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品)

김성국 목사

발행인, 퀸즈장로교회 담임

품(品)이란 단어는 물건을 지칭한다. 따라서 품격(品格)이란 말은 그 물건의 가치가 높은지 낮은지를 헤아리는 것이다. 그 품격을 셋으로 구분하면 이렇다. 상품(商品), 명품(名品), 작품(作品)이 바로 그것이다. 어느 도시, 어느 마을에도 그렇지만 필자가 사는 뉴욕의 맨해튼은 이 세 품격이 조화롭게 엮여 있다. 모든 블록마다 값싼 상품을 들고 호객(呼客)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다소 도도한 자태로 즐비하게 서 있는 명품거리도 곳곳에 많다.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그 영롱(玲瓏)함을 더 드러내는 작품들의 전시관도 꽤 있다. 인생을 품으로 표현한다면 상품 같은 인생, 명품 같은 인생, 작품 같은 인생이 있지 않겠는가. 

 

상품은 자기의 고유함이 없다. 자기의 인생이 아닌 다른 누군가의 삶을 사는 것 같다. 자기의 가능성을 생각하기보다 자신의 한계를 먼저 정해 놓은 듯하게 “나는 안 돼”를 벗어나지 않은 채 살아간다. 한국에서 총선이 끝났다. 300명의 새로운 국회의원이 선출된 것이다. 나라 전체를 위한, 자기 지역을 위한 선한 영향력을 기대해 본다. 그러나 슬프게도 국회의원을 거수기(擧手機)로 표현할 때가 있다. 어떤 중요한 안건에 대해 자기 자신의 고유한 판단력이 매몰된 것인지 아예 없는 것인지 의심스러울 때가 많다. 아무런 생각 없이 당의 방침대로 손을 올렸다 내렸다 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들 가운데 적잖은 기독교인도 있는데 그리스도인의 관점에 전혀 부합되지 않은 사안에 찬성표를 힘 있게 던지는 것을 보고 아연실색(啞然失色)하게 된다. 왜 그들만 탓하랴. 국회의원을 포함 그 누구도 인생을 상품같이 처신해서는 안 된다.

 

명품이 그냥 만들어지겠는가. 짧지 않은 시간 동안에 한올 한올 정성을 다해 만들어 내놓은 것이 명품이다. “명품 인생을 만드는 10년 법칙”이라는 공병호씨가 쓴 자기계발서와 같은 책이 있다. 한 가지에 10년을 투자하면 명품 인생이 될 수 있다고 한다. 당대에 자기 영역에서 최고의 자리에 올랐던 인물들은 최소 10년 정도의 지속적이고 정교한 훈련을 하였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필자 자신도 뜨끔하다. 대학 때에 붓글씨 반에 들어갔다가 몇 번 벼루를 갈고 먹에 적신 붓으로 일(一) 자(字)만 몇 장 그리다가 포기했기 때문이다. 며칠 만에 추사 김정희의 글자를 스스로 기대했으니 지금 생각해도 딱하다. 명품 인생은 결코 속성(速成)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명품이 그렇듯이 명품 인생도 누구에게나 부러움을 자아내고 누군가의 필요를 멋지게 채워준다. 

 

또 뜨끔한 적이 있었다. 바이런 얀 목사님이 쓴 “자기 목소리로 설교하라”는 책 때문이다. 한경직 목사님 목소리나 조용기 목사님 목소리로 설교하면 교회가 부흥하겠다고 생각하고 아무도 없을 때 그분들의 목소리를 흉내 내보곤 하였다. 세계 정상의 프리마돈나였던 홍혜경씨가 이런 말을 하였다고 한다. “오페라 가수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자기만의 목소리를 찾아야 합니다. 자기에게만 있는 고유의 목소리를 찾아야 같은 노래를 불러도 자신의 특별함을 청중에게 전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성악가들이 그저 다른 사람을 흉내 내는 데 그치고 맙니다. 자기만의 고유함을 찾아가다 보면 길이 나타나게 되는데도 말입니다.” 같은 상품은 헤아릴 수없이 많다. 한정된 숫자이긴 하지만 같은 명품도 여럿 있다. 그러나 작품은 오직 하나이다. 그 작품의 장인(匠人)은 하나님이시다. 우리는 상품도 아니요, 명품도 뛰어넘는, 하나님의 작품이다. 당당히 살아가자.

 

그는 ‘자기 분야에서 한 획을 긋는 인물로 성장하려면 최소한 10년 전후의 선행 투자가 불가피하다’고 말합니다. 

알버트 아인슈타인, 파블로 피카소, 앤드루 카네기,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공통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천재라 부르던 이들도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 수준의 성취와 성과를 올리기 위해 최소 10년의 지속적이고 정교한 훈련을 하였다. '10년 법칙'은 바로 10년간의 집중적인 투자가 이후 지식의 성장속도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온다는 말이다. 이것은 성공을 꿰뚫는 명쾌하고 분명한 기본 원칙이다. 자신을 최고의 수준으로 자리매김하려면 한 분야에서 10년의 집중적인 경험과 훈련, 그리고 성공에 대한 집요한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상품(商品) 명품(名品) 작품(作品)

 

04.13.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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