한복음 21장 을 중심으로)
한평우 목사

로마한인교회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달려 죽으시자 제자들은 모두 흩어졌고 두려움에 떨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주님을 핍박한 종교지도자들이 가득한 예루살렘에서 멀리 떨어진 갈릴리로 도피했습니다. 요한은 갈릴리를 디베랴라고 했는데 그 명칭은 로마황제 티베리우스를 가리키는 이름입니다. 유대는 로마의 식민지였고 황제에게 잘 보이려고 그렇게 이름을 붙인 것입니다. 그곳에는 7명의 사도들이 있었다면 2/3가 모여 있었음을 의미합니다. 제자들은 스승을 십자가에 달아 죽인 종교지도자들이 자신들도 체포하러 사람들을 보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두려운 상황에서의 캄캄한 밤은 더욱 긴장감을 주고 시간도 정지된 듯 여겨지게 됩니다. 그런 상황에서 베드로가 침묵을 깨고 말합니다. 나는 고기나 잡으러 가야겠다고 하니 너도나도 따라나섰습니다. 

때는 어둠이 내리는 밤이었습니다. 제자들 대부분은 어부출신이었습니다. 3년 전에 사용했던 배와 그물도 그대로 있었을 것입니다. 저들은 두려움을 이기려고 더욱 정신을 집중하여 그물질을 했을 것입니다. 어느 지역은 수심이 어떻고, 고기는 어떤 종류가 잡히는지에 대한 지식이 탁월했습니다. 그러나 죄책감도 있었습니다.

자신들에게 나를 따르라, 내가 너희로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게 한다고 말씀하셨을 때, 기쁨으로 배와 그물을 내던지고 주님을 좇았던 제자들입니다. 그런데 지금 3년 만에 두려움 때문에 처음으로 돌아왔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밤에는 전혀 고기가 잡히지 않았습니다.

신기한 일입니다. 얼마라도 잡혀야 정상인데 말입니다. 고기가 잡히지 않을 때는 피곤이 상승하게 되는 법입니다. 그렇게 헛된 투망질을 하는 동안 동녘에서는 불그스름한 새벽빛이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제자들은 허탈한 심정으로 일을 끝내고 바닷가를 향해 노를 저었습니다.

그때 육지에 서신 어떤 분이 말을 걸어옵니다. 얘들아, 너희에게 고기가 있느냐? 없는데요. 그물을 배 오른편에 던져라. 그러면 잡을 것이다. 그래서 밑져야 본전이다 싶은 심정으로 순종했더니 단번에 153마리라고 하는 대박을 터뜨리게 되었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하여 말씀하신 분이 부활하신 예수님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다른 제자들도 그랬겠지만, 수제자 베드로의 심정은 쥐구멍이라도 찾아 들어가고 싶을 심정이었을 것입니다. 그런 중에서도 자상하신 주님께서는 이미 조반을 준비하셨습니다.

육지에는 숯불이 있었고, 그 위에 생선이 놓였고, 떡도 있었습니다. 여기에 신비한 요소가 있습니다. 숯불, 생선, 떡, 이것들은 어디서 준비하셨을까요? 이적을 통하여 준비하신 것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주님께서는 면구스러워서 어깨를 축 느려 트리고 쩔쩔매는 제자들을 보듬어 주셨습니다. 그러면서 지금 잡은 생선을 좀 가져오라고 하셨습니다. 얼마든지 기적을 통해 제자들을 배불리 먹이실 수 있지만, 인간의 노력으로 얻은 수확물을 받으시기 원하시는 모습을 배우게 됩니다. 

예수님께서는 친히 떡을 서빙하시고, 구운 생선도 그리하셨습니다. 친히 앉아서 서빙을 받아 마땅하신 예수님께서 친히 제자들의 조반을 마련하셨고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떡을 건네주셨고, 구운 생선도 건네셨습니다. 자, 내가 조반을 준비했으나 너희가 알아서 먹으라. 하신대도 감사할 일인데, 칭찬받을 일을 하지 않은 제자들에게 찾아오셔서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서빙하시는 모습은 아름답기만 합니다. 

이후에 베드로에게 세 번씩이나 사명을 당부하셨습니다. 베드로에게 하신 것은 다른 모든 제자들을 대표하신 것입니다. 사명을 당부하시는 주님의 자상하신 배려는 이 시대 배워야 할 참 스승의 상을 봅니다. 제자들은 주님의 책망 보다, 사랑의 배려 때문에 모두가 순교의 제물이 될 수 있었습니다.

chiesadiroma@daum.net

09.17.2022

Leave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