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영성의 자녀교육 –말씀, 기도, 예배, 한글, 훈련–

전남수 목사 (알칸사 제자들교회)
전남수 목사

너무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을 보면서, 자녀 세대에 대한 염려를 하게 된다. 성적 정체성의 문제, AI 등 인터넷 교회의 출현과 이에 대한 교회 중심 신앙생활의 약화, 가정 해체에 준하는 지나친 개인주의의 심화 등이다. 이러한 문제들을 생각하면서, 과연 교회의 역할은 무엇이며, 사역자로서 몸부림치며 가르치고 강조할 것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열악한 이민교회의 형편에서 돌아보면 더욱 간절해 지는 것 같다. 다음 세대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부족하지만, 한가지 해법을 찾았다면, 다음 세대를 위해 그저 영어 잘하는 이엠 사역자를 잘 찾아 주는 것에 그칠것이 아니라, 조금 둔탁해 보여도 이미 기존 세대가 가장 자신있게 경험하고 맛보았던 하나님에 대해, 가장 자신있는 방법으로 가르치는 것이다. 비록, 아날로그 영성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자녀들에게 진정으로 터치될 때, 충분히 아이들이 변화를 이루어내더라는 것이다.

재미없는 전통 방법인 것 같아도, 하나님의 은혜에 기대는 마음으로, 무엇보다 결국 아이들도 하나님의 형상따라 지음받은 영적존재라는 것을 전제하면서, 본 교회에서 강조하며 가르쳐온 몇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자녀교육에 대해, 본 교회를 방문하신 분들의 칭찬(?)에 기대어, 쑥스러운 마음으로 아날로그 영성에 기반한 자녀교육에 대해 소개해본다.

 

1. 주일 성수 신앙

 

가정의 우선순위가 자녀교육에 있듯이, 본 교회도 마찬가지다. 자녀들의 교육을 사역의 우선순위에 두고 강조하며 지난 20년을 사역해왔다. 그 가운데 틈만나면 우리 2세들은 세상 어디를 가더라도 ‘주일성수, 십일조, 새벽기도’ 세 가지를 꼭 하는 충성된 성도들이 될 것을 강조했다. 이를 부모들에게도 교육했다. 세상에 어떤 일이 있어도, 주일은 거룩한 하나님 아버지께 예배하는 날임을 잊지 말아야 하며, 하나님께서 정하신 거룩한 안식일을 기쁨과 감사와 즐거움으로 아버지 집, 교회에서 지내야 한다는 것이다. 

주일 신앙은 거친 세상에서 교회 중심으로 살아가는 신앙의 기초이며, 육신의 부모가 이 땅에 존재하지 않아도 하나님을 아버지로, 교회를 어머니로 모시고 사는 축복된 자녀의 삶을 살아가는 근본임을 가르쳤다. 주일은 너의 날이 아니다. 세상없어도 교회가는 날이 주일이다. 주일은 네가 마음대로 원하는 대로 생활할 수 없는 날임을 강조했다. 주일신앙이 무너지면, 교회도 없고, 교육도 없고, 하나님앞에 인생의 근본이 없어지는 것이다.   

 

2. 십일조 신앙

 

예물을 하나님께 드리는 교육은 복된 신앙생활에 너무 중요한 요소이다. 주의 주되심을 고백하는 데, 가장 장애가 될 수 있는 것이 물질, 돈이다. 모든 성도들에게 헌금 생활을 강조하며 가르쳤다. 2세들에게도 어릴 떄부터, 십일조를 구별해서 드리는 연습을 하도록 했다. 말라기 3장10절의 말씀을 믿고, 힘써 하나님의 것을 구별하여 드리고 하나님의 축복을 받도록 강조했다. 항상, 물질을 얻으면 가장 먼저 하나님의 것을 구별한 뒤에 자신의 필요를 따라 검소하게 사용하면, 반드시 물질에 궁핍함이 없는 복을 하나님 아버지께서 허락하실 것임을 강조한 것이다. 

그래서, 욥이 했던 것처럼, 가족들이 교회에 예배로 나아 올때, 아무리 어린아이여도 각자의 예물을 들고 하나님앞에 나아올 것을 강조하며 가르쳤다. 하나님앞에 빈손으로 나아가면, 나이가 어린 2세여도 당당하지 못함을 보았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산 비둘기를 잡아서라도, 예물을 가지고 예배하도록 하셨다. 예배에 실패하면, 곧 인생의 실패가 되기 때문이다.

