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말씀이 없으면 미래도 없다

- 맥아더, 아이젠 하워, 트루먼 -
전남수 목사

맥아더 장군(General MacArthur)

 

맥아더 장군의 생가(Birth Place)가 본 교회가 소재하는 Little Rock에 있다. 전쟁기념관을 겸하여 있기에, 볼 것들이 이것저것 있다. 그런데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은 굉장히 초라하게 꾸며져 있다는 것이다. 이유를 찾아보면, 우리에게는 전쟁의 영웅이지만, 미국 사람들에게는 호전적인 인물로 평가되기에 그렇다고 한다. 그래서 단독 생가가 아니라, 전쟁기념관의 한 부분으로 생가가 사용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인들이 그렇게 생각하든 말든, 우리 조국 대한민국을 전쟁의 위기에서 구한 영웅 장군의 생가가 이렇게 초라하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좋지 못하다. 마치 은혜를 입었는데, 그 은혜를 갚지 못하는 찜찜한 마음이 드는 것과 같은 것이다. 

맥아더는 이곳 리틀락의 군인 관사에서 태어났다. 나중에 장군으로 전역했지만 맥아더 출생 당시에는 대위 계급을 가졌던 군인 아버지와 교육열이 특심해서 그의 웨스트포인트 재학 당시에 학교 근처에 기숙하면서 헌신적으로 그를 뒷바라지 했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의 출생지가 이렇게 군인 관사였고, 평생을 군대라는 야전에서 보낸 것을 보면, 출생 자체부터 어쩌면 군인의 운명을 지고 태어났다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전쟁기념관의 전면에 들어서면 특유의 라이방(?, Ray-Ban)선글라스의 멋진 미남 배우를 연상시키는 그의 대형 사진이 나타난다. 또한 그가 직접 달고 다니며 전쟁에 참전했다는 총알 구멍이 난자한 대형 성조기와 그의 흉상, 그리고 그의 작은 일대기를 연상시키는 빛바랜 영상이 늘 상영되고 있다. 그 영상에 익숙하게 들려오는 말, ‘노병은 죽지 않고 다만 사라질 뿐이다(Old soldier never die, I just fade away)'이 짙은 회색 군복 느낌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새로운 영감, 아이젠하워

 

이곳 리틀락을 방문하는 손님들이 오시면, 기념관을 같이 방문한다. 방문할 때 마다 동일한 장소에 동일한 기념품들이 전시되어 있지만, 들를 때 마다 다른 느낌의 교훈을 받는다. 약간의 새로운 영감(insight)을 얻기에 늘 기대감으로 찾아가게 된다. 최근에는 맥아더 장군이 즐겨 쓰던 라이방(?)을 쓰고 한국에서 방문한 선배 목사님 부부와 함께 방문했다. 선배 목사님의 영성이 남달라서인지, 서로 나누는 대화 속에 새로운 영감이 떠올랐다. 

그곳에 가면, 맥이더의 일대기를 소개하는 사진과 신문 기사, 그와 관련된 여러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는 데 유독 한 장면의 사진이 인상에 남았다. 맥아더의 참모와 부관을 지냈고, 훗날 대통령이 되었던 아이젠하워(Dwight D. Eisenhower)와 나란히 군복을 입은 채 군용차에 앉아 있는 장면이었다. 그 사진을 찍을 때 즈음에는 두 사람의 인기와 삶의 궤적은 전혀 비교 불가한 것이었다. 아이젠하워도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성공하여 2차대전을 승리로 이끄는 데 엄청난 공을 세운 인물이었지만, 맥아더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당시 맥아더의 인기를 가늠할 수 있는 세 가지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하나는 승전을 기념해서 뉴욕 맨하탄에 서 카퍼레이드를 펼치는 맥아더 장군과 그의 부하들, 그리고 오색종이가 휘날리는 가운데 환호하는 국민들의 사진이다. 그리고 장차 세워질 맥아더 대통령을 위해서 기도하자는 일본인들의 기원을 담은 건물 벽 장식이었다. 맥아더는 영웅중에 영웅이었다. 특히, 일본에서 그는 우상적인 존재였다. 일본천황과 함께 찍은 유명한 사진이 있다. 반듯한 자세로 긴장감속에 서 있는 일본 천황옆에 비스듬이 서서 뒷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는 사진이다. 맥아더의 의도는 이를 통해 천황도 인간이라는 것을 일본 국민들에게 보여주고자 한 것인데, 일본사람들은 그런 모습의 맥아더를 오히려 천황보다 더 큰 신(神)과 같은 존재로 섬기며 그를 우상시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잘 나가던 맥아더였음에도 그는 대통령이 되지 못했다. 그 이유를 여러 가지로 말하던 중에 또 다른 자료사진 하나를 보게 되었다. 당시에 맥아더를 웃고 있는 큰 거인의 모습으로, 트루먼을 겁먹은 작은 난쟁이처럼 그린 신문만평이 실린 신문 사진이었다. 당시에 세계를 구한 전쟁의 영웅을 영웅으로 대하지 못하는 속 좁고 졸렬해 보이는 트루먼의 시기와 질투의 행태가 국민들이 보기에도 안쓰러운 것이었지만, 오히려 이것이 맥아더가 대통령 되지 못하게 간과한 부분이 아니었나?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맥아더, 다윗과 사울

