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란 앞에서

한평우 목사

로마한인교회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뭔가 나사가 풀린 것 같다. 눈에 보이지 않는 불청객인 코로나가 찾아와 거의 2년 동안을 물러갈 생각도 않으면서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한다. 영국 속담에 손님이 찾아와 3일이 지나면 냄새가 난다고 했는데, 무려 2년 가까이 되었으니 코로나의 ‘코’자 조차도 싫어진다. 그동안 전 세계에서 확진자가 2억3천명 가까이 되었고, 사망자도 4백7십만 명이 되었다. 그만하면 족한 줄 알고 슬그머니 꼬리를 내려야 할 텐데 이놈은 어찌된 셈인지 염치도 없다.

인정사정 보지 않는다는 듯 여전히 삼킬 자를 찾아 우는 사자처럼 활동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놈에게 잡혔다고 신고한 듯, 문밖에서는 앰뷸런스의 사이렌소리가 귀가 따갑다. 그동안 백신공급이 원활한 나라들은 이젠 대수롭지 않고 여기는 것 같다. 대부분 마스크도 벗었고, 거리두기도 괘념치 않는 모습이다. 오히려 백신을 거절하고 절대로 맞지 않겠다고 항변하는 자들도 상당한 것 같다.

잘못된 확증편견에 사로잡혀 백신 접종을 완료한 자에게 주어지는 그린카드도 완강하게 반대한다. 그들 중에는 소위 지성인들도 포함되어 있고 심지어는 의료인들도 있다. 세상은 참 희한하게 돌아간다 싶다.

그러나 백신 공급이 원활하지 못한 나라들은 여전히 노심초사하고 있다. 그들은 학수고대하면서 백신을 공급받고 싶어 하는데, 백신이 충분한 나라들은 거부하는 사람들 때문에 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백신을 버려할 상황이라고 한다. 세상이 왜 이래, 테스 형!

그 뿐인가! 올해는 산불이 맹렬하게 일어났고, 태풍 및 하늘에서 쏟아 붓는 큰비로 인한 피해는 상상할 수 없이 크다. 유일한 거처를 산불로 태워버린 사람들, 또는 갑자기 쏟아지는 폭우로 집을 쓸려버린 사람들의 눈물이 유난스레 많은 한 해다 싶다. 이 모든 일들이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남으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게 한다. 마치 욥이 동시다발적으로 사단의 습격을 받아 황망하였던 것처럼.... 

지난 9월 더위는 수십 년만의 뜨거움이라고 한다. 이 모든 것들이 이상기후로 찾아온 것인지, 아니면 우연한 만남인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성경을 믿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이 모든 일들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혹 주님께서 말씀하신 마지막 상황을 알려주시는 영적 사인 일 수 있기 때문이다. 사복음서에 예언한 마지막 시대에 일어나는 현상들을 보면 지금 우리가 만나고 있는 상황과 매우 흡사한 점들이 있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세상이 점점 더 험악하게 돌아가고 있다. 하나님께서 정해주신 질서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부모와 자식, 남편과 아내, 친구와 이웃, 이 모든 관계가 온통 물질로 변해가고 있고, 나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관계가 되어가고 있다. 그래서 물질 때문에 엄연하게 주신 관계의 벽을 허물어 버리고 살상의 자리까지 넘어가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시대다.

나라가 불안하니 분파운동이 결렬하게 일어나고, 그러니 내분으로 인해 나라가 피폐하게 되고 있다. 중동 분쟁으로 어렵게 되니 생존을 위해 목숨을 걸고 유럽으로 건너오는 사람들도 많다. 이런 난민을 더 이상 수용하기 힘든 유럽은 터기에 매년 수십억을 지원하며 난민을 막아달라고 요청하기도 하고. 

이런 때야말로 고개를 들어야 하는 때가 아닐 까 싶다. 하나님의 음성을 기다리는 심정으로 말이다.

chiesadiroma@daum.net

10.23.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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