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적 회복 Biblical Recovery” 선교적 접근

성경적인 선교를 생각한다
박신욱 선교사

SEED International 국제대표

가나안 전쟁을 눈앞에 둔 여호수아에게 하나님은 오직 한 가지 명령을 주셨다. “나의 종 모세가 네게 명령한 그 율법을 다 지켜 행하라”는 것이다. 사사기는 가나안 정복 7년 전쟁의 승리는 무기와 전략 개발에 있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전쟁의 현실 가운데는 무기도 필요했고 전략도 있어야 했다. 하나님께서 직접 전략을 말씀해 주실 때도 있었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율법의 명령을 지켜 행했을 때는 승리했지만, 그러지 않았을 때는 여지없이 패배했다. 인간의 어떤 전략도 먹혀 들지 않았다. 

선교는 영적 전쟁이다. 예수님께서 사도들을 통해 교회에 주신 명령도 다르지 않다. “내가 너희에게 분부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라”. 선교에 자원도 필요하고 전략도 중요하다. 그러나 성경 말씀에서 벗어나 있다면 선교의 열매를 기대할 수 없다. 지금은 그럴 듯 해 보여도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것이 무너져 버릴 수 있다. 목회와 선교 현장에서 종종 보는 일이다. 

한국 교회 선교의 한 세대가 지나면서 선교사 고령화와 선교 자원 감소라는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수년간의 팬데믹으로 뉴노멀 시대를 여신 하나님의 섭리는 무엇일까? 한국 교회가 성경적인 선교를 하고 있는지 돌아보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꿈과 열정만으로 하던 시대는 지났다. 더 이상 나 중심의 선교와 우리 교회의 선교가 가져오는 보여주기식 선교, 중복 투자, 시행착오는 안 된다. 다음 세대에도 선교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성경적인 선교로 성숙해야 한다. 

사도행전에서 분명하게 볼 수 있는 선교 원리를 몇 가지 꼽는다면 교회가 함께 하는 선교, 선교사가 함께 하는 선교, 제자를 삼는 선교, 그리고 기도하는 선교이다. 지면 관계상 여기서는 교회가 함께 하는 선교를 중심으로 생각해 본다. 

선교의 사명자는 교회

사도 바울의 회심은 사도행전 9장에 기록되어 있다. 그러나 13장에 안디옥 교회의 파송을 받기 까지는 약 10년의 시간이 걸렸다. 교회의 인정과 목회 경험, 그리고 개인적인 준비도 필요했지만, 무엇보다 스스로 선교사가 되는 것이 아니라, ‘교회’의 보냄을 받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모든 민족을 제자 삼으라는 지상명령은 주님께서 사도들을 통해 교회에 주셨다. 그러므로 세계 선교의 사명자는 교회이다. 주님은 세계 선교의 사명을 한 개인이나 특정 단체에 주시지 않았다. 선교사는 선교의 수행자요, 선교단체는 에이전트, 즉 돕는 자이다. 사명자와 수행자와 돕는 자가 자기의 역할을 잘 알고 감당할 때 세계 선교는 효율적으로  이루어지고 지상 과업은 완수될 수 있을 것이다. 

사명자의 역할은 선교 자원의 동원이다. 인적 자원(선교사), 재정 자원(선교비), 그리고 영적 자원(중보기도)은 교회가 세계 선교의 사명자라는 정체성을 확신할 때 희생적인 동원이 가능하다. 사도행전에서 볼 수 있는 교회의 선교 자원 동원은 희생적이었다. 안디옥 교회는 바울과 바나바와 같이 그들이 사랑하고 따르던 교회의 가장 유능한 일군들을 선교사로 보냈다. 그러므로 재정 자원과 영적 자원은 저절로 따라갔을 것이다. 