 

3. 새벽기도의 신앙유산

 

다음 세대에 제일 가르치기 어려워 보이는 것이 새벽기도이다. 그러나 새벽기도를 할 수 있는 신앙인으로 가르르칠 수 있다면, 그 아이의 미래는 하나님의 보증이 될 것이다. 본 교회 부목사님은 자녀가 5명인데, 초등학교 3학년부터 갓 태어난 아기까지 모두 일곱명이 하루도 안빠지고 새벽기도를 나온다. 때로는 안스러워 사모님에게 편하게 하시라고 해도, 받은 은혜가 있어서 웃으며 나아온다. 부모가 물질과 환경에 넉넉함이 없어도, 최고의 교육을 자녀에게 물려주고 있음을 본다. 

이 아이들에게는 기준이 분명한 것을 본다. 그래서 꼬마들이지만, 질서가 있다. 역시나, 하나님께로 가까이 가면 갈수록 남녀노소 질서 가운데 아름다워지는 것을 목도하게 된다. 2세들이 새벽기도의 사람이 되어야 한다. 새벽기도는 한국 사람만의 신앙이 아니라, 성경적인 신앙 사상임을 강조해야 한다. 매일 매일의 새벽을 깨울 때,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인생의 여명이 환히 밝아올 것을 믿어야 한다. 새벽기도하지 않는 한인교회를 생각할 수 없듯이, 한국사람들에게 특별한 선물처럼 허락하신 새벽기도를 소중이 여기고 신앙의 유산으로 남겨줄 수 있어야 한다. 부모가 자녀들을 사랑하지만 끝까지 책임질 수 없다. 그러나 새벽기도 하는 자녀들, 하나님께서 반드시 도와 주시고 책임져주실 것이다. 부모의 새벽기도, 자녀의 평생축복을 믿고 기도해야 한다.

 

4. 쉐마, 월삭예배

 

매월 첫날을 월삭 새벽예배로, 첫 주일은 온 가족이 함께 예배하는 ‘쉐마 가족예배’로 정하고 시행하고 있다. 이민자라는 특수상황과 말세지말의 영적인 환경을 돌아볼 때, 점점 더 자녀의 신앙교육에 대한 부담감이 커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한달에 한번이라도 온 가족이 손자부터 할아버지에 이르기까지 함께 예배의 자리에 왔다는 사실 자체가 하나님께 큰 기쁨이 될 것으로 생각하며 시작하게 된 것이다. 조금이라도 하나님이 기뻐하시면, 직진할 수 있는 것, 거침없는 순종, 반드시 그 열매를 좋게 하시는 것을 본다. 

더불어 매월 1일은 월삭 새벽예배라고 해서, 새벽에 나아온 모든 2세들이 강단위에 올라와서 안수기도를 받는다. 많이 졸다가 받는 안수기도이지만, 저들이 평생을 살아가면서, 어린 시절 매월 1일만 되면 강단에 무릎꿇고 앉아서 담임목사님으로부터 안수 기도 받은 것 생각할 수만 있다면 그것 자체가 축복이라 생각된다. 혹여 인생을 살다가 실수하고 넘어지는 일이 있어도, 그 새벽의 은혜가 저들을 붙들어 줄 것이라 믿는다. 더불어, 월삭 예배, 그날 새벽예배 후에는 아침 식사가 제공이 된다. 아이들을 교회로 불러 모으는 것이 신앙교육의 첫 걸음인데, 이때 영의 양식과 더불어 육의 양식도 중요하다. 

 

5. 한글전용의 신앙교육

 

교회는 개척때부터 중고등부 학생들을 EM, 영어권 예배로 보내지 않았다. 보통의 이민 교회들은 중고등학생 자녀들이 부모와 함께 교회를 오면, 아이들의 편한 언어인 영어로 된 예배를 드리기 위해 들어가게 되고, 부모들만이 한국어 예배를 드린다. 그 결과, 중고등학생만 되어도 그들의 가정안에 벌써 언어로 말미암는 분리가 생기는 것을 보게 되었다. 이처럼 언어의 단절은 곧 부모자녀 세대간의 단절과 멀게는 자신의 고유한 민족 정체성의 위기까지도 가져오는 것을 보게 된다. 

그래서 언어의 단절은 부모세대 유업(遺業)의 단절임을 강조하며, 영어가 훨씬 편한 중고등학생들도 어른들과 같이 예배드리도록 했다. EM 예배가 번성하여도 자녀들도 부모와 함께 한국어 예배에 참석토록 했다. 그 결과, 아이들의 인사하는 태도, 신앙의 자세, 어른들을 향한 인사들에 있어서 너무 귀한 증거를 보게 되었다. 오늘날 담임목사님의 이름조차 모르고, 인사도 할 줄 모르는 2세들이 교회에 얼마나 많은가? 여러요인이 있겠지만, 언어가 불통하면 사상도 전달이 되지 못함을 잘 기억해야 한다.   

