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베이사이드장로교회 담임, 리폼드 D. Min 수료
나는 21살의 나이에 미국에 와서 신학교를 다닐 때 루터란 교회를 빌려 예배를 드리는 작은 한인 교회의 전도사가 되어 섬기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참으로 어려운 시기를 지날 때가 있었다. 장차 목회할 교회의 성도님들을 위하여 열심히 공부만 하겠다고 결심을 하고는 하던 일을 그만두고 교회에서 파트타임 전도사에게 주는 생활비를 가지고만 살려고 했기 때문이다.
그 당시 교회에서 받았던 생활비가 400불이었는데 살고 있던 아파트의 렌트비가 135불 정도로 평균 시세보다 3배 정도가 쌌기 때문에 그런 결단을 할 수 있었다. 아파트 렌트비가 그렇게 쌌던 이유는 루터란 교회의 담임목사님 선처로 그 교회가 운영하는 노인 아파트에서 살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받은 400불에서 십일조를 드리고, 렌트비 내고, 자동차 보험료 내고, 가솔린비를 쓰고 나면 30불이 남았는데 그것으로 식생활을 해결해야 했다.
그때 당시 나는 24개가 들어 있는 한 박스에 3불99센트 하던 라면 두 박스를 샀고, 야채를 먹기 위하여 V8주스를 한 박스 샀다. 그리고 기름진 멕시코 음식인 부리토를 사서 조금씩 나눠서 먹는 것으로 식단을 짰다. 그리고 목사님이 심방을 데리고 가면 아주 많이 먹는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삶을 일 년 이상 하다 보니 그렇게 쉬운 삶이 아니었다. 먹고 싶은 것이 많은 나이에 먹을 것이 제한되어 있고 항상 배가 고팠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크리스마스이브가 왔는데 너무나 힘들고 어려워서 참 슬픈 마음이 들었다. 거기다가 그때 당시 나는 교회에서 일을 마치고 돌아오면 이야기 상대도 없고 TV도 없는 상태에서 정말 외로운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런데 크리스마스이브 어느 날 밤 외로이 잠이 들었는데 한밤중에 어디선가 노랫소리가 들렸다. 잠에서 깨어 가만히 노랫소리를 들으니 성탄 찬송을 합창으로 부르는 소리였다. 그래서 나는 문을 열고 밖을 보았는데 루터란 교회의 미국인 찬양대원 10명 정도가 노인 아파트 정원 한가운데 있는 크리스마스트리 앞에서 촛불을 들고 찬양을 부르고 있었다. 나는 그날 그들의 찬양을 들으며 한없는 위로를 받게 되었다.
나는 그날 밤 들에서 양을 지키던 목자들을 생각해 보았다. 그들은 소외된 사람들이었고 지위가 낮은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밤에도 잠을 못 자고 들에서 외롭게 양들을 지켜야 했던 사람들이었다. 그런 그들에게 천사가 나타나 예수님의 탄생 소식을 알려주고 찬송을 불렀다.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이요 땅에서는 기뻐하심을 입은 사람들 중에 평화로다.” 그날의 천사들의 메시지와 찬송은 더할 나위 없이 외로운 목자들에게 위안이 되었을 것이다. 구세주가 저희와 함께 하시고 있음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날 그 새벽 송을 들으며 새로운 힘을 얻게 되었다. 구세주이신 예수님이 나와 함께 하고 있음을 느꼈기 때문이다. 지금은 코로나를 통과하는 시기로서 우리가 새벽송은 부를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삶에서 기회가 되는 대로 마스크를 쓰고서라도 성탄의 날에 구주가 오셨다는 소식과 함께 힘차게 찬송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하므로 우리도 소외되고 외로운 자들에게 천사가 했던 일을 하게 될 것을 믿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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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8.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