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퀸즈장로교회 담임
지난 6월 15일 청소년 집회 때 발표한 자작(自作) 시
고통스러운 십자가 위에서 예수님의 숨 가쁜 음성이 들렸다.
“내가 목마르다”
누군가 그 입술에 적시어 드린 것은 예수님이 원하시던 것이 아니었던 것 같았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내 주변에 다른 어른들도 많았건만
어느 누구도 예수님의 목마름을 위해 나서지 않았다.
그렇다고 10대에 불과한 내가 굳이 나설 필요가 없었기에
나는 멀찍이 앉아 주변 눈치만 살피고 있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예수님의 눈망울이 나를 향하고 있음을 확실히 느꼈다.
“일어나라. 내가 목마르다. 지금 네가 내게 물을 가져다 다오.”
언제부터인가 교회 가는 것이 따분해졌다.
예배보다 재미있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항상 떠들썩했던 기도회 시간보다 중요한 모임이 더 많아졌다.
나는 계획했다. 조용한 탈출. (Silent Exodus)
캠퍼스로 떠나던 날이 조용한 탈출의 날이었다.
교회를 떠난 지 10년 만에 친구의 결혼식이 있어 다시 교회로 가게 되었다.
친구는 요즈음 교회는 조용하다고 했다.
나를 비롯한 친구들이 한 명 두 명씩 조용한 탈출에 성공했다.
더 이상 모이는 이가 없는 기도회는 뜨거운 기도회가 아니라고 한다.
숨소리도 들리지 않는 기도회가 힘겹게 이어진다고 했다.
내가 주일학교 다닐 때 나를 가르치셨던 선생님을 그 결혼식에서 만났다.
선생님은 나를 반갑게 맞아주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일어나라. 다시 돌아오라.
네가 친구들과 예배드리고 찬양하며 기도하던 모습을 다시 보고 싶다.
간청한다. 다시 교회를 강하게 교회를 지켜다오, 기도 소리가 다시 크게 들리게 해다오."
미국은 기회의 나라. 특히 이민자들은 아메리카 꿈을 더욱 크게 꾸면 산다.
이민 다음 세대인 내게도 꿈이 있었다.
부모님들처럼 다른 사람을 위해 희생하는 삶을 살지 않으리.
나를 잊어버리고 살지 않으리.
나의 성공, 나의 행복. 나의 연봉, 나의 만족, 나의 자유를 위해 살리.
그런데 누군가 자꾸 성가시게 묻는 것 같았다.
“너 정말, 행복하니?” “너 정말, 만족하니?”
“너 한 번뿐인 인생을 그렇게 살면 되겠니?”
정직하게 대답하자면 행복하지 않았다. 이렇게 살면 안 되는 것이었다.
“일어나라. 거짓 꿈에서 깨어 일어나라. 네가 진정으로 해야 할 사명이 있다.
너를 살린 진리의 횃불을 꺼뜨리지 말고 다른 이에게 전해야 한다."
나의 예수님은 내게 지금 일어나라고 하신다.
나의 교회는 내게 다시 일어나라고 한다.
나의 인생은 내게 깨어 일어나라고 한다.
06.22.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