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한 달란트’는 도대체 얼마 만큼의 가치를 지닐까?
본래 달란트는 메소포타미아와 그리스-로마 등지에서 금이나 은을 잴 때 사용하던 단위라고 한다. 그래서 사실 달란트의 현재 통화 가치를 정확히 알기는 어렵다. 달란트는 시대와 지역에 따라, 또 금인지 은인지에 따라 액수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개역개정 성경 마태복음 25장을 보면 주인이 종들에게 금 달란트를 주고 간 것으로 번역돼 있다.
미국 게이트웨이 신학교의 알렉산더 스튜어트 교수는 당시 로마의 화폐 단위로 계산했을 때 금 한 달란트가 18만 데나리온 정도일 것으로 추산했다. 한 데나리온을 당시 일용직 노동자의 하루 일당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본다면 금 한 달란트는 일용직 노동자가 하루도 쉬지 않고 무려 490년을 모아야하는 돈이라고 한다.
나는 이 곳 LA시의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금 한 달란트를 계산해보았다. 하루 8시간을 일한 근로자의 하루 일당은 120달러고, 여기에 1년 365일을 곱하고, 또 490년을 곱하니 금 한 달란트는 ‘2천 백 46만 2천 달러’의 가치에 해당하는 천문학적인 금액이었다.
예수님은 복음서에서 ‘만 달란트’ 빚진 종을 탕감해 준 너그러운 임금의 비유를 사용하시는데,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우주보다 더 큰 측량할 수 없는 은혜를 부어주셨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달란트를 이해한 뒤에 작은 자였기에 받아 누린 하나님의 큰 은혜라는 책, ‘한 달란트’가 눈에 들어왔다.
박성현 교수님과 장현경 사모님의 하나님과의 동행이 담긴 이 책은 총 4개의 파트로 구성돼 있었는데, 파트 마다 화자가 달라 여느 책과 다르게 더욱 즐겁게 읽혔다.
박성현 교수님의 눈과 마음으로 엿보던 생애가 다음 파트에서는 장현경 사모님의 경험과 감정이 되었다. 부부의 삶은 계속되는 고난과 기도, 그리고 기도 응답으로 가득 차 있었다. 또 나와 같은 이방인, 이민자의 삶이었기에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다.
‘파트1’부터 살펴보면 부부는 미국 영주권을 받기까지 10년이 넘는 세월을 견뎌야 했고 나중엔 캐나다 국경까지 넘어야 했다. 하지만 오히려 이를 통해 ‘천국 시민’이라는’ 하나님 자녀로서의 정체성을 깨닫고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나 역시 미국에 대한 환상으로 부푼 유학생으로 도미해 회사를 통해 그린카드를 받고 정착했기에 그 과정이 얼마나 힘든지 알고 있다. 언제 나올지 모르는 영주권을 하염없이 기다리며 기도했었다. 교회 소그룹 식구들도 중보기도를 열심히 해주셨다. 이민국 인터뷰도 잘 마치고 결국 그린카드를 손에 넣었을 때는 이 작은 플라스틱 조각이 뭐라고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고 하나님께 생떼를 썼는지 내 자신이 너무나도 부끄럽고 우스웠다.
하지만 내 주변에는 여전히 10년이 넘도록 영주권을 얻지 못한 지인들이 있다. 함께 유학했던 친한 친구들은 버티고 버티다 신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대부분 한국에 돌아가거나 원치 않는 결혼을 하기도 했다. 나는 수속 과정 중에 한국에 계신 할머니와 큰아버지가 돌아가셨지만, 장례식에도 참석할 수 없었다. 그래서 영주권은 내게 애증의 존재가 되었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 박성현 교수님과 장현경 사모님은 신앙의 힘으로 플라스틱 조각(영주권)을 넘어선 자신의 정체성을 찾았다. 부부가 말 한 ‘천국 시민’이라는 단어에 살짝 희열이 느껴졌고, 내 식견이 얼마나 좁았는지를 또 한 번 깨닫게 된 순간이었다.
어둠에서 나와 빛의 자녀가 되기로 해 놓고 나는 자꾸 세상의 것에 얽매이고 세상의 것들로 고민하고 끊임없이 두려워하며 불안해한다. 여기에 더해 우리는 연약한 죄인이기에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방어 기제로 자기 합리화하려고 한다.
장현경 사모님의 말씀처럼 우리는 모두 선교사이고, 천국 시민이라고 생각하니 그때의 떠올리기 싫은 아픈 기억들이 이제는 귀중한 시간으로 여겨진다. 한국으로 돌아간 친구들을 걱정했던 내 편협한 마음이 오히려 나를 아프고 부끄럽게 한다.
