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떨어져야 열매는 맺는다

이종식 목사

뉴욕베이사이드장로교회 담임, 리폼드 D. Min 수료

오래전 어느 날 저는 집사람이 집 뒤 뜰에 심은 호박씨가 열매를 맺는 것을 보았습니다. 집사람은 농촌에서 자라났기 때문에 호박에 대해서 저보다 잘 알았습니다. 그날 집사람은 호박 줄기에 꽃이 핀 것을 보면서 저렇게 꽃이 피는 곳마다 열매가 맺는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저는 어떻게 꽃이 피는 곳마다 열매가 맺을 수 있단 말인가 의심했습니다. 

그런데 정말 놀랍게도 꽃이 핀 곳 뒤로 열매가 맺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열매가 조금 자라자 곧바로 꽃이 떨어지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광경은 저에게 참 귀한 것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그것은 열매를 맺으려면 꽃이 떨어져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인생의 모습을 보면 꽃을 피우려고 노력하는 것 같습니다. 무슨 일을 하든지 내가 드러나야 하고 누군가 내 영광을 가로채면 분노합니다. 무슨 일을 할 때 수고한 나의 이름이 빠지면 섭섭해 하고 힘이 빠지는 것을 느낍니다. 그리고 우리 자녀가 사람들에 의하여 무시당하는 것 같이 생각되면 분노를 참지 못하게 됩니다. 그리고 내가 수고한 것에 대한 보상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생각되면 기운이 빠지고 섭섭함이 찾아옵니다. 그래서 우리는 한바탕 주변을 흔들어 놓습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언제나 후회와 함께 손에 쥘 수 있는 열매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마음은 목사인 저에게도 똑같이 찾아옵니다. 작년인가 뉴욕교회협의회에서 그 해에 임원과 각 부서를 맡은 분들의 이름을 발표한 것을 무심코 읽게 되었습니다. 그 발표한 내용을 보면 교협에 등록된 모든 사람의 이름이 직책을 따라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한 사람도 빠짐없이 무슨 작은 직책이라도 맡긴 것입니다. 그래서 나는 나의 이름은 이번 해엔 어느 부서에 있나를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나의 이름은 그 어느 곳에도 없었습니다. 

나는 교협의 일에 자진해서 유년분과를 3년인가 감당하고 목회 일이 바빠서 그 후로 아무 일도 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어떤 부서에든지 작게나마 내 이름은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책임이라도 하자는 마음에서 교협의 일에 나름대로 후원을 열심히 했습니다. 그러나 그해에는 전혀 내 이름이 없었던 것입니다. 나는 그것을 보며 어차피 직책을 주어도 못 할 것인데 무슨 상관이냐고 생각을 했지만 그래도 무시당했다는 생각이 들면서 섭섭해지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그러나 곧바로 유치해지지 말고 이번 해엔 더 열심히 도우리라 생각하며 할렐루야 집회와 그 밖의 행사 때도 열심히 후원하고자 노력하였습니다. 저는 그때의 일을 생각하면서 참 내 이름이 빠진 것이 무엇인데 그런 것을 가지고 마음이 상하려고 했나를 생각하며 스스로 창피함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물론 나의 삶에 꽃이 피는 것은 대단한 영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다음에 오는 열매라고 생각됩니다. 그런데 자연의 원리로 보면 꽃이 떨어져야 열매가 맺으니 우리는 우리에게 잠시 찾아오는 꽃을 던질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렇게 해야 우리의 삶엔 영원한 열매가 맺힐 것이기 때문입니다. 

성경을 보면 세례요한은 참으로 멋지게 인생을 살다가 간 사람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예수님을 향하여 그는 흥하여야 하겠고 나는 쇠하여야 하리라고 고백하였습니다. 예수님이 영광을 받으려면 자신이 꽃이 떨어지는 것처럼 사라져야 한다는 것을 고백한 것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그는 예수님이 구세주로 등장하시자 곧바로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역할에 가장 충실했던 사람이라는 영원한 열매를 맺게 되었음을 보게 됩니다. 

한 주간도 더 열매를 맺기 위해 나에게서 피는 꽃을 과감히 던져버릴 수 있는 귀한 삶이 되기를 축복합니다.

david2lord@hotmail.com

11.13.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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