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 상품, B급 인생 여름사역을 위해 한국을 방문했을 때 경험한 일이다. 한국의 마트에 가면, B급 과일이 유행한다. 조금 상처가 있어서 중요 상품 코너에 진열은 못되지만, 맛이 좋고 가격이 저렴해서 사람들이 자주 찾는다. 겉 상표만 못 붙일 따름이지, 전혀 과일 맛의 본질에 상관이 없는 품목들이다. 가격 대비 인기상품으로 일찍 물건이 동이 나는 것을 보았다. 그런 현상들을 보며, ‘아 저렇게 볼품이 없어 보여도, 다 쓸모가 있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성경에 등장하는 인물들이나 현실의 삶에 믿음으로 살아 하나님이 쓰시는 인물들의 모습들도 그렇지 않은가? 생각이 되어졌다. 오히려, 잘난 척하고 하나님 없이도 살 것 같은 사람들은 하나님이 버리시는 것을 본다. 이에 반해, 부족하고 연약하고 의지할 것이 없어 보여도, 오직 주만 바라보던 사람들은 마침내 하나님이 귀하게 쓰시고, 오히려 못난 것이 더 큰 간증 거리가 되는 것을 본다. B급 존재, 믿음의 영웅 믿음의 영웅 다윗도 마찬가지다. 다윗도, 그 당시 사람들이 생각한 영웅의 이미지와는 반대되는 모습이었다. 마치 B급 존재와 같은 인물이다. 사무엘에게 기름 부음을 받았을 때, 그는 가족들의 눈에도 띄지 못하는 존재였다. 애나 보라고 떠밀리듯 중요한 잔치 자리였지만 양이나 돌보라고 밀쳐낼 그런 존재였다. 블레셋의 장수 골리앗을 물리칠 때도, 사울왕의 갑옷도 입지 못할 정도로 보잘것없는 체형의 목동이었다. 악령에 사로잡힌 사울을 수금으로 달래 주던 음악치료사, 누가 부르면 냉큼 달려가야 하는 배달 음악사였다. 게다가 왕에게 충성을 다했지만 이유없이 사울의 살인적인 질투로 인해 늘 쫓겨 다녀야 했던 도망자 신세였다. 성전을 짓고자 했지만, 준비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고, 밧세바를 범하고 그 남편 우리아를 죽인 중범죄자의 위치에 이르렀다. 자식간에 강간 살인 등, 죽고 죽이는 일에도 일언반구 권세있게 조정할 줄 모르는 무력한 아버지였다. 자식이 왕자리를 내어 놓으라고 칼부림을 할 때에도, 차마 그를 스스로 칼을 들어 제압할 수 없는 마음에 하나님께 맡기고 버선발로 도망가던 존재가 다윗이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어떠했는가? 시 23편을 통해, 스스로 자신의 전 인생을 두고서 조금의 부족함도 없는 인생이었다고 고백을 한다. 성전짓는 것을 거절 받았지만, 대신에 하나님은 그의 Dynasty, 다윗 왕조를 허락하셨고 누구도 넘보지 못할 은혜를 허락하셨다. 더 나아가 다윗에게 메시야에 대한 약속, 마태복음 1장1절에 드러나듯이 아브라함과 다윗의 자손, 예수 그리스도라고 하면서 당당히 예수 그리스도의 계보를 시작하는 것을 본다. 연약한 B급 인생인 그를 통해 하나님은 능히 당신의 뜻을 이루리라 하신 말씀을 그대로 성취해 나가시는 것을 보게 되는 것이다. 성경의 신비이다. 중심, 내면, 뒷모습 B급 인생같은 다윗에게 허락하신 하나님의 특별한 은총의 이유가 무엇일까? 하나님께서 그의 중심을 받으셨기 때문이다. 그의 내면, 그의 속사람, 그의 중심을 하나님이 받아 주셨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앞에서 보고 보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진열장의 물건처럼 눈에 보이는 것으로만 판단한다. 그렇게 판단할 때, 하나님이 쓰시는 사람들은 대개가 B급 인생들이다. 그러나 하나님의 눈, 내면을 살피시고, 중심을 보시는 하나님의 눈앞에서 서는, 결코 B급이 아닌 A급 인생의 아름다운 모습을 드러낸다. 사람의 눈앞에 나타난 외모도 중요하지만, 하나님이 한 인생을 사용하실 때는 보이지 않는 내면의 뒷모습, 삶의 진실한 흔적들이 그 사람의 인생을 좌우하게 되는 것이다. 사람의 중심이 드러날 때는 언제일까? 사람들에게 자신을 드러내고 선전할 때가 아니다. 지나간 삶의 흔적들을 통해 그 내면의 생각과 중심을 이해하게 된다. 다윗의 경우에도 삶의 감추어져 보이는 뒷 모습의 흔적들이, 벗거벗은 듯 그의 삶을 정확하게 설명함을 본다. 뒷모습, 삶의 흔적들 그런 측면에서 천재적인 작가 미켈란젤로의 다비드 상을 통해 큰 영감을 얻을 수 있다. 이탈리아 피렌체의 아카데미아 미술관에 전시된 다비드상에 대해 미학을 아는 이들은, 다비드 상의 전면에 보이는 미소년같은 얼굴에 주목보다, 360도 전체의 아름다움에 주목할 것을 권한다. 