주님은 모든 족속을 제자 삼으라고 선교의 대상을 분명히 말씀하셨다. 모든 민족을 대상으로 하는 이 과업은 교회에게 최대한의 선교 자원의 동원을 요구한다. 뿐만 아니라, 동원된 선교의 자원의 효율적인 사용도 필수적이다. 그러나 선교가 개교회의 사역이 되고, 선교사 개인의 사역이 된다면, 선교사 배치의 불균형과 중복 투자는 피할 수 없다. 선교 자원의 낭비가 따르게 마련이다. 오늘 한국 교회 선교 현장이 어떠한 지 돌아보고, 성경적인 선교로의 성숙을 도모해야 한다.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교회가 선교자원을 최대한 동원하여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까?

교회가 함께 선교할 때 

교회가 함께 선교해야 한다. 그러므로 교단 선교가 성경적이다. 미국 남침례교단은 4만7천 회원 교회가 교단에 내는 분담금의 50%를 국제선교부 예산으로 사용한다. 거기에 성탄주일 헌금은 그대로 국제선교부로 보내진다. 2023년 남침례교단의 국제선교부 예산은 총 3억3천만 불로서(교단 예산 1억 3천만 불, 성탄주일 헌금 2억 만 불)  4천7백 명 풀타임 선교사를 지원했다. 

남침례교단 선교사 후보는 지역 교회가 동원하여 국제선교부로 보낸다. 심사를 거쳐 선교사 후보로 영입되면 그날부터 생활비가 지급되고, 자녀교육과 복지 등 모든 것이 지원된다. 2023년 한 해만 1200명이 넘는 선교사 후보가 영입되었다. 선교사들은 교단이 보내는 선교지에 배치되어 은사에 따라 팀 사역을 한다. 그러므로 미전도 종족과 지역에 배치되어 사역이 중복되지 않고 효율적으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남침례교단의 선교 현장의 열매는 구체적이다. 2022년 한 해 동안 3,521명의 선교사들이  67개 새로운 미전도 종족과 지역 가운데 728,589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여 178,177명의 새 신자가 생겼고, 21,231개 교회가 새롭게 개척되었다. 교회가 함께 하는 선교의 놀라운 결과이다. 

바울이 3차 선교 사역을 마무리하면서 아시아, 마케도니아, 아가야 지역의 교회들을 통해 구제 헌금을 모금했다. 기근을 당한 유대에 보낼 목적이었다. 바울이 에베소를 떠나 고린도를 방문했을 때 각 지역 교회로부터 두 명의 지도자들이 그들이 모금한 구제 헌금을 가지고 모였다. 바울은 거금이라고 표현했다. 뿐만 아니라, 교회마다 두 사람이 함께 투명하게 관리했고 복음을 전하는데 효율적으로 사용했다. 기근과 가난은 당시의 사회 문제였다. 초대 교회의 구제 사역은 사회 문제를 해결하였다. 복음이 신속하고 능력 있게 전파되었던 비결이었다. 교회가 함께 했을 때 거금을 모금하여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당시 사회 문제를 해결했던 것이다. 

초대 교회의 선교는 교회가 함께 하는 선교였다. 선교가 예루살렘 교회나 안디옥 교회만의 사역이 아니었다. 루스드라, 더베, 드로아, 빌립보, 베뢰아, 데살로니가, 고린도, 로마 등 여러 지역의 교회가 함께 했다. 재정 자원만 함께 동원한 것이 아니다. 바울, 바나바, 마가, 실라, 디모데, 누가, 아리스다고 등 복음 사역자들은 여러 지역 교회가 배출했고, 재정을 공동으로 동원했으며, 함께 기도했다. 인적 자원, 재정 자원, 영적 자원이 희생적으로 최대한 동원되었고 효율적으로 사용되었다. 

한국 사람은 혼자 할 때 잘한다?

연합을 말하면, 이런 반응이 돌아온다. 한국인은 혼자 할 때 잘한다. 우리는 한국인으로서 선교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예수님의 제자로서 예수님의 지상명령을 수행한다. 한국인의 한계를 넘어서야 한다. 한민족 정서가 아니라, 성경이 우리의 세계관이요, 가치 기준이 되어야 한다. 우리는 코리언 크리스천이 아니라, 크리스천 코리언이 되어야 한다. 성경적 원리에 한국인의 장점이 살아나야 한다. 

