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퀸즈장로교회 담임
"아으아~하, 시일라의 바아암 이이여혀" 현인 씨가 원래 그렇게 불렀듯이 역시 "신라의 달밤"은 감칠맛 나게 꺾으면서 불러야 제맛이다. 지금 필자는 평창의 달밤에 이 글을 쓰고 있다. 평창의 달밤에 머물고 있는 이유는 교단의 파송을 받아 9월에 한창인 한국 교단들의 총회에 친선 사절단의 일원으로 와서, 그 첫 번째 "대한 예수교 장로회(대신)" 총회에 인사와 설교차 이곳 평창에 이른 것이다. 따듯한 환대를 받고 마련해 주신 숙소에 올라왔다. 신라가 그렇듯이 평창도 한국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작성한 장소가 되었다.
평창은 널리 알려진 대로 2018년 2월 9일부터 25일까지 제 23회 동계 올림픽이 열린 곳이다. 세계 각국의 젊은이들이 설원을 가르며 경기를 치룬 곳으로 한국 역사와 세계 스포츠 역사에서 결코 지워지지 않을 장소가 된 것이다. 그 당시 정부는 평창 올림픽을 북한과의 관계 개선의 기회로 삼고자 여러 노력을 기울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정치가들은 늘 그러고 싶겠지만 어떤 분야이든 정치가 의도적으로 개입되면 그 분야의 맑은 순수성이 훼손된다. 그 당시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도 그렇다. 단일팀이 평화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치켜세웠지만, 수년동안 준비와 훈련을 감내해온 선수들 중에 절반은 정치적 논리에 아무 말도 못 하고 뒷전으로 물러나야 했다. 아무튼 그 때 평창에 왔던 북한의 유력한 정치 지도자들과 선수 임원 연주자들은 평창에서 무엇을 보고, 어떤 생각을 가지고 북으로 돌아갔을까.
지난 주말에 필자가 섬기는 교회에 탈북 내용을 담은 다큐멘타리 영화 "Beyond Utopia"의 실제 주인공들이 방문하였고 주일에는 짧은 간증과 찬양의 시간을 가졌다. 북한의 폐쇄된 사회 속에 살아가는 대부분의 북한 주민들은 아직도 북한이 유토피아, 지상낙원인 줄 안다.
그러나 평창에서 여러 날 머물다가 돌아간 사람들은 지상낙원에 대한 생각이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평창에서 자기들의 "Utopia" 너머를 본 그들은 더 이상 왜곡된 유토피아에 속지 않을 것이다. 평창은 북한의 가짜 유토피아를 고발한 역사적 자리이다. 물론 평창도 영원한 유토피아가 아니다. 영원한 낙원은 하나님이 지으신 곳, 한 곳밖에 없다.
아름다운 평창의 달밤은 기울어져 간다.
09.16.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