다비드상의 등이나 종아리나 허벅지를 보면 힘줄과 실핏줄까지 표현된 것을 통해 미켈란젤로의 예술성을 보라고 한다. 극찬한다. 살아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는 것이다. 미켈란젤로의 예술성을 통해 영감을 얻는다. 다윗의 참된 아름다움도, 평범한 일상에서 쉽게 잘 드러나지 않는 다윗의 뒷모습을 통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다윗의 뒷모습을 생각할 때 하나님이 왜 다윗을 택했고 다윗을 나의 마음에 합한 자라고 말씀하셨는가?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의 작가 미셜 트루니에의 ‘뒷모습’이라는 책에는 사람의 뒷모습에 대한 깊은 의미를 말한다. “사람의 뒷모습은 진실입니다. 등은 거짓말을 할 줄을 모릅니다. 남자도 여자도 사람은 얼굴로 표정을 짓고 손짓하며 몸짓과 발걸음으로 자신을 표현하지만, 그것은 그 사람의 겉모습에 불과할 뿐입니다. 하지만 등과 뒷모습은 거짓말할 줄을 모릅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실제로, 생각해보면, 아버지의 뒷모습을 생각하면, 가정을 책임진 그 어깨와 등을 보면서, 가정의 가장으로서 한 가정을 책임진 아버지의 마음의 진심을 느낄 수 있다. 성경의 인물도 그렇지만, 현실 속에 만나는 사람들을 보아도, 한 사람의 내면의 진실함도 앞모습 보다는 그의 뒷모습, 삶의 흔적들을 통해 더 온전하게 전달되어 옴을 느낀다. 경남 함양, 신근수 장로 매년 여름이면, 주일 두 번을 끼워서 3주 정도 한국사역을 감당한다. 고향 대구의 기도원에서의 여름집회와 한국 예배회복 컨퍼런스와 세미나, 초청받은 교회에서의 말씀증거를 위함이다. 그런데 금년 한 주일은 아주 특별한 시간을 보냈다. 한번도 가보지 않은 경남 함양이라는 곳에서 1일 성회가 약속되어 있었던 것이다. 한참 선배 목사님이 목회하시는 곳인데, 몇 개월 전에 그곳 장로님을 통해 연락이 온 것이다. 사흘 성회를 부탁받았지만, 농촌지역의 집회에 익숙하지 않아서 하루만 하도록 양해를 얻었다. 그렇게 일이 진행이 된 데에는, 그곳 상내백 교회(노상규 목사) 76년 역사에 최초의 장로님이 되신 신근수 장로님과 아내 권민아 권사님의 헌신이 있었다. 10년 전, 이곳에서 한국으로 귀국할 때는 새벽기도를 기점으로 이제 갓 말씀 생활과 기도 생활에 불이 붙기 시작한 때였었고, 삶의 어려운 상황 속에서 사업을 접어야 했던 고난의 시기였다. 당시의 형편을 설명하자면, 아무것도 기대할 것이 없어 보이는, 실패한 사업가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어려움 중에 귀국을 했는데, 하나님은 그들의 전공과 전혀 상관없는 사과 농사를 위해 귀농을 하도록 하셨는데, 그때 지금의 교회를 만나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현재는 6천평 사과밭을 일구면서, 전국에 26명만 있다는 농업명장 중에 한명이 되었다. TV에도 자주 출현하고 함양지역에서는 아주 유명한 분이 되어 있었다. 힘들게 떠난 집사님 부부의 성공은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감동이 되었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 마음을 감동케 한 것은, 삶의 허락하신 기업의 성공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담임 목사님과 한마음이 되어 이루어간 일들이 보통이 아님을 보면서 참 멋진 삶의 역전, 아름다운 신앙의 모습에 훨씬 더 감동이 되었다. 역시 사람은 갈수록 잘 되는, finish well의 인생을 살아야 한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도 되었다. 그 목사님의 그 장로님 밤늦도록 목사님 부부와 장로님 부부, 다섯 명이 많은 간증 스토리들을 나누었지만, 그 중에 가장 감동이 되었던 한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지금의 목사님이 부임해 가셨을 때 교회 형편이 많이 어려웠다고 한다. 장로님도 당시에 집사였지만 교회 형편을 생각하면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앞서 은퇴하시는 목사님에게도 교회가 제대로 섬기지 못했는데, 지금 모시는 담임 목사님도 십수 년을 목회한 후 은퇴를 하셔도 상황이 갑자기 좋아질 것 같지를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당시 집사였던 장로님이 주동하여 자신이 보아둔 좋은 땅을 미리 교회가 사도록 하고, 페이먼을 교회가 하도록 하면서 목사님 앞으로 그 땅을 이전해 드리도록 한 것이다. 