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제일 침례교회)
지나간 34년의 목회기간동안, 참으로 많은 아이들이 태어났다. 엄마 품에 안겨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울던 소리. 하나 하나 태어날 때마다 아이를 보며 웃고 울던 엄마 아빠의 구슬 같은 눈물들..... 어느 순간 옹알이를 하다가는 뒤뚱뒤뚱 한걸음씩 걸음마를 한다. 그리고 엄마 아빠를 부르며 말을 시작하면서는 재잘재잘.... 마냥 즐거운가보다. 귓가에서 맴도는 엄마 아빠라는 소리를 들을 때 많은 엄마 아빠는 얼마나 기뻤을까?? 그 아이들이 어느새 자라 가방을 메고 코를 흘리며 스쿨버스를 타고 학교에 간다. 학교에서 떠든다고 메모도 받아온다. 엄마 따라 기도도하고 박수치며 찬양도 한다. 아카데미상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은 배꼽 쥐게 하는 성극 배우가 되기도 한다. 그렇게 귀여운 모습으로 크지 않고 있어 주었으면 하는 마음도 잠시....
어느새 아이들이 초등학교를 지나고 사춘기를 맞이하며 중학교, 고등학교를 간다. 멋도 내기 시작한다. 좋아하는 인기스타도 있다. 운동선수도 있다. 엄마하고 아빠한테도 말대꾸를 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락스타인양, 클래식 연주가인듯 악기도 연주하고 싱어로, 기타리스트로, 바이올리니스트로서 교회에서 한 몫을 단단히 한다. 사내아이들은 근육도 만들고, 여자아이들은 살짝 살짝 화장도 한다. 여자 친구가 있다는 아이, 남자친구를 짝 사랑하는 아이, 그 때는 그 아이가 최고 멋있는 것 같았고 최고 예쁜 것 같았겠지... 헤어지면서는 세상이 무너지는 듯 구슬방울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던 아이들. 우는 눈물도 닦아주고 어깨에 기대어 울게도 하였는데... 그 아이들과 함께 20시간이 넘도록 운전을 하며 미국 전역을 돌고 쪽잠을 자며 복음을 전하기도 했던 시간, 동남아에도 복음을 전하겠다고 팀원 전체가 삭발을 하고 비장한 각오로 도전하였던 대학시절의 동남아 선교... 그렇게 교회에서 친형제처럼 잘 자라주었다. 고맙고 감사할 뿐이다.
그런데….. 나는 목사이기 전에 아이들의 아빠였었나 보다. 그렇게 아이들은 자라고 직장도 갖고 사회생활을 하는데도 나는 아직도 아이들이 평생 내 옆에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성장해서 자기 사람 찾아서 떠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인데 하나 하나 시집보내고 한 녀석, 한 녀석, 장가보내는 게 왜 이렇게 마음이 서운할까. 얼마 전, 30대 마지막 남은 녀석이 나이 40이 되어 지난 토요일에 장가를 갔다. 어느 교회든 가서 신앙생활 잘하라고 좋은 말은 해 주지만, 여자를 따라 다른 교회를 간다고 하니 마음이 서글프고 아프다. 축하해 주었지만, 기도는 해 주었지만…. 내 마음은 항상 내 아이들과 함께 있고 싶은 아빠의 마음인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이 마음을 어찌 하면 좋을까..?
그래도 잘 살아야지. 그래, 행복하게 살아야지! 나는 우리 교회로 시집오고, 장가온 새로운 자식들을 돌보련다. 그리고 이제 새로 태어난 꼬맹이들을 키우련다. 나도 다른 엄마 아빠처럼 늙어가나 보다.
<drjeykim@gmail.com>
09.23.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