부부는 20년 넘게 보스턴에서 노숙자 사역을 감당해 왔다. 특히 로마서 12장 말씀을 통해 자신을 배신한 갱단 두목에게 복수하러 가던 자메이칸 노숙자의 마음을 바꾼 이야기가 감명 깊었다. 하나님의 놀라운 인도하심이 보였다.
이 곳 LA는 이제 ‘천사들의 도시’라는 타이틀 대신 ‘텐트 시티’라는 별칭이 어울리는 곳이 됐다. 어디를 가도 노숙자 텐트와 쓰레기, 오물이 넘친다.
내가 LA남쪽 오렌지카운티로 쫓기듯 이사를 온 것도 사실 노숙자 문제가 제일 컸다. 내가 살던 LA 아파트 주변에는 20개 남짓의 노숙자 텐트들이 빙 둘러져 있었고, 이들은 매일 새벽 3시나 4시까지 모여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마약 파티를 했다.
어린 아이들 앞에서 훌러덩 속옷을 벗는 남자 노숙자들도 있었다. 한 번은 노숙자가 아파트 바로 옆 가로수에 불을 붙여 입주민들이 대피하는 소동도 일어났다.
로컬 신문 ‘LA Times’에 수차례 심층 보도될 정도였고, 평소 봉사활동을 좋아했던 나였지만 그들을 미워하는 감정이 빠르게 자라났다. 그런데 저자 부부는 그런 노숙자들과 함께 있어주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가장 중요한 복음 전파를 위해 힘쓰고 있다.
뒤통수를 아주 세게 맞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 누구라도 노숙자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어떻게 보면 하나님 나라에 들어가기 전에 우리 역시 나그네, 즉 홈리스일 수 있다. 내가 그들에게 선입견을 갖고 피하기만 한다면 하나님의 복된 말씀을 전할 수 없다.
물론 심리 상담가나 경찰 등 전문 인력이 필요한 부분이 분명 있겠지만, 크리스천인 우리가 저자 부부와 같은 사역을 조금이라도 나눠 실천한다면 하나님의 일하심을 증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파라과이에서 힘겨운 이민 생활을 이어온 박성현 교수님의 이야기 가운데 아프셨던 어머니가 며칠 만에 깨어나 “앞으로 엄마 아빠를 부모로 여기지 말고 하나님을 아버지로 여기고 그 분의 인도를 받으라”고 말한 부분이 있다.
한국에 계신 어머니가 떠오르면서 눈물이 툭 떨어졌다. 부모로서 그런 말을 하기 얼마나 어려웠을까. 아직 아이를 낳아보지 않은 나는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고작 중학생 나이에 불과했던 박성현 교수님은 어머니로부터 그 말을 듣고 어떤 심정이었을까. 성경 속 요게벳이 떠오르기도 했다.
마음이 아팠지만, 한편으로는 이렇게 깊은 믿음의 유산을 물려받은 박성현 교수님이 부럽기도 했다. 참으로 이중적인 감정이었다. 그리고 미래의 내 자녀에게 내가 이렇게 할 수 있을까하고 거듭 되물었다.
저자 부부는 배우자 기도, 학업, 경제적인 어려움, 자녀 문제, 팔레스타인 사역 등을 놓고 전심으로 기도하고 전부 기도 응답을 받았다. 물론 기도 응답이 빠를 때도 있고 아주 늦을 때도 있었다.
강원도 산골 소녀였던 나도 미국에 와 처음으로 하나님을 만나고 믿음의 배우자와 평생을 약속하고, 목회자의 길을 걷는 배울점 많은 시어머니를 얻었다.
최근에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첫 조카 노아가 태어났다. 무엇보다 그저 업으로만 생각했던 방송이 ‘방송 선교 사역’이 되는 놀라운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하고 있다.
작디 작은 나의 모든 것이 하나님의 계획 안에 있었음을 고백한다.
앞으로 얼마만큼의 삶이 남아 있을지 모르지만, 하나님이 인도하시는 길로 불평, 불만 없이 감사로 나아가고 싶다.
감사로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을 위해 이 책의 ‘파트4’에는 훌륭한 팁이 담겨있다. 바로 장현경 사모님의 감사 노트 적기, ‘Counting my blessings’다. 하루 5개의 감사 내용을 적는 것인데 내게 정말 필요한 신앙 훈련이었다. 좋으신 하나님께서 주신 나의 축복을 계수하면서 독후감을 마치고 싶다.
첫째, 미국 땅에서 하나님을 만나게 해 주심에 감사합니다.
둘째, 건강한 믿음의 가정을 이루게 해 주심에 감사합니다.
셋째, 하나님께서 주신 달란트로 방송 선교 사역에 동참케 하심을 감사합니다.
넷째, 이토록 귀한 간증집을 읽게해 주심에 감사합니다.
다섯째, 이 책을 통해 변화된 저의 마음을 독후감으로 표현하고 나눌 수 있게 해주심에 감사합니다.
02.11.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