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한인교회
지난주 한국 대통령 선거가 있었다. 선거는 언제나 승자와 패자가 존재한다. 모두가 승자가 된다면 좋을 텐데,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패자가 된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아마도 천국에서는 모두 승자가 되는 곳일 텐데 타락한 세상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아픔과 슬픔이 있고 탄식과 서러움이 존재한다.
운동경기에서 이긴 자는 승리의 기쁨 때문에 링 위에서 펄떡펄떡 뛰며 표호 한다. 손을 내두르며 자신의 강함을 관중들에게 알리고, 사람들은 박수로 응수하기도 한다. 그런데 링의 한편에서는 패자가 고개를 숙이고 통한의 눈물을 쏟아내고 있다. 이 경기만을 위해 수년 동안 밤낮으로 강훈련하며 인내했는데, 단 몇 십 분에 패자가 되었다는 사실 앞에 마음이 하얗게 되고 말았다.
자신의 판단으로는 분명 이긴 경기였는데, 주심이나 부심들이 점수를 이상하게 준 것 같다. 겨우 한 점 차이로 패하였으니 너무나 안타깝고 또 서럽기만 하다. 후회가 막급하다. 조금 더 저돌적으로 공격하였더라면 이긴 경기가 되었을 텐데 말이다. 그러나 그런 후회가 무슨 소용이 있으랴. 모든 관중들은 오로지 승자에게만 박수를 보내고 패자에게는 눈길한번 주지 않는다. 이런 것이 세상의 냉혹함이다.
그러나 승자는 패한 자를 보듬어 줄줄 아는 넉넉함이 요구된다. 우리는 현재 넘치는 갈등 속에 살아가고 있다. 세대 간, 지역 간, 성별 간, 국가 간.
당선인은 전 국민의 대통령이다. 표를 주었거나 주지 않은 자도 똑같은 국민들이다. 그들을 하나 되게 해야 한다. 그 일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위대한 정치가는 해낸다. 우리는 요즈음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하나 된 모습을 통해 큰 감동을 받게 된다.
거대한 러시아와 전쟁을 치르는데 며칠이면 점령당하게 될 줄 알았는데, 끈질기게 버티는 모습을 보고 온 세계가 놀라고 감동한다. 그런 모습을 보고 이모저모로 돕는 길을 선택하고 또한 전 세계에서 자원병으로 나서기도 한다. 똘똘 뭉쳐서 저항하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을 보며 동정심을 느끼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단합되고 뭉치는 모습은 사람을 감동시킨다. 그리고 그렇게 할 때의 힘은 보통 때의 열배, 백배의 시너지를 창출하게 된다. 우리의 선출된 지도자도 이런 리더십을 발휘하게 되기를 소망한다. 언제 어디서나 겸손하게 주어진 직분을 두려운 마음으로 수행하는 지도자, 특히 힘들고 연약한 자들의 이웃이 되어줄 수 있는 지도자. 실패하여 울고 있는 자들에게 다가가서 눈물을 닦아주는 그런 지도자가 된다면, 그 얼마나 감동적일 까 싶다.
링컨이 위기에 처한 미국을 하나로 만들었던 것처럼.
03.19.2022
chiesadiroma@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