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바다

김한맥 선교사

(문화동원연구소 대표)

하나님이 이스라엘에게 주신 가나안 땅에는 두 개의 바다가 있는데 하나는 갈릴리이고 다른 하나는 사해다. 두 개의 바다에는 똑 같은 요단 강 물이 흘러 들어가는데 갈릴리 해는 물이 맑고 고기도 많으며 강가엔 나무가 자라고 새들이 노래하는 아름다운 생명의 바다다. 그러나 사해는 염분이 너무 많아 고기도 살 수 없고 새들도 오지 않고 어떤 생물도 살지 않는 죽음의 바다다. 왜 같은 요단 강 물줄기에서 멀지 않은 두 개의 바다가 이렇게 차이가 날까? 무엇 때문에 하나는 생명이 숨을 쉬는 바다가 되고 하나는 이름 그대로 죽음의 바다가 되었을까?

그것은 강 때문도 아니고 토양 때문도 아니고 기후 때문도 아니다. 갈릴리는 강물을 받아들이지만 그것을 가두어두지 않는다. 한 방울이 흘러 들어오면 반드시 한 방울이 흘러나간다. 주는 것과 받는 것이 똑 같이 반복된다. 그러나 사해는 들어오는 강물을 절대로 내어놓지 않는다. 받기는 하되 주는 것을 모른다. 순환의 이치를 거스르기 때문에 죽은 것이다.

돈(money)은 돌고 돌기 때문에 돈이라는 말도 있다. 그것이 돈의 가치며 이유다. 움켜쥐고 쌓아두라는 것이 돈이 아니라는 말이다. 사람이 세상을 사는 이치도 이와 다를 게 없다. 부족한 것이 없이 영원히 살고 싶어 불로초를 구하던 진시황도, 영원한 소녀의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는 오드리 헵번도,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쏜다며 주먹 하나로 세계를 제패했던 무하마드 알리도, 애플의 신화를 만든 스티브 잡스도, 재벌도, 코미디언도 왕복이 없는 인생열차에서 그 누구도 되돌아오지 못했다. 따라서 영원할 수 없는 인생의 참된 가치는 나누고 베풀고 섬기는 가운데서 더 커진다. 

오늘날 최고의 의류로 손꼽히는 것은 단연 청바지일 것이다. 이 청바지에는 오무주의(五無主義)라는 사상이 언급되는데 즉 계급과 연령, 계절과 성별, 그리고 국경의 구별이 없는 세상의 모든 사람이 편하게 입을 수 있다는 뜻이라고 한다. 청바지는 1873년 제작 특허를 받은 이래 35억 장 이상이 팔렸고 지금도 이념과 사상에 관계없이 5대양 6대주에 사는 모든 사람들에게 가장 사랑 받는 옷이 되었다. 이런 청바지의 탄생에는 슬픈 비화가 있다. 천막 제조업자가 실패하여 절망에 빠져 있을 때 기도하다가 딛고 일어선 발명품이기 때문이다. 미국 서부에서 황금광산이 발견되어 많은 사람이 금을 캐러 샌프란시스코로 모여 들었고 지역이 온통 광부들이 거처하는 천막촌으로 변해 갈 때 독일 출신의 이민자 리바이 스트라우스도 천막 제작으로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었다. 그런 어느 날 군납 알선업자가 찾아와 군대용 천막 10만 개를 납품하라는 제안을 했다. 뜻밖의 큰 행운을 잡은 스트라우스는 ‘하나님 감사합니다’를 연발하며 즉시 빚을 내어 공장을 증설하고 직원을 늘려 3개월 만에 10만 개의 천막을 납품했는데 ‘납품한 천막을 사용할 수 없다’는 통보와 함께 전량이 반품되었다. 천막 전부가 군대에서 사용하는 국방색이 아닌 청색으로 염색이 되었기 때문이다. 빚 독촉과 직원들이 월급을 내놓으라는 아우성 속에서 기도하던 스트라우스는 광산의 광부들이 모여 앉아 바지 꿰매는 것을 보면서 ‘질긴 천으로 바지를 만들면 잘 헤어지지 않을 텐데’라고 중얼거리다 ‘내가 한 말은 주님이 주신 응답’이라며 무릎을 치고 일어나 반품된 골칫덩어리 천막으로 바지를 만들어 광부들에게 팔아 대박을 쳤다. 

한 개의 천막으로 수십 개의 바지를 만드는 것도 억지 나눔이 될 수 있다. 한 자리에 고정되어야 하는 천막보다 수많은 사람들이 입고 분주하게 오가는 청바지는 곧 순환의 한 예가 된다. 세상은 아이러니 투성이고 동전의 양면처럼 불가분의 연속이기도 하다. 

팔레스타인의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하여 세계를 전운에 빠뜨렸다. 한 달이 넘어가면서 사상자 수가 급격히 늘어 날뿐 아니라 두 진영에 대한 호불호도 극명하게 나뉘고 있다. 그 땅, 가나안은 예사 지역이 아니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에게 주신 땅이다. “그러므로 너희는 내가 오늘 너희에게 명하는 모든 명령을 지키라 그리하면 너희가 강성할 것이요 너희가 건너가 차지할 땅에 들어가서 그것을 차지할 것이며 또 여호와께서 너희의 조상들에게 맹세하여 그들과 그들의 후손에게 주리라고 하신 땅 곧 젖과 꿀이 흐르는 땅에서 너희의 날이 장구하리라 네가 들어가 차지하려 하는 땅은 네가 나온 애굽 땅과 같지 아니하니 거기에서는 너희가 파종한 후에 발로 물 대기를 채소밭에 댐과 같이 하였거니와 너희가 건너가 차지할 땅은 산과 골짜기가 있어서 하늘에서 내리는 비를 흡수하는 땅이요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돌보아 주시는 땅이라 연초부터 연말까지 네 하나님 여호와의 눈이 항상 그 위에 있느니라”(신11:8-12)고 하신 바로 그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인 것이다. 

그 땅이 오늘 날 무엇 때문에 중동의 화약고가 되었고 두 개의 바다가 존재하는 지 분별할 지혜가 절대 필요한 이유다. 생명의 바다 갈릴리와 죽음의 바다 사해, 생과 사가 공존하는 하나님이 주신 땅을 바라봄에 두려움이 가중되는 이유다. “내가 오늘 너희에게 명하는 내 명령을 너희가 만일 청종하고 너희의 하나님 여호와를 사랑하여 마음을 다하고 뜻을 다하여 섬기면 여호와께서 너희의 땅에 이른 비, 늦은 비를 적당한 때에 내리시리니 너희가 곡식과 포도주와 기름을 얻을 것이요 또 가축을 위하여 들에 풀이 나게 하시리니 네가 먹고 배부를 것이라 너희는 스스로 삼가라 두렵건대 마음에 미혹하여 돌이켜 다른 신들을 섬기며 그것에게 절하므로 여호와께서 너희에게 진노하사 하늘을 닫아 비를 내리지 아니하며 땅이 소산을 내지 않게 하시므로 너희가 여호와께서 주신 아름다운 땅에서 속히 멸망할까 하노라”(신11:13-17)고 경고하신 그 땅에 지금 두 신이 다투고 있다. 하나는 생명의 신이며 하나는 죽음이 신이다.

hanmackim@hanmail.net    

11.18.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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