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조선과 한국은 다른 나라?

김한맥 선교사

(문화동원연구소 대표)

21세기의 세계는 거의 모든 것이 열려있는 중이다. 대다수가 들고 다니는 휴대폰은 도깨비방망이보다 더 기기묘묘(奇奇妙妙)하다. 아마도 옛날 사람들이 이런 것을 보았다면 놀라서 까무러쳤을 수도 있다. 이런 세상을 살고 있으나 예외인 곳(나라)도 있다. 북한(北韓)이다.

삼천리 반도 금수강산이던 조선(朝鮮)이 남과 북으로 갈린 것은 육이오 전쟁이 휴전으로 봉합된 70년 전이다. 조선이란 국호는 1392년 이성계가 고려를 정복한 뒤부터 시작되었으나 이 땅을 조선이란 칭한 것은 훨씬 이전부터였다. 상고시대에 조선이라 불리웠던 고조선도 있다. 그래서일까? 북한은 아직도 자신들을 북조선, 대한민국인 한국은 남조선으로 칭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명칭이 아니다. 그 땅에 사는 사람들의 질이다. 위에서 언급했듯 같은 땅에 그어진 휴전선은 곧 분단선(分斷線)이 되고 말았다. 분(分)은 나누거나 구별한다는 뜻이며 단(斷)은 끊거나 쪼개는 그래서 관계와 소통이 막혔다는 의미다. 이렇게 나뉜 선 하나로 인해 남조선은 자유가 전제된 민주주의 나라가 되었고 북한은 모든 것이 막혀버린 공산주의가 되었다.

폐쇄된 북한 인민들의 삶을 다룬 인권보고서를 유엔은 매년 발표하고 있으며 2023년에는 한국에서도 북한 인권보고서를 발표했다. 인권보고서에 실린 내용 들은 탈북민들의 생생한 증언에 기초하는데 대부분이 "이럴 수가" 또는 "저럴 수가"하는 혀를 찰 내용 들이다.

죽은 지 수십 년이 지난 김일성의 초상화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는 이유로 공개 처형되고 한국의 드라마를 보았다 하여 즉결 처형이 되었다는 내용 들이다. 선(線)의 남쪽에 세워진 남한 즉 한국 혹은 대한민국에서는 상상조차 하지 못할 증언들이다. 여기엔 참으로 아이러니한 내용도 있다. 남조선과 한국은 다른 나라로 인식된다는 북조선의 현상이다. 

북조선에선 남조선을 극빈(極貧) 집단으로 선전하며 선동해왔다. 그러니 세계 10대 경제대국이 된 한국이 북조선보다 훨씬 더 못산다고 여기는 한국이 곧 남조선이라는 것을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심지어 한국의 공식 명칭인 대한민국을 대만의 다른 이름으로 알고 있을 정도라 한다. 어떻게 그럴 수가? 수십 년 동안 세뇌되며 속았기에 가능한 북한의 실상이다.

'가스라이팅'이라는 신조어가 있다. 타인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심리나 상황을 조작해 그 사람을 통제하고 조종한다는 의미란다. 조작된 것들로 인해 판단력을 잃게 하는 정서적 학대와 심리 지배를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 가스라이팅을 당하면 정상적인 사고와 판단을 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요즘 재조명이 되는 JMS 사건을 보자.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피지배자들의 처참한 나락은 혀를 내두를 정도다. 잘나고 똑똑한 사람들이 그런 집단에 빠져 있다. 낫을 놓고 기역 자를 모르는 삼척동자라도 충분히 알만한 속임수에 빠져 그 일생을 송두리째 망치면서도 그런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어불성설(語不成說)을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한마디로 북한 인민들 대다수는 그 정권의 가스라이팅에 함몰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자유와 인권과 그 삶을 다 빼앗겼음에도 그런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한 채 신음하고 있는 북조선의 인민들이다. 그들이 알고 있는 극빈의 남조선에는 쌀이 남아돌아 그 처리에 골머리를 앓는 중이나 나름 잘사는 것으로 치부되는 북조선에서는 먹을 것이 없이 수십만 명이 아사 직전에 처해있다는 현실이 안타깝다.

물에 빠져들고 있는 사람을 구할 수 있는 것은 그와 가까이에 있는 사람뿐이다. 지금 수십 년 동안 가스라이팅으로 지배되고 있는 북조선 인민에게 구원의 손을 내밀 수 있는 가장 가까운 나라는 같은 민족인 한국이다. 문제는 이마저도 쉽지가 않다는 사실이다.

한 때 삼팔선을 넘어 소 떼를 보낸 적도 있고 금강산 관광의 길이 열려 육로로 왕래도 하였으며 개성에 공단을 세워 경제협력이 이루어지기도 했으나 지금은 굶주리고 있는 부조선 인민들에게 대한민국의 남아도는 쌀 한 톨도 육로로는 보낼 수가 없다. 중국을 거쳐 중북국경을 통과해야만 한다. 그러나 그다음엔 이런 물리적인 장벽보다 더한 북조선 정권이 가로막고 있다. 굶어 죽고 있는 인민들에게 보내는 생필품마저 그 정권이 독식한다. 더욱 불행한 것은 그런 사실조차 알지 못하고 있는 인민들이다. 자신들의 주린 배를 채워줄 곡기마저 남김없이 찬탈하고 있는 그 일당을 신처럼 떠받든 채 굶어 죽어가고 있는 인민들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밝히고 있는 북한 인권보고서 그 자체만으로 끝나서는 안 될 것이다. 

철의 장막이라던 소련. 죽의 장막이라는 중국보다 더한 가스라이팅으로 세뇌당한 북조선의 참상을 멈추기 위해 그 가스라이팅을 절단해야 한다. 그 막중한 책임과 의무가 한국에 주어져 있다. 대한민국은 다른 나라며 한국이 남조선이 아니리라 믿고 있는 북조선 인민들은 강 건너 불구경이 절대 아니다. 지금 이 시간 이런 현실에 내 탓이라 가슴을 쳐야 할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hanmackim@hanmail.net    

04.22.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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