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퀸즈장로교회 담임
어떤 아이가 부모에게 강아지를 한 마리 사달라고 부탁했다. 그것을 왜 못들어 주겠는가 싶어 예쁜 강아지 한 마리를 선물로 사주었다. 아이는 강아지를 참으로 예뻐했고 강아지도 그 아이를 잘 따랐다. 어느 날 그 부모가 외출을 하고 왔는데 현관문을 여는 순간 집안 분위기가 조금 이상했다. 그들은 집안을 가만히 엿보았다. 이게 웬일인가. 강아지가 식탁 위에 올라앉아 있고 자기의 아이는 강아지 심부름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가끔 강아지를 기쁘게 하겠다고 아이가 갖은 재롱(?)을 떨고 있으니 부모는 놀랐고 분노했다. 기르라고 사다 준 강아지를 자기 아이가 거꾸로 섬기는 것을 보고 너무나 속이 상했고 한심했다. 부모의 눈에 그 강아지는 더 이상 예쁜 강아지가 아니라 자기 아이를 괴롭히는 못된 폭군이었다. 부모는 그 강아지를 쫓아냈고 아이를 그 눌림에서 건져냈다. 내가 누구인지 잃어버린 아이의 서글픈 스토리이다.
우리는 우리가 누구인지 잃어버리면 안 된다. 세상은 우리를 위해서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었다. 그런데 선물인 세상에 쩔쩔매며 세상에 노예가 되어 살고 있는 것 아닌가? 하나님이 세우신 질서에 거꾸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하나님이 가지실 분노는 얼마나 크시겠는가. 나를 잃어버리지 말자. 우리는 하나님으로부터 왕의 신분, 선지자의 신분, 제사장의 신분을 부여 받았다. 세상을 다스리고, 세상을 분별하며, 세상을 거룩하게 만들 특권과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그중에 가장 우선적인 것은 제사장 신분이리라. 제사장으로서 하나님 앞에 먼저 예배자가 되어야 다른 신분도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밥퍼’ 사역의 최일도 목사님 이야기를 그분으로부터 오래전에 들은 적이 있었다. 최일도 목사님은 청량리역 부근에서 밥퍼 사역 및 부랑자를 돕는 사역을 하다가 너무 힘이 들어 도망가듯 열차를 타고 그곳을 떠나셨다고 한다. 어느 역엔가 내려 산으로 들어가셨다고 하였다. 삼일을 산속에 쓰러져 누워있었는데 너무 배가 고프셨다고 하였다. 그런데 어디선가 밥 냄새가 코끝까지 번져왔다는 것이다. 냄새를 따라 가보니 어느 노인께서 풍로에 밥을 짓고 있으셨던 것이다. 그 노인에게 밥을 달라고 하여 조금 얻어먹다가 그 노인에게 욕까지 얻어먹으셨다고 하였다. ‘너 같은 녀석은 청량리에 최일도 목사를 찾아가야 해. 거기가면 실컷 밥을 얻어먹을 수 있어!’ 최일도 목사님은 청량리로 돌아오면서 이렇게 되뇌셨다고 한다. ‘내가 바로 그 최일도 목사인데. 내가 최일도 목사를 찾으러 가다니. 이게 뭔가? 아~그렇다. 나를 찾아야 한다. 이제라도 잃어버린 나를 찾아야 한다.’
며칠 전 교회 권사님이 새벽에 방에서 뒤로 쿵 소리를 크게 내며 넘어지셨다. 주무시던 남편 장로님이 깨어 다가가 일으키셨는데 한동안 권사님은 자신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아무것도 모르고 계셨단다. 병원으로 급히 가시는 것은 그렇다 해도 권사님이 다시 기억을 찾으시기까지 장로님이 얼마나 놀라셨겠는가. ‘당신은 누구십니까? ’ 중고등부 수련회 때 게임 중 많이 불렀던 노래이다. 이런 질문에 ‘나~~는_________’ 라고 대답한다. 잃어버리는 것이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결코 잃어버려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 나 자신이다. 내가 누구인지 대답 못 해서야 되겠는가. 나를 잃어버리는 비극보다 더 큰 비극은 없다.
나는 과연 누구인가?
06.24.2023