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한인교회
카페집이 이태리에 처음 문을 연 것은 3백 년 전인 1720년이다. 베니스의 산마르코 광장 한편에 있는 카페 플로리안(Caffe’Florian)이다. 그에 비해 로마는 1760년에 쇼핑 중심가인 콘도티 거리에 카페 그레꼬(Caffe’Greco)가 시작되었다. 두 장소 모두 지금은 자릿세가 엄청날 텐데 몇 백 년을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으니 놀랍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이태리에서 카페 맛이 가장 뛰어난 지역을 꼽으라면 이구동성으로 나폴리를 택한다. 그에 대해서는 전혀 반론이 없다.
가끔 방문할 때 마시는데, 나폴리의 어떤 카페에서 맛보아도 차별이 없다. 나의 주관적인 판단이 아니라 이태리를 방문하는 사람들, 또는 오랫동안 이태리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의견도 같다. 심지어 얼마 전 밀라노를 방문하고 시내를 걷는데 며느리가 말했다.
“이 집 카페가 맛있어요. 나폴리 사람들이 하는 카페집이예요.” 그래서 마셨더니 역시 다른 집 보다는 훨씬 맛이 있었다. 맛에 대해서는 예민하여 노상에 있는 작은 카페인데도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다.
그런데 그 맛의 원인에 대해서는 아무도 모른다. 어떤 이는 나폴리의 카페가 맛있는 것은 물이 좋아서라고 한다. 놀라운 것은 카페가 입에 착 달라붙는 느낌을 주는데, 비법은 모르나 그런 식의 맛은 이태리 어느 지역에서도 맛볼 수 없다는 점이다. 그런 카페 맛 때문에 위대한 성악가 카르소(Caruso)가 나폴리에서 태어났고, 그 맛을 잊지 못해 죽을 때도 소렌토로 돌아와야 했는지 모른다.
카페가 유럽에 들어온 후 그 곳은 지식인들의 고급 사교장이 되었다. 그래서 로마나 베니스의 카페 집은 당시의 유명한 인사들로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괴테, 바그너, 브람스, 스탕달, 토마스 만, 입센등도 이 카페를 들락거렸다고 기록되어 있다.
카페 한 잔을 시켜놓고 문학이나 예술, 미술, 철학이나 정치를 시간가는 줄 모르고 얘기했고, 주인은 자리가 비워져야 다른 손님을 받을 수 있는 데도 전혀 불편한 기색 없이 참아주었다. 이런 전통은 지금도 지켜져서 카페 한 잔을 시켜놓고 몇 시간 앉아있어도 불편해하지 않는다.
이곳에서 수많은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고 수많은 타협과 사랑과 우정이 피어나기도 했다. 지금 이곳에서 멀지 않는 우크라이나에서는 참혹한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 한 푼어치도 안 되는 탐욕 때문이다.
아름다운 전통으로 어우러진 이런 카페에서 푸틴과 젤렌스키가 만나 그동안 미안했다, 더 이상 다투지 말고 평화를 이루자, 그동안 당신네 나라를 파괴한 보상으로 차후로 수십 년간 석유와 가스를 무료로 제공하겠다, 하면서 뜨겁게 악수하고 서로를 끌어안고 바쵸(Bacio)를 한다면 얼마나 좋을 까 싶다.
카페 향이 그윽한 300년 전통의 이곳 카페에서....
chiesadiroma@daum.net
04.16.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