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PC 개혁장로회신학대학원 학감)
올해 96세이신 나의 모친께서는 그동안 건강하게 지내오시다가 약 2년전부터 혀가 굳어지는 증세로 인하여 최근까지 많은 고생을 하셨다. 검진하는 과정에서 2군데의 이비인후과를 거쳤지만,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시간이 지체되면서 증세는 더욱 악화되었다. 결국 USC 대학병원에 연결되어서 검진한 결과 암으로 진단이 나왔고, 의사는 수술, 방사능 치료, 호스피스 등 세 가지 옵션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고 설명해주었다. 물론 수술이 최선의 방법이지만 모친께서는 연세 때문에 망설이셨다. 그러나 현재의 건강 상태에서 충분히 수술을 받고 회복될 수 있다는 의사의 설명에 어머니께서는 용기를 내서 수술 결정을 받아들이셨고, 수술은 잘 진행되어서 지금은 순조롭게 회복중이시다. 나는 최소한 혀는 포기되는 걸로 예상했지만, 놀랍게도 턱 아래로 한 뼘 가량을 절개해서 암 조직을 제거하고, 다리에서부터 조직을 이식시켜서 혀의 조직이 살아나도록 하고, 암의 전이를 막기 위해서 림프 2군데를 제거하는 비교적 큰 수술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 의사들의 놀라운 기술과 잘 갖추어진 병원의 시설들에도 놀랍지만, 무엇보다도 신체 연령에 상관없이 우리의 몸이 회복되도록 우리를 지으신 하나님의 놀라운 솜씨에 깊이 감사드린다: “내가 주께 감사하옴은 나를 지으심이 신묘막측하심이라 주의 행사가 기이함을 내 영혼이 잘 아나이다” (시 139:14).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극적인 구원과 회복을 경험한 성경의 대표적인 인물이 히스기야 왕이다. 히스기야는 국가적인 차원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차원에서도 위기가 닥치자 마음을 다하여 여호와를 의지함으로써 놀라운 구원과 회복을 경험한다. 그러므로 열왕기 저자는 유다의 왕들 중에서 그와 같이 여호와를 의지한 왕이 그의 전후에 없다고 증거해준다: “히스기야가 이스라엘 하나님 여호와를 의지하였는데 그의 전후 유다 여러 왕 중에 그러한 자가 없었으니” (왕하 18:5). 그러나 히스기야가 위기 앞에서 처음부터 마음을 다하여 여호와를 의지한 것은 아니었다. 그의 제위 14년에 앗수르의 산헤립이 유다를 침공해 들어왔을 때에 히스기야는 앗수르를 배신한 자신의 행위가 범죄였다고 자복하면서, 산헤립이 요구하는 금과 은의 분량을 채우기 위하여 심지어는 여호와의 성전 문과 기둥에 칠해진 금까지 벗겨서 산헤립에게 바치는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준다 (왕하 18:13-16).
유다에 대하여 계속되는 산헤립의 위협은 이제는 차원을 달리하여 여호와께 대한 도전으로 이어진다: “혹시 히스기야가 너희에게 이르기를 여호와께서 우리를 건지시리라 할지라도 속지 말라 열국의 신들 중에 자기의 땅을 앗수르 왕의 손에서 건진 자가 있느냐… 이 열방의 신들 중에 어떤 신이 자기의 나라를 내 손에서 건져냈기에 여호와가 능히 예루살렘을 내 손에서 건지겠느냐” (사 36:18, 20). 여호와께 대한 앗수르 왕의 이러한 불경스러운 도전 앞에서 히스기야는 무력함을 호소하면서 이사야 선지자에게 유다를 위한 기도를 부탁한다: “오늘은 환난과 책벌과 능욕의 날이라 아이를 낳으려 하나 해산할 힘이 없음 같도다… 바라건대 당신은 이 남아 있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 (사 37:3-4). 히스기야는 아직 왕으로서의 자신의 가장 중요한 책임과 역할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유다 왕 히스기야에 대한 앗수르 왕의 모독은 여호와께 대한 믿음을 포기하라는 불경스러운 단계에까지 이른다: “너는 네가 신뢰하는 하나님이 예루살렘이 앗수르 왕의 손에 넘어가지 아니하리라 하는 말에 속지 말라” (사 37:10). 드디어 히스기야는 앗수르 왕의 불경스러운 도전의 메시지를 가지고 여호와의 성전에 올라가서 여호와께 기도드린다: “여호와여 귀를 기울여 들으시옵소서 여호와여 눈을 뜨고 보시옵소서 산헤립이 사람을 보내어 살아 계시는 하나님을 훼방한 모든 말을 들으시옵소서… 우리 하나님 여호와여 이제 우리를 그의 손에서 구원하사 천하 만국이 주만이 여호와이신 줄을 알게 하옵소서 하니라” (사 37:17, 20).
여호와께서는 이사야를 통하여 히스기야의 기도가 접수되었음을 선포한다: “네가 앗수르의 산헤립 왕의 일로 내게 기도하였도다” (사 37:21). 히스기야의 기도에 대한 하나님의 응답은 유다의 회복과 구원으로 이루어진다: “유다 족속 중에 피하여 남은 자는 다시 아래로 뿌리를 박고 위로 열매를 맺으리니… 대저 내가 나를 위하며 내 종 다윗을 위하여 이 성을 보호하며 구원하리라 하셨나이다 하니라” (사 37:31, 35). 히스기야 왕의 기도와 이에 대한 하나님의 응답은 성전 낙성식에서 드려졌던 솔로몬의 기도의 패턴을 따르는 것이다 : “만일 주의 백성 이스라엘이 주께 범죄하여 적국 앞에 패하게 되므로 주의 이름을 인정하고 주께로 돌아와서 이 성전에서 주께 빌며 간구하거든 주는 하늘에서 들으시고 주의 백성 이스라엘의 죄를 사하시고 그들과 그들의 조상들에게 주신 땅으로 돌아오게 하옵소서” (대하 6:24-25).