 

사회학자도 역사학자도 아닌 목사의 신분에서 느끼고 생각하는 것은 전적으로 성경이 보여주는 교훈이라고 할 수 있다. 당연히 대통령이 되고도 남았을 맥아더, 그에 비해 한참 부족해 보였던 아이젠하워가 대통령이 되었다는 것, 그리고 그들 사이에 존재하는 인기없는 한 대통령과의 관계속에서 사울과 다윗에 대한 성경의 내용이 떠올랐다.

하나님께서 다윗을 왜 왕으로 세웠던가? 하나님의 마음에 합한 그의 찬양과 신앙의 고백을 생각하면 너무 아름답고 좋다. 그러나 아마도 가장 하나님의 마음을 흡족하게 한 것이 있다. 자신을 죽이려 한 사울을 죽일 수 있었음에도, 여호와 하나님의 기름부음 받은 자를 자신이 결코 해칠 수 없다는 마음과 사울의 옷자락을 벤 것만 가지고도 마음 아파했던, 그래서 자신의 고통스런 문제보다도 하나님의 의를 지키려 했던 그 모습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자신이 왕이 되고 못되고, 자신의 고통이 어쩌든지간에, 하나님 앞에서 바르게 살아가고자 했던 그의 마음을 하나님이 받으셨기에, 그가 왕도 되고 그의 자손들을 축복하신 것이 아니겠는가? 이것을 하나님이 기뻐하신 것이다. 그래서 다윗의 나라를 하나님이 친히 대신하여 다스려 주시고, 복을 내려 주신 것이다. 이것이 인생의 흥망을 주동하는 신비한 영적 비밀이라고 생각된다. 하나님의 뜻이라면, 그렇게 형편없는 사울왕도 다윗에게는 마땅히 그가 섬길 왕이었던 것이다.

 

 말씀이 미래를 결정

 

맥아더 장군에 대한 스토리를 계속 읽다보면, 그는 전형적인 군인이었다. 사관학교 수석 졸업에다가, 1. 2차 세계대전의 최고 영웅, 호주, 필리핀, 일본, 한국을 전쟁의 위기에서 건진 이루 말할 수 없는 훌륭한 군인이었다. 개인적으로 나는 그를 너무 좋아한다. 특별히 그가 58세에 결혼을 하고 아들 하나를 필리핀에서 낳았는데, 그곳에 주둔하면서 썼다는, 아들을 향한 아버지 맥아더 장군의 기도는 아들을 키우는 목사 아버지로서 너무 멋진 기도문이다. 게다가 인천 상륙작전이후 이승만 대통령과 함께 국회에 서서 기도로 시작하는 모습은, 생가복원을 위한 모금 운동을 해서라도 그의 생가를 새롭게 꾸며보고 싶은 그런 마음이 들 정도이다. 

그런데 그렇게 훌륭한 그는 왜 대통령이 되지 못했을까? 그런데 그의 부관이었던 아이젠하워는 어떻게 대통령이 되었을까? 두 사람 모두 신앙인이지만, 아이젠하워에게서 느껴지는 또 다른 스토리가 있다. 교육열에 특심했던 맥아더의 어머니와 가난속에서 오직 하나님의 말씀만 의지했던 아이젠하워의 어머니에게서 그 비밀의 한 부분이 들어 있다는 생각이다. 