은퇴하실 때가 되면 땅의 가치도 좋아지고 목사님의 생활에도 도움이 될 일을 하고자 한 것이었다. 실제로 목사님의 은퇴를 예비한 땅을 가보니, 앞에는 개울이 흐르고, 솜씨 좋으신 목사님은 농막을 호텔처럼 주변 경관을 멋지게 꾸미셨다. 처음 방문한 나로서도 금새 하룻밤을 묵어가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좋은 곳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귀한 교회의 마음을 받은 목사님은 그 땅에 감자 고구마같은 농사를 짓기 시작을 하셨다. 농사가 아주 잘 되었다. 그래서 목사님은 이것을 또 교회 이름으로 내어다 팔면서 그 땅값을 스스로 갚아 나가기 시작을 한 것이다. 게다가 실제로 수백평이 되는 곳에 농사를 지으니, 농부로서의 혜택도 받게 되었다고 한다. 일석삼조의 역사가 나타난 것이다. 목사님을 통해, 이런 스토리를 들으면서 예전의 교단 어르신 목사님 이야기가 생각났다. 장로는 목사 사택에 밥때가 되면 밥하는 연기가 오르는지를 살펴보았고, 장로님의 마음에 부담을 주기 싫어서 목사는 가마솥에 물을 끓이면서 바깥 굴뚝으로 연기를 뿜어냈다는 것이다. 교회와 장로는 목사님의 은퇴가 염려되어, 자신이 보아둔 좋은 것을 드리며 책임져줄 줄 알고, 목사님은 그런 교회의 형편을 생각해서 땀을 흘려 농사를 지어 교회의 부담을 줄이고자 애를 쓰는, 참으로 귀하고 복된 감동의 스토리였다. 남겨진 흔적의 아름다움 과연 이런 쓰임받는 은혜를 어떻게 하나님이 장로님 가정에 허락을 하셨을까? 마지막에 옥합을 깨트리듯 하나님 앞에 드린 마음의 중심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집회를 모두 마치고, 장로님의 큰 과수원과 집으로 안내를 받았다. 그곳에서 과거의 추억을 이야기하는 중에, 지금도 그 액수를 기억하고 있는 내용이 이야기거리가 되었다. 한국으로의 귀국을 준비하던 때, 좁은 아파트에 가산을 몰아 넣어두고, 사업의 성공을 위해 몸부림을 다했지만 결국 그런 수고들이 소용이 없어져 떠나야 했을 때, 마지막까지 새벽기도를 나오면서 사업을 정리한 후 남은 금액을 하나님께 오롯이 드리고 간 그 일을 서로가 기억한 것이다. 그 마음의 중심을 하나님이 받으시고, 장로님 가정을 이렇게 인도하신 것이라 믿어진다. 두 아이와 함께 한국을 가기 위해 떠나던 날에 많이 아쉽고 허전한 마음이 들어서, 더욱 간절하게 기도했던 기억도 있다. 그 기도와 집사님의 마지막 헌신을 받으시고 하나님께서 친히 장로님 부부를 전공과 상관없는 사과농사에 헌신하도록 하시고, 큰 성공을 거두면서 교회에 꼭 필요한 일꾼으로, 교회 76년 역사에 최초의 장로님과 최초의 위임목사님으로 두분을 세우는 일을 하도록 하나님께서 친히 일하신 것이라 믿어진다. 하나님께서는 어떤 일을 하시기 전에 먼저 그의 중심, 그의 믿음을 보신다. 장로님을 통해 이루어가신 일들도, 그 모든 축복의 일들에 앞서, 장로님 부부를 먼저 찾아 보신 것이 있었다고 생각된다. 바로, 이곳을 떠날 때의 그 중심, 하나님의 도우심을 간절히 구하고 찾았던 그 뒷 모습의 아름다움을 통해, 하나님께서 그 마음을 먼저 받으셨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중심을 받으신 하나님께서, 전공불문하고 두분을 통해 교회의 큰 일들을 감당케 하신 것이라 믿어진다. 중심을 보시는 하나님 앞모습이 아름다운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하나님은 화려한 앞모습이 아니라, 뒷모습이 아름다운 삶을 축복하시기를 원하신다는 사실이다. 이제 여름 사역을 마치면서, 가을 사역의 열매를 위해 달려가야 한다. 담담하게 걸어가는 뒷모습이 하나님 보시기에 아름답기를 다시 한번 기도하게 된다. 오늘날 얼마나 한결같지 않은 모습들이 많은가? 그러한 때에라도, 하늘의 하나님께 마음을 두고, 진실한 마음의 중심으로 하나님 앞에 행할 때에, 주께서 모든 것을 좋게 하심을 굳게 믿는다. 외모보다, 하나님 앞에 진실한 내면의 모습을 통해, 주님께 귀히 쓰임받는 2024년 가을을 맞이하기를 소망한다. davidnjeon@yahoo.com 08.24.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