‘내가’ 또는 ‘우리 교회가’ 할 때 성취감이 있다고 하는 한국 교회의 정서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선교사와 선교단체도 세계 선교의 사명자가 교회라는 사실을 믿고 수행자와 돕는 자의 역할을 잘 감당해야 하겠지만, 무엇보다 교회가, 교회의 지도자들과 성도들이 그것을 인지하고 확신해야 한다. 또한 실제적으로 실행 가능한 선교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개교회에 성취감을 주면서도 교회가 함께 할 수 있는 선교 시스템은 가능한 것일까?

교회가 함께 선교하려면 

두 가지가 선행되어야 한다. 첫째, 선교 현장에서 선교사가 함께 하는 선교를 개발한다. 교단이든지 선교 단체이든지, 선교 현장에는 20년에서 30년 이상 사역한 선교사들이 적지 않다. 지역마다 소속 선교사들이 그 지역 복음화를 위해 구제, 의료, 교육 등 공동 프로젝트를 개발한다. 또한 이미 세워진 현지인 교회가 선교하는 교회로 성숙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신학교육, 선교동원과 훈련, 교단 선교부/선교단체 설립  등 파트너십 프로젝트를 개발한다. 

이러한 프로젝트 사역은 선교사 개인이 모금해서는 감당할 수 없는 프로젝트성 사역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선교사가 개인적으로 모금하여 개인 사역화 된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선교사가 은퇴할 나이가 되면 선교지 철수와 사역 이양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에 이른다. 선교사를 파송하고 지원하던 교회도 리더십이 바뀌면서 파송과 지원이 중단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양상이 선교지마다 나타나고 있다. 부작용도 적지 않다. 이 문제를 극복하는 길은 선교사가 함께 선교하고, 교회가 함께 선교하는 오직 한 길 뿐이다.  

둘째, 함께 선교하는 교회 연대를 조직한다. 교단이나 선교단체는 소속 교회 혹은 협력 교회들 가운데 각 지역의 공동 프로젝트마다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30개 정도의 교회로 구성되는 교회 연대를 조직한다. 교회 연대는 프로젝트를 함께 하는 선교사가 몇 가정이든지 그들을 공동으로 파송하고 지원하여 사역을 개발한다. 공동 프로젝트에 필요한 선교비는 교회 연대에 소속한 교회들이 교회 재정 형편에 따라 분담하여 지원한다. 선교사는 자신의 생활비만 모금한다.  

교회 연대에 참여하면 작은 교회라도 다수의 선교사 가정을 공동으로 파송하는 교회로서 성취감이 고취될 수 있다. 중형 교회는 몇 지역의 교회 연대에 참여할 수 있고, 대형 교회는 더 많은 교회 연대에 참여함으로써 모든 교회가 성취감을 높일 수 있다. 선교사는 선교지에 필요한 프로젝트를 개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프로젝트를 위해 모금할 필요가 없으므로 선교비 모금에서 자유함을 누릴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선교 현장에서 교회 연대를 위한 맞춤형 연례 선교대회를 열어 프로젝트의 진행 상황을 확인하고 실제적으로 현장 선교에 동참할 수 있다. 선교지의 열매, 교회의 성취감, 선교 자원의 동원이 이 극대화 될 수 있다. 

성경적인 선교가 열매를 맺는다

초대 교회의 교회가 함께 하는 선교는 20세기 초에 조선 땅에서 재현되었다. 미국, 캐나다, 호주 장로교단과 감리교단이 한반도를 분담하여 신속하게 복음화를 이룬 것이다. 교회가 함께 하는 선교의 열매인 한국 교회가 21세기 마지막 선교 시대에 교회가 함께 하는 선교를 통해 세계 복음화에 이바지할 때이다. 2024년 새해에 교회가 함께 하는, 성경적인 선교 시스템이 구현되는 이정표가 세워 지기를 기도한다. 

pastorjuan@gmail.com

박신욱 선교사 SEED International 국제대표

01.01.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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