아이젠하워에게는 훌륭한 신앙의 어머니가 있었다. 그의 어머니는 어릴적 신앙교육에 철저한 할머니 밑에서, 당시에 학교를 보내지 않고 교회에 보내서 교회에서 학교를 다니게 했다는 것이다. 특별한 것은 그의 어머니는 성경을 많이 외웠는데, 평생에 늘 가슴에 새기듯이 외운 성경구절이 600절 이상이었다고 한다. 어려운 살림에도, 그의 어머니는 아들 아이젠하워에게도 철저하게 성경을 읽고 암송하기를 가르쳤다. 그래서 훗날 그는 군인으로서 거친 전쟁터에 머물면서도, 늘 어머니의 그 가르침을 따라 자신도 주둔지의 아이들을  데려다가 성경을 가르쳤다고 한다. 그는 늘 성경말씀을 마음에 품고 다니면서, 어느 위치에 있든지 자신의 힘이나 능력을 의지하지 않고 하나님만을 의지하며 나아갔고, 이를 통해 하나님은 그를 전적으로 도우셨고 높여주셨다. 이러한 그의 모습이 그를 대통령이라는 최고의 리더로, 하나님이 세운 이유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면 맥아더가 대통령이 되지 못한 이유도 수 많은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성경을 읽고 설교하는 목사의 작은 눈으로 볼 때는, 큰 사람 맥아더가 작은 사람(?) 트루먼 앞에서 조금 더 성경적인 겸손의 자세를 다윗처럼 취하였더라면 하는 마음이 있다. 성경의 한 부분처럼, 부족하고 형편없어서 사람들이 아무리 뭐라고 해도, 다윗이 사울을 하나님이 세우신 왕으로 인정했던 것처럼, 그가 아무리 권세와 인기가 많아도 겸손히 트루먼 대통령을 더 인정하며, 그 권위를 존중했더라면 어떠했을까? 다윗은 왕의 지위를 이용해서 아무런 잘못도 없는 사울왕의 적폐가 있었음에도, 그는 철저하게 사울을 보호하고 왕의 지위를 인정해 주었다. 사울과 비교해서 다윗을 향해 천천과 만만이라고 백성들이 떠들었지만, 그는 오직 한가지 하나님의 말씀 안에서 자신의 신앙과 삶을 정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심지 견고하게 흔들리지 않는 믿음으로 자신을 붙들어 매고 있었던 것이다. 맥아더가 그와 같은 자세를 가졌다면, 하나님께서 그에게도 최고 지도자의 영광을 주시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된다.

 

조국 대한민국, 대통령

 

역사학자도 아니고, 식견이 큰 것도 없는데, 단지 맥아더 장군의 생가 옆에서 목회를 한다는 마음에, 그를 무척이나 좋아하기에, 잠시 들러 본 생가 기념관의 사진 몇장 앞에서 이런저런 글을 주저리주저리 쓰는 이유는 무엇인가? 아마도 조국 대한민국이 눈앞에 아른거리기 때문이다. 

최근의 들려오는 태평양 너머의 뉴스는 마음을 아프게 한다. 누가 보아도 대통령이 말실수도 하고, 부족해 보이는 부분이 많다. 그러나 국익이 걸린 문제라면, 부족해 보여도 대통령의 권위를 조금 더 인정해 주고 갈 수는 없는 것인지? 가정의 가장이 밖에 나가서 실수했다고, 가장으로 인정 못 하겠다는 자식들이 있다면, 콩가루 집안이 되지 않겠는가? 아버지가 술주정뱅이여도 그 아버지를 업어 나를 수 있는 자식은 하나님이 복 주시지 않겠는가? 같은 당에 속하고도 대통령을 향해 내부총질을 일삼으며 자신의 영달을 꽤하는 젊지 않은 청년은, 세상 지식은 많아도 성경은 전혀 읽어보지 못한 것 같다. 

말씀이 없으면 미래가 없다. 현재의 훌륭함이 하나님 말씀의 길과 함께 가지 못할 때, 결국은 사라질 뿐이다. 멋진 말을 남기되 역사를 이루지는 못하는 것이다. 그런 지도자들의 정쟁에 결국 손해 보는 것은 오고 가는 세대 조국 대한민국의 국민들이 아니겠는가? 그들만이 병들고 말 것이다. 가을을 시작하는 즈음에, 조국 대한민국을 향한 기도의 시름이 깊어져만 간다. 

davidnjeon@yahoo.com 

10.08.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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