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동원연구소 대표)
서기는 상서로운 기운이라는 뜻이다. 이런 서기가 대통령 취임식장 상공에 나타났다. 코로나 19라는 대재앙으로 인해 모든 것이 다 망가지고 뒤엉킨 시점에서 정권이 교체되었고 그런 현장에 나타난 무지개는 일말의 희망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대통령의 취임사에 담긴 핑크빛 공약이나 기대보다 더 자연이 나타내는 이런 현상이 반가울 수도 있는 까닭이다.
코로나 판데믹이 시작되기 전엔 전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마스크로 입과 코를 막고 다니는 것을 상상이나 했겠는가? 마스크는 그저 병균이 발생하는 곳이나 먼지 등이 심한 곳에서 일시적으로 쓰는 선택적 도구일 뿐이었다. 사람이 숨을 쉬는 모든 공간에서 필수적으로 마스크를 써야 한다는 것은 공포며 위협이 아닐 수 없었으나 세계는 그런 세월을 3년 가까이 보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결혼식장과 장례식장을 비롯해 졸업식이나 중요한 회의나 모임에도 여지없이 마스크가 등장했고 그것이 습관이 되니 이제 실외에서는 벗어도 된다는 권유에도 불구하고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람이 더 많을 정도가 되었다. 이런 일상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참담한 변질이 있기까지 사람이 치러야 할 대가는 그 무엇으로도 계산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중에서도 정신적이 피폐는 쉽게 치유되지 못할 것이다. 그렇게 암담한 시점의 대통령 취임식장에 무지개라 떴다는 것은 재앙 끝 희망 시작이라는 강한 메시지로 읽힐 수 있다.
무지개가 상징하는 징조는 성경에 아주 잘 나타나 있다. 사람들의 죄가 머리카락 하나도, 물 한 방울도 더는 들어가거나 채울 수 없는 관영(貫盈)함으로 하나님께서는 세상을 멸하시기 위해 홍수를 내리셨다. 자그마치 40 주야에 걸쳐 쏟아진 비로 땅이 잠기도 집이 잠기고 마침내 모든 산들까지 다 물에 잠겨버렸다. 물바다가 된 것이다. 이때 하나님이 선택하신 생명체들이 탄 노아의 방주만이 물에 떠있었다.
비가 그쳤으나 세상이 다 물에 잠겨 있을 때, 하나님께서 노아와 그와 함께 방주에 있는 모든 들짐승과 가축을 기억하사 하나님이 땅 위에 바람이 불게 하심으로 물이 줄어들었고 노아와 그 아들들과 그의 아내와 며느리들이 함께 방주에서 나왔고 땅 위의 동물 곧 모든 짐승과 모든 기는 것과 모든 새도 그 종류대로 방주에서 나오게 되었다. “하나님이 노아와 그와 함께 한 아들들에게 말씀하여 이르시되 내가 내 언약을 너희와 너희 후손과 너희와 함께 한 모든 생물 곧 너희와 함께 한 새와 가축과 땅의 모든 생물에게 세우리니 방주에서 나온 모든 것 곧 땅의 모든 짐승에게니라 내가 너희와 언약을 세우리니 다시는 모든 생물을 홍수로 멸하지 아니할 것이라 땅을 멸할 홍수가 다시 있지 아니하리라 하나님이 이르시되 내가 나와 너희와 및 너희와 함께 하는 모든 생물 사이에 대대로 영원히 세우는 언약의 증거는 이것이니라 내가 내 무지개를 구름 속에 두었나니 이것이 나와 세상 사이의 언약의 증거니라”(창 6:8-13). 무지개는 재앙을 끝내시겠다는 하나님이 세우신 언약이 증거이기에 참으로 어려운 시기에 교체되는 정권의 현장에 무지개가 떴다는 것은 생활의 무게들로 찌들어 있는 국민들에겐 서기임이 분명하다.
하나님께서는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증거라고 말씀하시기에 온 국민이 좋은 징조, 상서로운 기운이 대한민국에 뻗힐 것이라 믿는 이 기대를 이뤄주시리라 믿는다. 엘리야가 갈멜 산에서 바알 선지자들을 멸한 후 3년 반 동안 이어졌던 지독한 가뭄이 그칠 징조를 바다 위에 떠오르는 손바닥만 한 구름에서 찾았으니 우리가 취임식장 상공에 뜬 무지개를 통해 잘 될 것이라는 기대를 품는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
그런데 5·18 민주화운동42주년인 오늘 하 수상한 바람이 종일 몰아치고 있다. 시원한 바람도 아니고 비를 몰고 오는 바람도 아니고 살아 있는 것들을 말리는 참으로 수상한 바람이다. 어느 가수가 부른 바람아 멈추어 다오를 외치며 쨍한 하늘을 쳐다봐야 하는 농민들의 마음까지 하얗게 말리는 바람이 종일 불어댄다. 바람이야 어느 때든 불 수 있는 것이겠지만 더는 반목과 부침을 몰고 오는 모든 것을 말리는 메마른 바람은 이제 그만 멈춰졌으면 좋겠다.
새로운 정권이 시작하는 날 떠오른 무지개가 서기라면, 퇴임한 대통령이 머물 하늘에 보인 햇무리가 서기라면 이제는 대한민국에 화합과 공존의 채운(彩雲)으로 아름다운 그림이 그려지기를 기대한다.
하필 5·18인 오늘 하 수상한 바람이 휘몰아치는 메마른 바람이 멈추고 가뭄이 그치고 모든 재앙이 그치는 서기가 하나님께서 이 나라 이 민족 그리고 모든 세계인을 기억하시는 증거가 되기를 간절히 소원한다.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만물을 창조하시니라” 이 세상의 주인은 오직 하나님 한 분이시다.
hanmackim@hanmail.net
05.28.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