히스기야의 기도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고 자신의 위기의 상황으로까지 이어진다. 히스기야는 병이 들어 죽을 상황에 이르자 여호와를 향하여 기도드린다: “히스기야가 낯을 벽으로 향하고 (ריקִּהַ-לאֶ) 여호와께 (הוָהיְ-לאֶ)기도하여 이르되” (사 38:2). 여기에서 “향하여”라는 방향을 가리키는 전치사가 두 번 사용되고 있다. 히스기야가 그 얼굴을 “벽을 향하여” 바라볼 때에, 그것은 곧 “여호와를 향하여” 기도드림을 의미한다. 히스기야의 얼굴이 향하고 있는 방향은 곧 여호와의 성전을 향한 방향임을 의미하는데, 이것 역시 성전 낙성식에서 드려진 솔로몬의 기도의 패턴을 따르는 것이다: “한 사람이나 혹 주의 온 백성 이스라엘이 다 각각 자기의 마음에 재앙과 고통을 깨닫고 이 성전을 향하여 손을 펴고 무슨 기도나 무슨 간구를 하거든 주는 계신 곳 하늘에서 들으시며 사유하시되 각 사람의 마음을 아시오니 그의 모든 행위대로 갚으시옵소서 주만 홀로 사람의 마음을 아심이니이다” (대하 6:29-30).
여호와의 성전을 향한 히스기야의 기도는 받아들여졌고, 회복과 구원의 약속이 주어진다: “내가 네 기도를 들었고 네 눈물을 보았노라 내가 네 수한에 15년을 더하고 너와 이 성을 앗수르 왕의 손에서 건져내겠고 내가 또 이 성을 보호하리라” (사 38:5-6). 히스기야는 회복되어서 15년의 수명이 연장되었다. 그런데 이것은 아이러니한 사건으로 이어지는데, 이 기간 동안에 그의 아들 므낫세가 출생한다. 므낫세는 아버지 히스기야와는 정반대의 길로 행하여 온 백성으로 하여금 범죄케 했을 뿐만 아니라, 유다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을 불가피한 것으로 만든 장본인이 되었다: “그러나 여호와께서 유다를 향하여 내리신 그 크게 타오르는 진노를 돌이키지 아니하셨으니 이는 므낫세가 여호와를 격노하게 한 그 모든 격노 때문이라” (왕하 23:26).
역대하 33장에는 므낫세에 대하여 열왕기하에 기록되지 아니한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여호와께서 므낫세와 그의 백성에게 이르셨으나 그들이 듣지 아니하므로 여호와께서 앗수르 왕의 군대 지휘관들이 와서 치게 하시매 그들이 므낫세를 사로잡고 쇠사슬로 결박하여 바벨론으로 끌고 간지라 그가 환난을 당하여 그의 하나님 여호와께 간구하고 그의 조상들의 하나님 앞에 크게 겸손하여 기도하였으므로 하나님이 그의 기도를 받으시며 그의 간구를 들으시사 그가 예루살렘에 돌아와서 다시 왕위에 앉게 하시매 므낫세가 그제서야 여호와께서 하나님이신 줄을 알았더라” (대하 33:10-13).
악한 왕의 대명사인 므낫세가 포로로 잡혀가서 여호와를 향하여 기도드리자, 여호와께서는 그의 기도를 들으시고 그를 회복시켜서 예루살렘으로 돌아와 다시 왕위에 앉도록 역사하신다. 이러한 므낫세의 기도 역시 솔로몬의 기도의 패턴을 따르는 것이다: “주께 범죄하지 아니하는 사람이 없사오니 그들이 주께 범죄하므로 주께서 그들에게 진노하사 그들을 적국에게 넘기시매 적국이 그들을 사로잡아 땅의 원근을 막론하고 끌고 간 후에 그들이 사로잡혀 간 땅에서 스스로 깨닫고 그들을 사로잡은 자들의 땅에서 돌이켜 주께 간구하기를 우리가 범죄하여 패역을 행하며 악을 행하였나이다 하며 자기들을 사로잡아 간 적국의 땅에서 온 마음과 온 뜻으로 주께 돌아와서 주께서 그들의 조상들에게 주신 땅과 주께서 택하신 성과 내가 주의 이름을 위하여 건축한 성전 있는 쪽을 향하여 기도하거든 주는 계신 곳 하늘에서 그들의 기도와 간구를 들으시고 그들의 일을 돌보시오며 주께 범죄한 주의 백성을 용서하옵소서” (대하 6:36-39).
므낫세의 기도는 자신의 범죄로 말미암아 유다를 향해 예정된 하나님의 불가피한 진노를 돌이키지는 못하였다. 그러나 므낫세의 기도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유다에 대한 하나님의 진로를 불가피하게 만든 장본인인 악한 왕 므낫세와 같은 죄인이라도 자신의 죄를 회개하면서 성전을 향하여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할 때에, 여호와께서는 그 기도를 들으시고 그의 죄를 용서해주시며, 그를 회복시키시고 구원하신다는 사실이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회복에 대하여 생각할 때에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예수님의 가르침이다. 열 명의 문둥병자가 예수님을 만나서 깨끗함을 받았지만, 오직 한 사람만이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면서 예수님께로 돌아와 경배 드린다. 예수님께서는 그에게, “일어나 가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느니라” (눅 17:19)고 말씀하신다. 이것은 온전한 회복은 육체의 단계를 넘어서서 영혼 구원으로까지 이어져야함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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