 

6. 영적 모멘텀 기회제공

 

주일학교, 중고등부의 한해동안의 행사 계획은 엄청나다. 특히 중고등부는 여름이 시작되면, 최소한 미주 이곳저곳을 누비며 배운 신앙의 삶을 적용하며 배우는 기회를 가진다. 여름이 시작되면, 3개월에 걸쳐 준비되고 시행되는 인디언 선교팀에 조인하여 헌신한다. 인디언 선교를 마치게 되면, 나이스크 예배회복 수련회가 기다린다. 모두 차량으로 여러 주를 이동하면서 곳곳에 영적지경을 넓혀간다. VBS를 통해, 중고등부 청년부가 주일학교를 섬긴다. SFC 수련회를 통해서, 동일한 신앙의 고백과 경험들 속에 신앙의 뿌리를 든든히 내리게 된다. 

2세들이 최소한 3-4개의 수련회에 참여하면서 아이들의 신앙이 업그래이드 되는 것을 본다. 계속 영적인 스파크를 제공하고, 신앙의 뿌리내리기와 영적인 심지를 굳히기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본 교회보다 더 많이 활발하게 사역하는 교회들도 많다. 더 많이 해야 된다고 본다. 영적근육은 훈련을 통해서 강화되는 데, 2세들에게 사역을 통한 영적결단의 모멘텀 제공은 너무나 중요한 훈련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신앙의 추억이 든든한 사람은 잘 넘어지지 않는다. 교회는 2세들에게 영적 모멘텀의 기회제공을 풍성하게 해야 한다.  

 

7. 교회중심, 온세대 예배

 

2세들에게는 영어가 더 편하다. 그래서 영어로 예배드리는 EM으로 보내달라고 한다. 그러나 영어가 편하다고 해도 보내지 않는다. 물론, 부모님 중에 한 분이 외국인이면 선택하도록 하는 정도의 예외는 있다. 아이들이 알아듣지 못한다고 난리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때 이렇게 이야기해 준다. 어른들도 마찬가지다. 목사님의 설교를 전부 이해하면서 앉아있는 게 아니라고 말한다. 예배는 알아듣고 이해하는 것보다 그 자리를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해 준다. 최선을 다해 이해를 도모하지만, 하나님의 말씀은 귀로 듣는 것이 아니라, 성령의 은혜로 말미암아 영으로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귀를 통해, 언어로서의 설교를 듣고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계시(Revelation)된 말씀이 노출되는 만큼만 그렇게 알아듣게 된다는 의미이다.  

20년을 그렇게 지나왔더니, 아이들도 당연한 줄 알고 저항하지 않는다. 그런데 그 결과가 특별하다. 제대로 못알아 듣는 것 같아도 담임목사님이 무엇을 강조하는 지를 시간이 지나고 보니, 절로 알아듣고 있더라는 것이다. 한 말씀 안에서 같이 은혜의 콩가루를 묻히다 보니 어느새 고소한 은혜의 향기 냄새를 같이 맡기 시작한 것이다. 더 나아가, 인사하는 태도, 얼굴 표정, 이야기하는 내용들이 달라지는 것을 본다. 안듣는 것 같아도 다 듣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환송의 시간에는 교회와 담임목사 선생님 부모님에 대한 사랑을 감사로 고백하게 되었다. 교회로 나아와, 교회에서 들려지는 말씀들이, 험악한 세상 속에서 저들의 영혼을 지켜왔고, 그들이 가진 좋은 신앙의 자세와 태도를 통해서도, 뭇사람들에게 칭찬과 인정을 받게 된 것을 보게 되었다.     

 

아날로그 영성, 아날로그 목회라고 표현하는 전통적인 방법으로 2세 교육에 맛본 열매들을 부족하지만 적어보았다. 다윗이 사울의 갑옷과 장비를 가지고 나가지 않고, 자신에게 가장 편한 것을 도구로 골리앗을 물리친 것을 떠올린다. 시대가 빠르게 변한다고 무리하게 흉내 내고 카피할 필요가 없다. 배움의 장은 열어두어야 하지만, 목회자와 교회 리더들인 경험한 그 방편으로, 가장 힘 있게 성령님의지하고 말씀과 기도로 나아가면, 그렇게 두려워할 것이 없으리라 여겨진다. 많이 부족하지만, 아날로그 목회도 주눅들 필요 없음을 말하고 싶어 몇 가지 적어 보았다. 주님이 기뻐하시면 다 된 것 아니겠는가! 

davidnjeon@yahoo.com 

07.13.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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