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가주사랑의교회 담임
‘천사의 도시’ 로스앤젤레스의 쭉 뻗은 직선도로를 자동차로 달리다 보면 멀리까지 시야가 탁 트여서 가슴이 뻥 뚫립니다. 이런 직선 도로들은 여러 가지 장점이 있습니다.
속도감과 안전감이 있고, 운전하기가 수월합니다. 바둑판 모양으로 연결되어서 길을 잘못 들어도 우회전을 네 번 하면 다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에 길 잃을 일이 거의 없습니다.
반면에 동부의 오래된 도시들에는 구불구불한 길이 많이 있습니다. 좁고 커브가 심한 길, 불빛도 충분하지 않은 길, 앞이 보이지 않는 길들은 운전하기 어렵고 사고의 위험도 큽니다.
또한 도로들이 잘 연결되어 있지 않아서 자동차 네비게이션이 없으면 광야에서 방황했던 이스라엘 백성들처럼 한참 동안 길을 헤맬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구불구불한 길에는 직선 도로에 없는 다양한 매력이 있습니다. 스페인의 천재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는 ‘직선은 사람이 만든 선이고, 곡선은 신이 만든 선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원래 곡선이었던 자연을 인간이 직선으로 만들었다는 그의 주장처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위치한 그의 대표적인 건축물인 ‘사그라다 파밀리아’성당에는 하나님이 창조하신 자연의 곡선들이 아름답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자연처럼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인생의 길도 구불구불한 곡선입니다. 곡선의 길이 굴곡이 많아서 울퉁불퉁하고 경사가 많고, 좁고, 운전할 때에 열량 소모가 심하고, 시간이 많이 걸리듯이 구불구불 인생의 길도 굴곡이 많고 평탄하지 않습니다. 불쑥 찾아온 코로나 바이러스가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듯이 우리는 인생의 길에서 수시로 예상하지 못한 어려움을 만납니다. 하지만 구불구불 인생길에는 예기치 못한 축복이 숨어 있습니다. 먼저, 그 길에서 자신의 연약함을 깨닫습니다.
언제든지 아찔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인생길에서 인간의 한계를 철저하게 인식하게 됩니다. 내가 하나님의 도움이 없이는 살 수 없는 연약한 존재임을 알고 하나님 앞에서 겸손해지는 축복을 누립니다. 또한 그 길에서 오직 하나님만을 신뢰하는 법을 배웁니다. 좁고 커브가 심한 인생길에서 나를 지켜주시는 하나님, 나를 정금과 같이 빚으시는 하나님, 나의 작은 신음에도 응답하시는 하나님을 만나고, ‘항상, 그리고 언제나’ 나와 함께 하시는 하나님을 의지하는 법을 배웁니다.
마지막으로, 그 길에서 결과보다는 과정의 소중함을 배웁니다. 조급함을 내려놓고 구불구불 인생길의 곡선을 따라가다 보면 하나님께서 하락하신 인생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지나친 목적 지향적인 삶보다 과정을 중시하는 삶, 관계 지향적인 삶의 소중함을 배우며 살아갑니다.
‘직선보다 곡선이 아름답다’는 말이 있습니다. 하루 앞을 알 수 없는 구불구불한 우리 인생도 아름답습니다. 오늘도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곡서의 자연을 즐깁시다. 또한 구불구불 나의 인생길의 하루하루를 소중히 여기며 살아갑시다. 그 길에서 어떤 일을 당해도 인생의 주권자이신 하나님을 신뢰합니다. 하나님께 감사하고 자족하는 신앙인으로 살아갑시다.
03.05.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